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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싸늘해진 시선. '추락한 매스스타트 간판' 김보름(25·강원도청)은 큰절로 사죄했다.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그렇게 나선 올림픽. 뜻하지 않은 돌발 상황이 생겼다. 지난 19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펼쳐졌던 여자 팀추월이었다. 김보름은 박지우(20·한체대) 노선영(29·콜핑)과 함께 준준결선에 나섰다. 기록은 3분03초76. 수치상으론 나쁘지 않았다. 한국 여자 팀추월이 올림픽에서 거둔 최고 기록이다. 종전 기록은 2014년 소치올림 준준결선에서 작성된 3분05초28. 당시 김보름 노선영이 양신영과 함께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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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폴란드와의 팀추월 7~8위 결정전. 흥미로운 상황이 벌어졌다. 노선영의 선수 소개 땐 함성이 쏟아졌다. 김보름 차례엔 싸늘한 침묵만 흘렀다. 당시 김보름의 대표자격 박탈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서명 국민 수는 60만명에 육박했다.
김보름은 진지하게 매스스타트 불출전을 고민했다. 코칭스태프에겐 자신의 불출전 의사를 전하기도 했다. 동시에 심리치료도 병행했다. 흔들렸지만 올림픽 메달 꿈까지 버릴 순 없었다. 마음을 다잡으려 안간힘을 다했다. 그런데 매스스타트 경기를 하루 앞둔 23일, 노선영은 자신이 출전하지 않는 매스스타트 훈련에 모습을 드러내 믹스트존 인터뷰를 했다. 그는 "올림픽이 끝난 뒤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것"이라고 했다. 여론의 화살은 또 김보름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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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전의 24일. 여자 매스스타트 준결선 출발선에 선 김보름. 며칠 전까지만 해도 냉랭하던 분위기가 바뀌었다. 따뜻했다. 관중들이 환호로 김보름을 맞이했다. 김보름은 입술을 꽉 문채 빙판을 응시했다. 준결선에서 6위로 결선에 올랐다. 영리한 경기 운영이 돋보였다. 관중석에선 "김보름! 김보름!" 환호가 터져나왔다. 그리고 결선. 차분히 기회를 노리던 김보름은 막판 질주로 2위에 올랐다. 7000명의 관중의 목소리는 하나. "김보름!"이었다. 레이스를 마친 김보름은 관중 앞에 섰다. 무릎을 꿇었다. 차디찬 빙판에 뜨거운 이마를 맞댔다. 큰절. 관중들은 박수갈채를 보냈다. 논란을 환호로 바꾼 김보름의 '은빛 질주.' 그 마침표는 뜨거운 큰절이었다. 첫 올림픽 매스스타트 메달리스트 등극의 환희에도 김보름은 말을 아꼈다. "국민들께 죄송합니다." 이 한마디만 되풀이했다.
강릉=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