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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연어를 사냥한 대형 맹금류 흰꼬리수리 앞에서 조류계의 조폭으로 불리는 까마귀와 까치 총 16마리가 감히 덤빈다.
겨울을 나기 위해 강릉시 남대천을 찾은 흰꼬리수리 한 마리.
흰꼬리수리가 잡아 온 싱싱한 연어를 빼앗아 먹기 위한 집단 공격이다.
사실 흰꼬리수리는 날개를 편 길이가 2m가 넘고 몸무게도 4∼5kg이나 나가는 데다 매우 날카로운 발톱과 부리를 가진 대형 맹금류다.
실제로 수컷 한쪽 날개 길이 56cm, 꼬리 25cm이며 암컷은 한쪽 날개 길이 67cm, 꼬리 33cm 정도로 암컷이 수컷보다 조금 더 크다.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 천연기념물인 매우 귀한 몸이기도 하다.
이런 대형 맹금류에게 크기가 새 발의 피인 까마귀와 까치가 집단으로 덤비는 일이 남대천에서 매일 벌어지고 있다.
이는 근육질 배우 마동석 앞에 어린애들이 떼로 덤비는 격이다.
특히, 다른 새에 비해 대뇌가 발달해 학습 능력이 좋은 새로 알려진 까마귀는 무리로 몰려와 흰꼬리수리를 물고 뜯으며 집단으로 괴롭힌다.
최고 15마리가 한꺼번에 날아와 흰꼬리수리의 주변을 둘러싸고 혼을 쏙 빼놓는다.
꼬리를 잡아당기는 놈이 있는가 하면 발을 공격하는 놈이 있고, 동시에 날아올라 등에 올라타 흰꼬리수리를 정신없게 만든다.
일부는 특유의 통통 뛰듯 걸으며 시선을 빼앗기도 한다.
또 다른 까마귀가 그 살점을 빼앗기 위해 자기들끼리 다툼을 벌이기도 한다.
계속된 시달림에 흰꼬리수리는 가끔 날카로운 발톱을 들거나 날개를 펴며 부리로 공격할 듯 조폭을 위협하지만 직접 위해를 가하지는 않는다.
그런 위협에 놀라 까마귀들은 모두 놀라 날아갔다가 다시 날아오면서 또다시 위협하며 흰꼬리수리가 팔뚝만 한 연어를 다 먹을 때까지 괴롭힘을 계속한다.
조폭 까마귀 서너 마리는 흰꼬리수리를 계속 쫓아가며 자신들의 영역 사수를 외친다.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흰꼬리수리는 까마귀와 까치, 가끔은 갈매기 무리의 집단 공격을 받지만, 어김없이 하루 1∼2차례 사냥을 나서고 조폭의 괴롭힘 속에서도 혼자 외롭지만 꿋꿋하게 겨울을 나고 있다.
강릉 남대천에서 벌어지고 있는 조폭과의 16대 1은 흰꼬리수리가 다수와의 싸움에서 이기는 상황 과장이나 허세가 아니라 생존이다.
yoo21@yna.co.kr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