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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아시아 봅슬레이 역사상 최초의 메달. 고(故) 데니스 말롬 로이드 코치가 바닥을 다졌고, 피에르 루더스 코치는 새 역사의 '기폭제'였다.
시작은 로이드 코치였다. 영국 출신 로이드 코치는 지난 2013년 한국 봅슬레이대표팀에 영입됐다. 그 때만 해도 반대 여론이 극심했다. 세계 최고의 지도력을 갖췄지만, 너무 고지식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우려는 기우였다. 로이드 코치는 팀에 합류한 뒤 선진 훈련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전세계에 존재하는 각기 다른 15개 트랙에 대한 코스 공략법과 장비 관리 방법까지 세밀하게 지도했다. 그 결과 변방에 불과하던 한국은 2015~2016시즌 세계랭킹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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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봅슬레이의 바닥을 다졌던 로이드 코치의 공백. 그 빈 자리를 루더스 코치가 채웠다. 썰매대표팀은 지난해 3월까지 프랑스 출신 에릭 엘러드 코치에게 주행 기술을 배웠다. 그러다 계약을 해지하고, '금메달 사냥꾼' 루더스 코치의 손을 잡았다. 평창올림픽 메달의 '기폭제'가 된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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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더스 코치는 썰매 대표팀에 자신의 모든 노하우를 전수했다. 그 과정에서 선수들의 주행 능력은 폭발적으로 신장됐다. 그리고 2018년 평창올림픽. 한국 봅슬레이가 전세계를 놀라게 했다. 올림픽 봅슬레이 메달 획득. 동계 올림픽 강국으로 불리는 일본도 해내지 못한 일이다. 일본은 1972년 삿포로올림픽을 통해 첫 봅슬레이 출전을 한 이후 단 한 번도 메달을 거머쥐지 못했다. 그 뒤를 이어 1984년 출사표를 던졌던 대만도 마찬가지다. 아시아에 허락되지 않을 것만 같던 올림픽 봅슬레이. 그 두꺼운 벽을 한국이 깨뜨렸다. 로이드 코치가 다져둔 바닥을 딛고, 루더스 코치를 만나 꽃 피웠다.
평창=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