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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오후 강원도 횡성군 송호대 체육관 A코트, 1m55 네트를 사이에 두고 한치 양보 없는 '세팍타크로' 한판 승부가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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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 후 상기된 표정의 '춘천아이들'은 서로에게 공을 돌렸다. 준혁이는 "친구들이 잘해줘서 재미있게 했어요. 21-24서 이길 줄 몰랐는데…. 이겨서 너무 기쁩니다"며 활짝 웃었다. 남춘천중 3학년 친구들인 신우식(15), 박상영(15), 이 율(15)은 "세팍타크로는 이번이 처음인데 너무 재미있어요"라고 입을 모았다. 준혁이는 반전 승리를 이끈 MVP로 '서브가 좋았던 동생' 율이를 뽑아올렸다. '국대형'의 폭풍 칭찬에 소년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질 줄 알았는데 국가대표 형이 잘 이끌어주셨어요"라며 '에이스 형님'에게 공을 돌렸다. 준혁이가 "선수끼리 할 때는 내 것만 하면 되지만 이 친구들과 할 때는 팀을 이끌어야 하고 안정적으로 해야 해서 어려웠어요"라고 고충을 털어놓자 우식이는 "국가대표는 확실히 달랐어요. 완전 자랑스러워요. 헤딩도 멋있고, 마지막 패스도 진짜 안정적이었어요"라며 감탄사를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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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춘천아이들' 옆 B코트에선 '개구쟁이 횡성토박이들'의 여자부 경기가 펼쳐졌다. '세팍타크로 선수' 이수민(17·횡성여고)과 동갑내기 김태연, 배지윤, 이세인으로 구성된 이 팀은 수민이가 횡성에서 함께 나고 자란 같은 학교 절친 3명을 영입, 급조(?)한 팀이다. 에이스 수민이가 공격, 수비를 척척 해내는 뒤에서 친구들이 몸을 던졌다. 태연이는 "무슨 대회인지 몰랐는데 수민이가 설명해줘서 나오게 됐어요"라고 출전 동기를 밝혔다. "세팍타크로 '세'자도 몰라도 된다고 해서…"라는 지윤이의 솔직한 답엔 웃음이 터졌다. 수민이는 "친구들도 재미있을 것 같아 꼭 함께 해보고 싶었어요. 처음 하는 거니까 승패보다 즐기면서 하자고 했어요. (친구들에게)헤딩 기술도 가르쳐줬어요"라며 생긋 웃었다. "친구들이 즐겁게 해줘서 고마웠어요"라는 진심에 친구들은 "함께 뛰면서 '선수' 수민이를 더 잘 이해하게 됐죠"라고 했다. "발에 맞추기도 어렵고, 공도 딱딱하고…. 수민이가 발 아프다고 했는데 해보니 이해가 됐어요"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수민이는 "처음엔 다가서기 힘든 종목이지만 발에 맞춰보고 공을 넘겨보면 정말 재미있는 운동이에요. 내년 항저우아시안게임 땐 비인기종목이지만 이 친구들과 다같이 보면서 즐겼으면 좋겠어요"라며 눈을 빛냈다.
'개구쟁이 횡성 토박이'들은 이날 1승2패로 4팀중 3위를 했지만 성적은 중요치 않았다. 수민이가 "평생 추억이 될 것같아. 나중에 생각하면 좀 웃길 것같다"고 하자 지윤이가 "고등학교 시절 추억을 만들 수 있어 정말 좋았어"라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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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생 최연소 종목 단체장'인 오주영 대한세팍타크로협회장 역시 선수-학생이 하나 돼 세팍타크로를 즐기는 모습에 흐뭇함을 감추지 않았다. "학생선수와 일반학생들이 어우러져서 세팍타크로를 즐기는 걸 보니 세팍타크로의 미래가 밝다는 희망을 느꼈다"며 미소 지었다. 취임 후 횡성 송호대, 광주 송원대에 세팍타크로팀을 창단하며 발로 뛰는 '젊은 수장'의 능력을 보여주고 있는 오 회장은 "세팍타크로는 과격하지 않으면서도 선수들간 협동, 단결, 예절을 가르쳐주는 교육적으로도 매우 좋은 스포츠"라면서 "세팍타크로가 대한민국 모든 선수, 학생들에게 더욱더 널리 알려져 저변이 확대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내년 항저우아시안게임 세팍타크로에 국민 여러분들의 사랑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횡성(강원도)=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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