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테크+] 사향고양이 똥 루왁커피…"지방·풍미 화합물 풍부"

기사입력 2025-10-24 08:20


'사향고양이'로 불리는 아시아 팜 시벳(Paradoxurus Hermaphroditus)이 잘 익은 커피 열매를 먹고 배설한 원두. 채집하기 전 현장에서 촬영한 사진. [Ramit Mitra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인도 카르나타카 지역에 있는 한 커피 농장의 잘 익은 로부스타(Robusta) 커피 열매. [Ramit Mitra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사향고양이'로 불리는 아시아 팜 시벳(Paradoxurus Hermaphroditus)이 커피 열매를 먹고 배설한 커피 원두는 전통 방식으로 수확한 원두보다 지방과 주요 풍미 화합물의 함량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인도 켈랄라중앙대 팔라티 앨리시 시누 교수팀은 24일 과학 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서 로부스타 커피 농장에서 야생 사향고양이의 배설물 속 원두를 수집해 분석한 결과 사람이 수확한 원두보다 지방과 유제품 향을 내는 화합물 함량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사향고양이가 커피 열매를 먹은 뒤 자연 발효와 효소작용이 일어나는 소화 과정에서 원두의 화학적 조성이 변해 향미가 강해지는 것 같다며 이 연구가 사향고양이 커피가 왜 귀하게 여겨지는지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루왁 커피'(kopi luwak)로 유명한 사향고양이 커피(civet coffee)는 독특한 맛과 향, 영양적 가치 등으로 전 세계적으로 가장 고급스럽고 비싼 커피 중 하나로 알려져 있으며, 원두 1㎏당 1천 달러가 이상에 판매되기도 한다.

이 커피의 원두는 보통 사향고양이로 불리는 아시아 팜 시벳이 잘 익은 커피 열매를 먹고 배출한 배설물에서 수확된다. 커피 열매의 과육은 사향고양이 배 속에서 소화되지만, 그 안의 원두는 소화되지 않은 채 배출된다.

연구팀은 루왁 커피는 100년이 넘게 생산, 판매돼 왔지만, 사향고양이의 배설물에서 수집하는 특이한 방식이 커피의 화학적 조성에 실제 변화를 일으키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를 밝히기 위해 인도 카르나타카 지역의 로부스타(Robusta) 커피 농장 5곳에서 야생 사향고양이 배설물 68개에서 수집한 원두와 각 농장에서 잘 익은 커피 열매를 사람이 전통적 방식으로 수확한 원두를 분석해 비교했다.

열에 민감한 화합물의 분해를 막기 위해 볶지 않은 원두를 분쇄해 가스크로마토그래피와 질량분석기로 휘발성 및 반 휘발성 화합물 등 구성 성분을 분석했다.

그 결과 사향고양이 커피 원두는 지방 함량이 전통 방식 수확 원두보다 40%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지방은 커피 향과 맛의 중요 요소라며 지방 함량 증가가 사향고양이 커피의 향미 강화에 기여한 것으로 같다고 설명했다.

또 유제품과 같은 부드러운 향과 맛을 내는 물질로 알려진 카프르산 메틸에스터와 카프릴산 메틸에스터 등 두 종류의 지방산 메틸에스터(FAMEs)도 사향고양이 커피에서 6~10배 높은 농도로 검출됐다.

연구팀은 사향고양이 커피의 이런 화학적 차이가 사향고양이 소화기관 내에서 커피 열매가 발효되는 과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구성 성분의 차이가 루왁 커피의 최종 풍미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출처 : Scientific Reports, Palatty Allesh Sinu et al., 'Civet Robusta and natural Robusta coffee are different on key fatty acid methyl esters and total fat',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8-025-21545-x

scitech@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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