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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며칠 동안, 국민들의 아침 시간은 낯선 동계스포츠 컬링으로 채워졌다. 한국 컬링 믹스더블 대표팀의 장혜지(21)-이기정(23·이상 대한컬링경기연맹)조가 젊은 패기로 세계 상위권 팀들에게 두려움없이 맞섰다. 장혜지는 중국, OAR(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에 연장 접전 끝에 패하고도 환하게 웃으며 다음을 기약하는 젊은이의 '유쾌함'을 보여주었다. 이기정의 큰 세리머니도 관중에게 볼거리가 됐다.
장혜지-이기정은 지난 8일 이번 대회 우리나라 선수단의 첫 경기 핀란드전(9대4)을 승리하면서 테이프를 잘 끊었다. 그들의 이번 대회 목표는 PO 진출이었다. 꿈은 이뤄지지 않았다. 올림픽 첫 도전에서 시련을 경험했다. 예선 7경기에서 2승5패. 핀란드와 미국(9대1)을 제압한 반면 중국(7대8) 노르웨이(3대8) OAR(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5대6), 스위스(4대6) 캐나다에 졌다. 우승후보로 꼽힌 OAR, 세계 정상권의 중국과 연장 접전까지 벌였다. 장혜지-이기정은 세계적인 강호들을 위협했다.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팽팽하게 맞섰고 우승 후보들과 미세한 차이를 보였다. 장혜지-이기정은 세계 컬링이 주목하는 '다크호스'로 손색이 없었다.
장혜지는 이번 올림픽 믹스더블 출전 선수 중 최연소다. 컬링 경력도 이제 4년으로 아직 큰 대회 경험이 부족하다. 그는 고교 2학년때 친구따라 컬링을 시작했다고 한다. 파트너 이기정은 중학교 1학년 때 체육 선생님의 추천으로 쌍둥이 형 이기복(컬링 국가대표로 이번 올림픽 남자 4인조에 출전한다)과 함께 컬링을 시작했다. 이제 10년쯤 됐다. 장혜지-이기정 조합이 만들어진 건 3년째. 이번에 대결한 상대들과는 경력 면에서 하늘과 땅 차이다.
장혜지는 대회를 마친 후 인터뷰에서 "나는 아직 오빠에게 부족한 사람이다. 오빠가 자기 일 하기도 바쁜데 날 잘 챙겨주었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그는 중국전 연장 9엔드 마지막 샷이 정확하게 들어가지 않아 패배한 게 계속 아쉬움으로 남았다. 장반석 대표팀 감독은 "첫 올림픽에서 잘 했다. 연장전 갔던 두 경기(중국전, OAR전)를 잡지 못한 게 아쉽다. 한국 컬링이 짧은 시간에 많은 발전을 이뤘다. 4년 후 베이징올림픽엔 출전권을 따서 나가야 한다. 올림픽에 간다면 메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 컬링은 1994년 세계컬링연맹에 가입했고, 4년전 소치대회 때 처음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짐 코터 한국 대표팀 코치(캐나다 출신)는 "(장혜지-이기정의 재능에) 그들은 경력에 비해 잘 하고 있다. 계속 더 잘 할 수 있을 것이다"면서 "장혜지와 이기정은 서로 너무 잘 지내고 있다. 매우 친하고 또 서로를 신뢰하고 있다. 장혜지와 이기정이 너무 유쾌하다"고 말했다.
남녀 1명씩 한팀을 이루는 믹스더블은 이번 대회부터 첫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기존 남녀 4인조에 믹스더블까지 총 3개의 금메달을 놓고 싸운다. 컬링은 양팀이 표적(하우스) 중심에 많은 스톤을 위치시키면 이기는 경기다. 믹스더블은 기존 4인조 보다 빠른 경기 진행이 가능하다. 6개 스톤(4인조 8개)을 사용하며 또 8엔드(4인조 10엔드)로 경기 시간이 짧다.
이번 믹스더블에는 한국 미국 중국 캐나다 스위스 노르웨이 핀란드 OAR까지 8팀이 출전했다. 예선은 참가팀 전원이 한번씩 총 7경기씩을 해 상위 4팀이 PO로 우승을 가린다.
강릉=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