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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12년만의 정규시즌 우승' 이끈 GS 안혜진 "저평가? 이젠 상처받지 않아"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21-03-16 11:24 | 최종수정 2021-03-17 13:31


GS칼텍스 안혜진. 스포츠조선DB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서브가 최고 장점. GS칼텍스 Kixx 세터 안혜진을 향한 아이러니한 시선이다. 안혜진은 더이상 자신을 향한 저평가에 흔들리지 않는다. 프로 데뷔 5년차에 자신의 손으로 정규시즌 우승을 일궈냈기 때문이다.

GS칼텍스는 2008~2009시즌 이후 12년만의 우승이 확정된 지난 13일, 청평 숙소에서 간단한 자축 파티를 가졌다. 안혜진은 "솔직히 아직 실감이 안 난다. 팬들과 함께 즐겼으면 더 좋았을 텐데"라며 아쉬워했다.

우승에 이르는 길이 평탄하진 않았다. 4라운드 종료 때까지만 해도 '어우흥(어차피 우승은 흥국생명)' 흥국생명에 승점 12점 차이로 뒤지고 있었다. 하지만 주장 이소영을 중심으로 하나로 뭉친 GS칼텍스가 막판 6연승을 질주하며 뒤집기에 성공했다.

GS칼텍스 입단 이후 안혜진은 매 시즌 경쟁을 거듭했다. 지난해까지는 이고은, 올해는 이원정과 주전을 다퉜다. 팀이 3승7패로 비틀거리던 3~4라운드에는 부진한 이유로 스트레스를 받았다. '서브 전문 세터'라는 비아냥은 덤. '젊고 패기 넘치지만 기복이 심한 팀' GS칼텍스를 바라보는 시선은 곧 안혜진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다.

"마음 고생이 없었다곤 못하겠지만, 솔직히 선수로서 현실을 인정한다. 그런 비판을 안고 가야 더 발전할 수 있다. 속상한 만큼 더 노력했다. 특히 올해는 (이원정보다)언니로서 더 잘해야한다는 책임감이 날 좀더 불타오르게 한 것 같다."

안혜진의 서브가 남다른 특기임은 분명하다. 어린시절 센터로 시작해 세터와 라이트를 오가며 쌓은 다양한 경험이 안겨준 선물. 안혜진은 "중학교 때부터 서브 에이스가 많았고, 고교 시절 라이트를 본게 공을 때리는 감각을 익히게 해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안혜진과 러츠의 궁합은 올해 찰떡 그 자체였다. 스포츠조선DB
차상현 감독이 꼽는 '세터' 안혜진의 장점은 큰 키(1m75)에서 나오는 반박자 빠른 토스다. 민첩하게 공 아래로 파고드는 순발력도 돋보인다. 여기에 점프력까지 더해 남들보다 높은 위치에서 블로킹이 따라가기 버거울 만큼 빠르고 강한 토스를 쏜다. 안혜진은 "우리팀 공격수들이 잘 때려주다보니 나도 빛나는 것 같다"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시즌 중반 한수지와 권민지가 잇따라 부상으로 이탈한 부담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5라운드부터 안혜진이 안정감을 찾자 팀의 기세가 살아났다. 안혜진은 "이렇게 부상자가 많이 나온 시즌은 처음"이라면서도 "나와 (이)원정이는 토스 훈련시간을 늘렸다. 남들 웨이트 트레이닝하고 쉴 때 우린 볼하고 더 친해지려고 애썼다"고 강조했다.


"(이)소영 언니가 진짜 많이 노력했고, (김)유리 언니도 후배들을 잘 챙겨줬다. 우리가 진짜 젊은 팀인데, 이렇게 후배들과 유쾌하게 어울려주기가 쉽지 않다. 덕분에 좋은 분위기로 시즌을 마무리할 수 있어 기쁘다."

활발하고 똘끼넘치는 팀 분위기의 중심에 있는 선수가 바로 '돌아이몽(돌아이+도라에몽)' 안혜진이다. 안혜진은 "이제 부정할 수 없는 별명이 됐다. 나 덕분에 팀 분위기가 좀더 밝아진다면 기쁜 일이다. 좋은 별명 덕분에 팬들 관심과 응원도 더 많이 받는 느낌"이라며 웃었다.

'본인 뜻대로 정규시즌 우승 MVP를 준다면'이란 말에는 "받을 사람이 너무 많다"며 망설인 뒤 "삼각 편대(이소영 강소휘 러츠) 중 한 명에게 주겠다"고 답했다.


2020-2021 V리그 여자부 올스타에 선정된 이소영, 안혜진, 강소휘(왼쪽부터). 장충=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
안혜진은 올해 도쿄올림픽 대표팀 멤버로도 거론되고 있다. 다만 과거 대표팀에 뽑혔다가 비행기에서 과호흡 증세를 보여 하차한 경험이 걸린다. 안혜진은 "좋은 기회였는데 내가 놓쳤다"며 아쉬움과 더불어 강한 승선 의지를 드러냈다.

"그땐 제가 너무 부족하고 경험이 없어 부담이 너무 컸다. 장거리 이동을 하다보니 피로도 쌓였고…만약 이번 대표팀에 뽑힌다면 감사한 마음으로 열심히 노력하겠다. 비행기 타는데 아무 문제 없다."

이제 GS칼텍스는 챔피언결정전에서 흥국생명과 IBK기업은행의 승자를 기다리는 입장이다. 10% 이상의 관중 입장도 예정돼있다.

"팬들과 만나는 건 정말 오랜만이라 느낌이 다를 거 같다. 기대된다. 누가 올라오든 우리만 잘하면 우승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남은 기간 호흡 잘 맞춰서 좋은 결과 만들어보겠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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