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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Live]미뤄진 피겨 페어 '남북 재회', 하지만 '선의의 경쟁' 시작됐다

임정택 기자

기사입력 2018-02-04 19:40


평창올림픽 피겨 국가대표 최종선발전 겸 '2018 코리아 피겨스케이팅 챔피언십' 대회가 7일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렸다. 페어스케이팅 감강찬-김규은 조가 멋진 연기를 펼치고 있다.
목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01.07/

한국 피겨스케이팅 선수단이 4일 강릉에 첫 발을 내디뎠다. 주인공은 페어 종목의 김규은(19)-감강찬(23). 이날 '빙속 간판' 이승훈을 비롯한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선수들도 입촌했다.

주목을 끌었던 건 단연 '남북 재회.' 김규은 감강찬의 '절친'은 북한 피겨스케이팅 페어 렴대옥(19)-김주식(26)이다. 렴대옥-김주식은 1일 강원 양양국제공항을 통해 북한 선수단 본진의 일원으로 입국했다. 렴대옥-김주식은 2, 3일 이틀 간 훈련을 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부푼 기대감으로 김규은과 감강찬은 강릉 선수촌에 입성했다. 렴대옥 김주식을 만나고 싶었지만 간발의 차이로 어긋났다. 김규은 감강찬이 강릉 선수촌에 도착한 건 오전 11시쯤. 렴대옥-김주식은 공식 훈련을 위해 강릉 아이스아레나행 버스에 탑승해 있었다. 김규은 감강찬은 그 소식을 듣고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감강찬은 렴대옥에게 전할 생일 선물까지 준비해 왔다. 렴대옥의 생일은 지난 2일이었다.

남북 재회는 하루 늦은 5일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공식훈련 C조에 배정됐다. 이날 오후 3시~오후 6시10분, 오후 8시10분~오후 10시20분 총 두 차례 피겨스케이팅 페어 종목 공식 훈련이 예정돼 있다. 북한은 지금까지 한 차례만 훈련하고 있다. 시간대 선택을 맞추면 동시에 훈련을 할 수 있다. 만남이 성사되면 남북 선수가 한국 무대에 선 최초의 사례가 된다.

렴대옥-김주식을 향한 애틋한 마음은 일방적인 감정이 아니다. 렴대옥과 김주식도 김규은 감강찬과의 만남을 학수고대했다. 지난 3일 공식훈련을 마치고 선수촌에 복귀한 김주식은 "감강찬의 어깨 좀 나았나. 경기장에서 만나고 싶다"고 했다. 이는 감강찬이 어깨 부상으로 지난달 대만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 대회 기권한 것을 두고 한 말이었다.

지난해 2월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에서 빙판 위 '선의의 경쟁'을 펼쳤던 '남북 절친.' 그들의 우정이 본격적으로 깊어진 건 2017년 여름이었다.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전지훈련을 함께 했다. 김규은-감강찬과 렴대옥-김주식은 브루노 마르코트 코치 밑에서 함께 배움의 시간을 가졌다. 김규은-감강찬은 김밥을, 렴대옥-김주식은 김선현 북한 코치가 담근 배추김치를 나누며 우정을 키웠다.


4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공식 훈련을 하고 있는 북한 피겨스케이팅 페어 대표 렴대옥(오른쪽)과 김주식.
우여곡절도 있었다. 지난달 남북 단일팀 논의가 이루어지면서 렴대옥-김주식 조가 단일팀 페어 대표로 합류하고, 김규은-감강찬 조가 제외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당시 감강찬은 "생각을 하지 않으려 하지만 이런 이야기가 나오면 기분이 좋지는 않다"고 했다. 김규은도 "주변에서도 내가 흔들릴까 최대한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훈련에만 집중할 것"이라며 심경을 전했다. 하지만 결국 페어 남북 단일팀이 구성되지 않으면서 평창올림픽에서 남북 절친들은 선의의 대결을 펼칠 수 있게 됐다.

당초 지난달 ISU 대만4대륙피겨선수권에서 맞대결이 성사될 수 있었지만 무산됐다. 감강찬의 어깨 부상으로 김규은-감강찬 조는 기권했다. 반면 렴대옥-김주식 조는 자신들의 ISU 공인 개인 최고점을 경신(180.09점→184.98점)하며 동메달을 차지했다.


한편 렴대옥은 4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진행된 공식 훈련 후 믹스트존에서 '김규은 감강찬 조 만날 수도 있는데 어떤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런 걸 여기서 어떻게 말합니까"라고 웃으며 짧게 답한 뒤 빠르게 지나쳤다. 믹스트존 출구 부근에 도달한 김주식도 한 마디 거들었지만, 강한 억양으로 의미를 파악하기 어려웠다. 렴대옥-김주식은 훈련 초반 4~5분 간 가볍게 몸을 풀었다.

비틀즈의 '어 데이 인 더 라이프'(A day in the life)에 맞춰 쇼트 프로그램 훈련을 한 렴대옥-김주식은 캐나다 가수 지네트 레노의 노래 '주 쉬 퀸 샹송(Je suis qu'une chanson)'에 맞춰 프리 스케이팅 연기를 소화했다. 프리 스케이팅 연기 중 렴대옥은 점프 과제 후 착지하다 넘어지는 실수를 하기도 했다.


강릉=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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