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반 배정이 중요한데 레테를 보지 않으면 그게 잘 될지 모르겠다"(학부모 이모 씨) vs "완벽한 애들은 소수고 다 배우러 가는 입장인데 테스트가 웬말인지"(학부모 최모 씨)
영어유치원 레벨테스트(레테) 규제에 대해 지난 24일 목동 학부모들이 보인 반응이다.
학부모들의 찬반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레벨테스트 규제의 실효성에 관심이 쏠린다.
학원법 개정안은 학원 설립·운영자 등이 유아(만 3세부터 초등학교 취학 전 어린이)를 대상으로 모집할 때 또는 수준별 반 배정을 목적으로 시험이나 평가를 실시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영업정지 처분이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내용도 개정안에 포함됐다. 다만 유아가 학원 등에 등록한 이후 보호자의 사전 동의를 받아 교육활동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관찰·면담 방식의 진단 행위는 가능하도록 했다.
24일 목동 소재 유명 어학원 4곳에 3세 아이의 진학을 상담한 결과, 모두 레벨테스트는 하지 않는다고는 답했다.
학원들은 수업 스타일이 놀이형보다 학습형에 더 가깝다고 소개하면서도 등록할 시 레벨테스트를 따로 보지 않는다고 일관했다.
A어학원은 "아시다시피 정부가 레벨테스트를 규제하고 있지 않느냐"며 "그래서 저희도 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레테를 보지 않는 대신 원장님과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며 "반을 배정할 때는 아이들의 학습 수준이 아니라 나이대로 나눈다"고 설명했다.
B어학원은 "내년 신규(등록)의 경우 레벨테스트를 따로 보지 않는다"며 "알파벳 정도는 기본적으로 알고 오는 친구들이 많지만 레테를 보지 않기 때문에 (여기서는) 처음부터 같이 배울 수 있다"고 안내했다.
C어학원도 "내년에 5세인 신규인 경우 레벨테스트가 따로 없다"며 "아이마다 스피킹, 라이팅, 리딩 등 가진 강점이 다르기 때문에 6세나 7세가 된다면 그때 또 개인별로 상담해 반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 "비슷한 애들끼리 해야" vs "확실하게 규제해야"
같은 날 목동 학원가에서 만난 학부모들은 레벨테스트 규제에 대해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이모(37) 씨는 현재 7세 자녀가 영어유치원에 다닌다며 "레테는 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그는 "제 아이는 이미 (영유에) 다니고 있으니 지금 (영유 레테 금지) 규제 대상이 아니긴 하다"면서도 "그렇지만 들어갈 땐 레테를 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같은 학부모 입장에서 본다면 어쨌든 애가 좀 더 영어를 잘 배웠으면 하는 마음으로 비싼 돈 주고 영유를 보내지 않냐"며 "비슷한 실력 가진 애들끼리 같이 으쌰으쌰 해서 성장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시영(33) 씨는 "아이가 내년에 5살이 된다"며 "아이가 아직 한글도 잘 모르는데 (영유에) 보내면 더 독이 될까 싶어 보낼 생각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아는 엄마는 애가 6살인데 영유에 애를 보내고 있다"며 "레테가 금지된다는 소식이 몇 달 전에 딱 나왔을 때 그 엄마랑 다른 엄마들이랑 잘됐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최모(36) 씨도 "우리 애가 들어갈 땐 레테를 봤는데 긴장됐다. 레테는 애가 보는데 제가 다 떨렸다"며 "이제 없어진다고 하니 다행"이라고 밝혔다.
학부모들은 다양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규제가 장기적으로 효과를 보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레테에 찬성한 이씨는 "저는 일단 (레테 규제에) 반대 입장이긴 하지만 어쨌든 레테를 규제한다고 하면 확실하게 규제해야 한다"며 "레테를 안 한다 하면서도 몰래 보는 일이 일어날 수 있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레테에 반대한 김씨는 "형식상으로만 없지 이게 다른 유형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어 "애들이 너무 어린 나이에 고생을 하니까 이걸 좀 보완하려는 목적에서 (규제가) 나온 거라고 생각한다"며 "근데 이 규제가 장기적으로 정말 효과가 있으려면 더 열심히 감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씨도 "뉴스 보니까 금지인데 어디는 몰래 봐서 적발되고 그런다더라"며 "이런 구멍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하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 온라인서도 의견 분분…"학부모 불안심리 가라앉혀야"
28일 학부모들이 모인 일명 '영어유치원 맘카페'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이번 개정안이 잘 자리를 잡아서 올바른 영유교육의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에요"(네이버 이용자 '강***')처럼 규제에 찬성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7세 고시 없어지면 대혼란일 듯"(네이버 이용자 '영***'), "(규제를) 적당히 하면 순기능도 있을 듯하지만, 무슨 입시도 아니고 너무 지나친 감이 있어 이해가 좀 안 된다"('우***'), "우리 아이가 잘하는 아이들 그룹에서만 배우길 바라는 부모들 마음을 나라에서 없앨 수 있지 않는 한 한국 사교육은 바뀌지 않는다"('서***') 등 반대의 목소리도 크다.
입학 전 상담이 '테스트 면접'으로 둔갑하는 등 편법이 바로 등장할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누리꾼들은 "말만 레테라 안 하는 것일 뿐 트라이얼 클래스(trial class·맛보기 수업)라고 말 붙이고 테스트 보는 거 아닌가요"('서***'), "오픈클래스 같은 걸로 대놓고 테스트는 아니지만 그래도 설명회 시간에 아이들 봐주는 명목으로 암암리에 평가하지 않을까 싶어요"('경***') 등 제도의 실효성에 대해 우려했다.
한문섭 한양대 사범대학 영어교육과 명예교수는 "유아들이 레벨테스트와 같이 지나친 영어 선행학습에 노출되면 발음 하나는 좋아질지 몰라도 정작 초등학교에 들어가 영어를 배울 때 흥미를 잃을 수 있다"며 "오히려 실력이 늘지 않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영어유치원이 레벨테스트로 입학 합격 유무를 가리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면서도 "법으로 규제하면 아마 다른 편법이 또 나올 수 있다"고 짚었다.
한 교수는 그러면서 "결국 선행학습을 안 했을 시 나타나는 학부모들의 불안심리를 가라앉히는 게 중요하다"며 "영어 선행학습이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제언했다.
ju@yna.co.kr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