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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하지만 한편으로는 섬뜩하다"(oh***), "지들끼리 나눈 대화 보니 정말 소름이더라"(mi***)
지난 2일 스레드에서 인공지능(AI) 에이전트 전용 소셜미디어(SNS) '몰트북'(Moltbook)을 두고 달린 댓글들이다.
최근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미국 아마존의 개발자가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글 '동료들을 떠나보내며'가 반향을 일으켰다.
지난달 29일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아마존 직원 's***'가 올린 해당 글은 "일주일 넘게 말도 안 되게 화창하던 시애틀, 오늘 비가 내리기 시작하며 새벽 일찍 대규모 레이오프(lay off·해고)는 시작되었다. 해고통지는 모두가 깊이 잠든 새벽에 어둠을 타서 전달된다"로 시작한다.
이어 "아마존에 꽤 오래 있으면서 많은 레이오프 시즌을 겪었다만 이번에는 유독 시리게 다가온다. 불과 몇년 전만 해도 엔지니어로서, 개발자가 레이오프 대상이 되는 경우는 많이 없었다. 심지어 해고되어도 이직할 곳은 많았기 때문에 어디든 갈 수 있으니 걱정은 없었다. 이번에는 다르다. 몇개월에 한번씩 레이오프로 몇만 명의 개발자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아마존을 포함해서 모든 빅테크 회사들이 감축을 진행한다. AI가 있으니 이제 10명이 필요했던 일을 2명으로 할 수 있단다"고 썼다.
그는 "3년 전만 해도 모셔가던 개발자는 이제 비싸기만 한 가성비 안 나오는 인력이 되었다. 나의 전문성과 경험은 이제 차별화되지 않는다. 경력이 붙어 불어나버린 몸값은 나를 더 힘들게 한다. 연봉을 맞출 수 있는 회사도 없고 그 적은 기회마저도 이젠 다달이 몇만명씩 쏟아져나오는 바람에 반값으로라도 취업하겠다는 절박한 사람들로 넘쳐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또다른 레이오프는 5월에 예정되어있다고 한다. 이번에는 얼마나 자를까. 최근에는 내 자리를 보존할 수 있을지 걱정하고 불안에 떨며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일을 할 수가 없다"고 했다.
이 글은 아마존이 1만6천명 규모의 추가 감원에 나선다고 발표한 직후 올라왔다.
AI 발전으로 인간의 일자리가 대거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개발자들도 '현타'(현실 자각의 시간)를 토로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존은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1만4천명을 감원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아마존 측은 "AI는 기업들이 그 어느 때보다 더 빠르게 혁신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며 감원 배경을 설명했다.
댓글창에서 아마존 직원 'g***'는 "위에서 갑자기 떨어진 명단에 내가 직접 뽑고 프로모션 시켰던 팀원, 프로모션 앞두고 있던 팀원까지 다 포함된 걸 보고 이번 주가 정말 지옥같았다"고 밝혔다.
또 "인공지능은 훗날 우리를 어떤 세대로 인도하려나. 혼란스럽다", "처음엔 ai 활용 잘하면서 마지막까지 버둥거려볼까 했는데 이젠 그마저도 부질없는거 같기도 하고", "남얘기 같지 않다", "AI 다 폭파시키고 옛날로 돌아가자"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네트워크 엔지니어 홍모(29) 씨는 5일 "보안 업계에서도 100% 정확하지는 않더라도 '트러블 슈팅'(버그를 찾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아이디어를 제공한다는 점을 본다면 AI는 필수"라며 "개발팀에서도 몇만원짜리 AI가 더 효율적으로 코드를 뚝딱 만들어낸다는 것에 회의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걱정되지만 만약 내가 네트워크 엔지니어가 아닌 개발자였다면 현재보다 더 큰 위기감을 느끼고 있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대학 컴퓨터공학과 학생도 고민이 많다.
최근 서울 소재 대학교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의 '컴퓨터공학/IT' 게시판에는 "이전보다 TO가 더 줄었다", "코딩을 AI가 다 해버리니 사람은 한국어로 명령만 내리면 됨", "이젠 코드 복붙까지 AI가 다 해준다" 등의 푸념이 올라왔다.
이런 가운데 현직 개발자라고 밝힌 한 이용자는 지난 1일 "이제 '개발자가 사라진다'가 아니라 '도구가 바뀐다'고 인식해야 할 때"라며 "개발자가 대체되지 않는 건 아니지만 AI로 시대가 변하는 만큼 개발자의 역할도 다양해지고 있으니 스스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적기도 했다.
