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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가이드-남성 갱년기] 4050대 10명 중 3명 겪어…성기능 문제에 우울증 동반

기사입력 2025-05-07 09:11


[헬스가이드-남성 갱년기] 4050대 10명 중 3명 겪어…성기능 문제에…
 ◇호르몬 감소로 인한 남성 갱년기는 광범위한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변화를 동반할 수 있어 관리가 필요하다.  자료사진 출처=픽사베이

[스포츠조선 장종호 기자] #. 40대 후반 A씨는 요즘 드라마나 영화를 보다가 혼자 눈물을 흘리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사소한 문제로 아내와 다투는 일이 많아졌고 잔소리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50대 중반 B씨는 몇 달 전부터 이유 없이 우울감과 무기력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집중력과 기억력도 떨어졌다. 게다가 팔다리는 가늘어지는데 배는 볼록해지고 있다.

이들은 전형적인 남성 갱년기 증상이다. 갱년기라고 하면 중년 여성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남성도 갱년기를 겪는다. 여성처럼 일정 시기에 급격히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증상이 서서히 진행돼 노화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을 뿐이다.

◇30대부터 남성호르몬 매년 1%씩 감소…노화·생활 습관 등 원인

대한남성과학회와 대한남성갱년기학회에 따르면, 남성 갱년기 유병률은 40대 27.4%, 50대 31.2%, 60대 30.2%, 70대 42.0%, 80대 이상 78.8%에 달한다.

의학 용어로 '후기발현 성선기능저하증'이라고 부르는 남성 갱년기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감소하는 남성호르몬으로 인해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변화가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주로 남성의 고환에서 생산되는 데 혈액 검사로 파악할 수 있다.


수치는 3.5ng(나노그램)/㎖ 이상이 정상이며 보통 10~20대에 절정에 달했다가 30대부터 매년 약 1%씩 감소한다. 다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노화가 주원인이지만 잘못된 생활습관이 남성호르몬 저하를 가속화한다.

과도한 음주와 흡연, 스트레스, 비만 등이 대표적이다. 당뇨, 고지혈증, 비만 등과 같은 대사증후군과 심혈관계 질환, 수면 부족 등도 요인이다.

◇성기능 이상에 근육 감소 증상…갱년기 남성 56% 우울증 동반

대표적인 남성 갱년기 증상으로는 ▲성욕 감퇴·발기부전과 같은 성기능 이상 ▲우울증, 분노, 무기력감 같은 정신적 증상 ▲근력과 근육량 감소, 내장 지방 증가 등이 있다. 이외에 배뇨 기능 감퇴, 만성피로, 불면증, 식은땀 등의 증상이 있으며, 복합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전체 남성 우울증 환자(29만 5246명) 가운데 40~69세 환자의 비율이 약 43.6%에 달했다.

이는 퇴직 등 직장 문제, 양육 등 경제적 부담과 함께 남성 갱년기가 큰 요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남성호르몬이 부족한 남성의 56%가 심각한 우울증이 있거나 우울 증상을 겪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비뇨의학과 박민구 교수는 "남성호르몬 저하를 방치하면 심혈관계 질환 발생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남성 갱년기를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삶의 질 향상뿐만 아니라 건강한 수명 연장에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남성호르몬 보충 치료 필요…임신 계획 등 있다면 피해야

남성 갱년기 치료는 남성호르몬 수치 회복을 통해 이뤄진다.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남성호르몬 보충 제제는 먹는 약과 바르는 겔, 근육주사제 등이 있다.

다만 일부 환자에서 혈색소 및 전립선 수치 상승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치료 전과 중간에 반드시 확인을 해야 한다.

또한 고환의 정자 생성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아이를 가질 계획이 있는 경우, 전립선암을 진단받았거나 심혈관계 질환으로 급성기 치료를 받은 지 6개월 이내의 경우에는 남성호르몬 치료를 시행하지 않는 것이 좋다.

◇아연·셀레늄·비타민D 섭취 도움…고강도 운동은 자제

남성 갱년기를 늦추기 위해 건강한 식습관이 중요하다.

남성호르몬 분비를 촉진하는 영양소인 아연, 셀레늄, 비타민D 섭취를 위해 굴(하루 3~6개, 이하 하루 섭취량), 토마토(1~2개), 계란(1~2개), 브로콜리(약 150g, 종이컵 1개), 마늘(1~2쪽), 석류(0.5개)와 연어(주 2~3회, 100~150g) 등을 먹으면 좋다.

다만 섭취량과 횟수에 집중하는 것은 스트레스를 부를 수 있으니 자주 골고루 섭취하는 것을 권장한다.

꾸준한 운동도 필수다.

빠르게 걷기, 조깅, 자전거 타기 등 유산소 운동은 주 3~5회, 하루 30분씩 하고 스쿼트, 팔굽혀펴기 등 근력 운동은 주 2~3회, 하루 30분씩 하면 도움이 된다.

다만 짧은 시간 대화를 하기 힘든 정도의 고강도 운동은 자칫 남성 호르몬 감소를 촉진할 수 있어 피하는 게 좋다.

박민구 교수는 "남성 갱년기는 노화 과정 중에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흔한 질환으로, 이를 방치하면 삶의 질 저하뿐 아니라 건강 수명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증상을 인지하는 즉시 정확한 진단을 통해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건강한 노년을 위해서는 규칙적인 운동, 균형 잡힌 식사, 스트레스 조절과 함께 전문의를 통한 남성 갱년기에 대한 주기적인 평가와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남성 갱년기 자가 진단 질문지

1. 성적 흥미나 성욕이 감소했습니까?

2. 피곤하고 기력이 없습니까?

3. 체력이나 지구력에 감퇴가 있습니까?

4. 전보다 키가 줄었습니까?

5. 삶의 즐거움이 줄었다고 느낀 적이 있습니까?

6. 울적하거나 괜히 짜증이 나십니까?

7. 발기가 예정보다 덜 강합니까?

8. 운동능력이 최근에 떨어진 것을 느낀 적이 있습니까?

9. 저녁식사 후 바로 잠이 옵니까?

10. 일의 능률이 최근에 떨어졌습니까?

→1번이나 7번 중 하나가 '예'이거나, 1번·7번을 제외한 나머지 문항 중에 3개 이상이 '예'이면 갱년기 증상이 있다고 판단한다(자료 출처=대한남성과학회).


[헬스가이드-남성 갱년기] 4050대 10명 중 3명 겪어…성기능 문제에…
 ◇박민구 교수가 남성 갱년기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사진제공=고려대 안암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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