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SPA(제조·유통 일괄형) 패션 시장에서 유니클로가 1위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무신사 스탠다드가 빠른 성장 속도를 앞세워 추격에 나섰다. 외형 확장과 소비자 접점 확대를 기반으로 시장 내 존재감을 빠르게 키우면서 양사 간 경쟁 구도가 한층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변화의 신호는 20대 소비자 인식에서 먼저 나타나고 있다. 리서치 전문 기업 오픈서베이가 20대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무신사 스탠다드는 '현재 가장 대세라고 느끼는 브랜드'에서 44.9%로 1위를 기록하며 유니클로(22.0%)를 크게 앞섰다. 특히 '향후 구매 의향' 항목에서 무신사 스탠다드가 71.5%의 응답률로 1위를 기록한 점은 소비 흐름의 이동 가능성을 시사한다.
실적에서도 양사의 격차와 추격 구도는 동시에 드러난다. 유니클로 한국 법인 에프알엘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1조3524억 원, 영업이익 2704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27.6%, 81.6% 증가했다. 수익성과 규모 측면에서 여전히 국내 SPA 시장 내 확고한 1위다.
반면 무신사 스탠다드는 성장 속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온·오프라인 합산 판매액은 약 47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약 40% 증가했으며, 올해 1분기 오프라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86% 늘었다. 매출 규모에서는 격차가 존재하지만, 성장률 측면에서는 빠르게 간극을 좁히고 있다는 평가다.
전략 차이도 뚜렷하다. 유니클로는 기존 점포 리뉴얼과 대형 매장 중심 운영을 통해 효율성과 수익성을 강화하고 있으며, 무신사 스탠다드는 온라인 기반 고객을 오프라인으로 확장하며 점포 수를 빠르게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 같은 전략은 핵심 상권에서의 정면 승부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서울 명동은 최근 양사의 경쟁이 가장 상징적으로 드러나는 지역이다. 유니클로는 지난 22일 명동에 국내 최대 규모의 글로벌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하며 상권 복귀를 본격화했다. 2021년 명동중앙점 철수 이후 약 5년 만이다.
무신사 스탠다드도 맞대응에 나섰다. 오는 9월 명동에 '명동중앙점'을 새롭게 오픈할 예정으로, 기존 매장에 더해 추가 거점을 확보하게 된다. 앞서 운영 중인 명동점의 경우 매출 절반 이상이 외국인 관광객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이번 출점 역시 글로벌 수요 공략을 겨냥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대형 플래그십과 추가 출점이 맞물리면서 명동 상권은 단순한 점포 경쟁을 넘어 브랜드 상징성과 관광 수요를 둘러싼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양사의 경쟁이 내수 시장을 넘어 글로벌 소비자 접점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방 상권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이어진다. 대구 동성로 등 주요 상업지에서 두 브랜드가 인접 출점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주요 쇼핑몰 내 동시 입점도 확대되는 추세다.
이처럼 소비자 인식과 실적, 유통 채널 전반에서 경쟁이 심화되면서 업계에서는 두 브랜드를 묶어 '유무(유니클로·무신사 스탠다드)'로 지칭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SPA 강자와 토종 브랜드 간 경쟁을 넘어, 두 브랜드 중심으로 시장을 설명하려는 새로운 프레임이 형성되고 있다는 의미다.
패션 업황 전반이 둔화된 가운데서도 두 브랜드가 나란히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 역시 주목된다. 가성비 중심 소비와 베이직 의류 수요 확대라는 공통 환경 속에서 서로 다른 전략으로 시장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니클로가 안정적인 수요와 수익성을 기반으로 선두를 유지하는 가운데, 무신사 스탠다드가 빠른 성장 속도로 격차를 좁히고 있다"며 "최근에는 두 브랜드를 하나의 경쟁 축으로 묶어 보는 시각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소형 기자 compact@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