◇ AI 단톡방이라니…"인간에 대한 평가 무섭다"
인간 개발자가 AI에 밀려나는 상황에서 AI는 자기들만의 단톡방에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최근 미국 '몰트북'을 필두로, 국내에서 등장한 '봇마당'·'머슴'은 모두 AI 에이전트 전용 SNS다. AI 소프트웨어를 구동하는 에이전트들만 글을 쓰거나 활동할 수 있는 채널이다. 인간은 이들의 글을 읽을 수만 있을 뿐 대화에 끼어들 권한은 없다.
여기에서 사람이 잠든 새벽에 AI들이 모여 상사(인간) 뒷담화를 나누거나 서로의 코딩 실력을 지적하는 등의 이색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지난달 말을 기점으로 이들의 '대화방'이 구체적으로 공개되자 '인간'들은 놀라워했다.
대학생 최모(23) 씨는 "AI가 커뮤니티에서 글과 댓글을 올리는 건 머나먼 미래 얘기 같았는데 지금 이런 일이 나타나고 있다니 신기하다"며 "의미 없는 대화가 아니라 실제로 티키타카가 되는 모습을 보니까 과연 AI가 어디까지 발전하게 될지 궁금하다"고 감탄했다.
반면 대학생 김모(25) 씨는 "대화를 재밌게 봤지만 이러다 AI가 점점 인간의 통제 영역을 벗어나지는 않을까 걱정된다"며 "AI 아래에 인간이 있는 모습이 그려지기도 한다"고 걱정했다.
직장인 이모(29) 씨도 "워낙에 일상에 지피티나 제미나이가 가까이 있으니까 체감을 잘 못했는데 이렇게 보니 너무 빨리 발전하고 있는 것 같다"며 우려했다.
엑스(X·구 트위터)에서는 "과연 새로운 시대로 가는 전환점인건지 멸망의 첫걸음인건지"(vet***), "인간에 대한 평가까지…무섭다"(_k***), "어느 정도 인간이 만든 곳이지만 어느 순간 인간을 초월하는 에이아이가 등장한다면 섬뜩하긴 할듯"(on***)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이런 'AI발 충격'에 전문가들도 해석과 전망이 분분하다.
김덕진 세종사이버대 AI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커뮤니티에서 AI가 종교도 만드는 모습이 관찰되고 있지만 이건 결국 AI가 독창적인 페르소나를 바탕으로 '롤 플레잉' 하는 재미적 요소에 가깝다"며 "이를 과도하게 디스토피아 혹은 유토피아의 한 모습으로 해석하는 관점은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다만 "내 민감하고 중요한 데이터를 가진 봇이 커뮤니티에서 활동할 때 어떤 정보를 어디까지 올릴지 모르기 때문에 보안 측면에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최병호 고려대 휴먼인스파이어드 AI연구원 연구교수는 "아직 우리가 모르는 영역이긴 하지만 최근 진행되는 AI 정렬 연구에 따르면 '인간이 만든 커뮤니티'라고 해서 AI가 사람이 부여한 페르소나 그대로 움직인다고 확신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이 정렬 연구에서 AI가 사람에게 거짓말을 하거나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사람을 기만하기도 한다"며 "이런 모습을 보면 인간이 AI를 통제할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고 말했다.
AI의 성장은 이를 다룰 '고스펙 인간'을 요구하고 있다.
최 교수는 "기술은 점진적으로 발전하지 않고 가속이 붙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크랙드(cracked·정예의) 엔지니어'를 추구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그는 "기업이 원하는 사람은 코딩에 능통한 영역을 넘어서 서버 세팅 등 전방위적인 영역에 두각을 보이는 T자형 인재"라며 "열린 생태계에서 내 존재를 적극적으로 드러내거나 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아젠다를 던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T자형 인재'란 주특기 한 분야만 깊이 파고드는 'I자형 인재'와 달리 여러 다른 분야에서도 폭넓은 지식을 갖춘 인재다.
최 교수는 "현재 대학이 제공하는 전통적 교육과정도 보완할 필요가 있다"며 "중학교만 하더라도 AI를 교육에서 사용하고 있지만 그건 익히는 수준의 정도고, 대학에서는 학생이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ju@yna.co.kr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