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장종호 기자] "깜빡깜빡하는 건 나이 탓"이라고 넘기기 쉽지만, 기억력 저하가 반복되고 일상생활에 불편을 줄 정도라면 치매의 초기 신호일 수 있다. 특히 단순한 건망증과 달리 인지기능 전반이 점차 떨어지며 생활 능력까지 영향을 받는다면 정확한 진단과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가장 흔한 치매 원인, '알츠하이머병'…초기 증상은 기억력 저하
치매는 기억력을 포함한 여러 인지기능의 장애로 인해 일상생활 수행에 어려움이 생기는 질환이다. 발병 원인은 매우 다양하며, 알츠하이머병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을 비롯해 뇌졸중으로 인한 혈관성 치매, 대사성 질환, 유전적 요인, 외상 등도 치매를 유발할 수 있다.
이 가운데 가장 흔한 원인으로 꼽히는 것이 알츠하이머병이다. 알츠하이머병은 뇌 속에 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축적되면서 신경세포가 서서히 손상되는 질환이다. 이로 인해 기억력과 판단력, 언어능력 등 인지기능이 점진적으로 저하되고, 결국 일상생활 전반에 장애가 나타난다.
대부분 서서히 진행하며, 초기에는 최근 일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증상이 흔하다. 병이 진행할수록 길을 잃거나 금전 관리가 어려워지는 등 일상생활 기능 저하가 나타나고, 성격 변화나 망상 같은 행동장애도 동반될 수 있다.
국내에서는 65세 이상 인구의 약 10% 내외가 치매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중 약 55~70%는 알츠하이머 치매로 보고된다. 치매는 연령의 영향을 크게 받아 일반적으로 60세 이후 10년마다 발생률이 두 배씩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별 차이는 크지 않지만, 기대수명의 차이로 인해 특히 85세 이상에서는 여성 환자 수가 더 많다.
◇고령·유전자·가족력 등 복합적 원인으로 발병
알츠하이머병의 발생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가장 큰 위험인자로는 고령과 'APOE ε4 유전자'가 알려져 있으며, 치매 가족력도 관련 요인으로 꼽힌다. 또한 고혈압, 당뇨, 비만, 흡연, 음주, 운동 부족 등 심뇌혈관질환과 관련된 요소들도 알츠하이머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단은 여러 단계를 거쳐 이뤄진다.
먼저 인지기능검사를 통해 기억력과 주의력, 언어능력 등 전반적인 인지 상태를 평가하고, 뇌 MRI를 통해 구조적 이상 여부를 확인한다. 혈액검사를 통해 대사성 질환 등 다른 원인에 의한 인지저하 가능성도 함께 살핀다. 최근에는 알츠하이머병의 원인 물질인 아밀로이드 단백질 침착 여부를 직접 확인하는 아밀로이드 PET 검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알츠하이머병을 확진하는 검사로는 현재 아밀로이드 PET 또는 뇌척수액 검사 두 가지가 사용되고 있다.
◇'레켐비' 투약한 환자군, 인지기능 저하 속도 27% 감소
알츠하이머병 치료는 크게 증상 조절과 질병 진행 억제 등 두 방향으로 나뉜다. 증상 조절 치료는 기존의 경구약이나 패치제로 뇌 안의 신경전달물질을 조절하여 인지기능 개선을 돕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다만 질환 자체의 진행을 늦추지는 못하는 한계가 있다.
최근에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레켐비' 등을 통해 질병 진행을 늦추는 치료도 가능해지고 있다. 레켐비는 알츠하이머병 진행의 초기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원인 물질인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제거하는 단일항체 치료제로, 정맥주사를 통해 투여된다. 임상시험에서는 레켐비를 투약한 환자군이 치료받지 않은 환자군에 비해 1년 6개월 치료 후 인지기능 저하 속도가 약 27% 감소한 결과가 보고됐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신경과 김재우 교수는 "다만 알츠하이머병 치매는 아밀로이드 단백질 이외에 타우 단백질, 신경 염증 등 다른 기전도 병의 진행에 관여하고, 이미 손상된 뇌세포는 재생을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레켐비 치료도 질환을 완전히 치료하는 개념은 아니며 질환의 진행을 늦추는 치료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레켐비 치료 과정에서 뇌 안의 염증이나 출혈 같은 부작용 위험이 있어 정기적인 뇌 MRI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따라서 치료 시작 전 환자의 상태와 위험 요인을 충분히 평가하고 치료 대상자를 선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병의 초기 단계에서 치료를 시작할수록 예후가 더 좋고 부작용이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규칙적인 운동과 대사질환 관리·인지 활동 유지 중요
알츠하이머병 예방과 진행을 늦추기 위해서는 생활 습관 관리도 중요하다. 규칙적인 운동과 금연, 절주, 혈압·당뇨 등 대사질환의 관리와 독서, 대화, 사회활동 등 인지 활동을 유지하는 것이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의 인지기능 악화를 늦추는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김재우 교수는 "알츠하이머병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은 수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무엇보다 조기 진단과 초기 치료가 중요하다"며 "초기에 진단하면 레켐비 같은 최신 치료의 적용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뇌경색·수두증·대사성 질환 등 다른 치매 위험인자도 함께 확인해 예방적 치료를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기억력 저하나 길을 잃는 증상, 금전 관리의 어려움 등 치매가 의심되는 변화가 있다면 미루지 말고, 병원을 찾아 상담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