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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외인투수 성적은 내야수에게 달렸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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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으로 잡을 수 있는 투수들은 아니지않나."

두 명의 외국인 투수를 바라보는 김성근(73) 한화 이글스 감독의 시선은 냉철하다. 기본적인 역량과 안정성에 대한 신뢰는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런 장점을 맹신하진 않는다. 선수의 특성에 따른 단점도 명확히 알고 있다. 그래서 김 감독은 단언한다. 쉐인 유먼(36)과 미치 탈보트(33)가 성공하기 위한 선결조건은 바로 내야진의 수비력이라고.

유먼과 탈보트는 세 가지 공통점이 있다. 하나는 한국 리그에 대한 경험이 있다는 것. 유먼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롯데 자이언츠 에이스였다. 탈보트는 유먼과 같은 2012년에 한국 무대를 밟았다. 리그 1위팀 삼성 라이온즈에서 2선발로 뛰었다.

두 번째는 선발로서 두 자리 승수를 올렸다는 것. 유먼이 지난 3년간 롯데에서 거둔 승리는 총 38승이나 된다. 탈보트도 2012년 한 해만 뛰었지만, 무려 14승(3패)을 따냈다. 당시 장원삼(17승)에 이어 팀내 다승 2위를 차지했다. 일단 이 두 가지 공통점에서 도출되는 결론이 있다. 유먼과 탈보트는 분명 뛰어난 선발요원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공통점은 하나 더 있다. 바로 이들의 투구 스타일이다. 이들은 흔히 말하는 '맞혀잡는 스타일'의 투수들이다. 강력한 직구를 주무기로 타자를 힘으로 찍어 누르는 공격형 피처는 아니다. 스트라이크존 언저리에서 교묘하게 움직이는 변화구를 주로 던져서 범타를 이끌어내는 스타일이다. 다른 말로는 기교파라고도 하고, 또 다른 현장의 표현으로는 '손장난 좀 치는' 투수들이다.

이런 성향은 보통 투수들의 기록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여러 기록 중에서 '삼진/범타' 비율 등에 투수의 성향이 어느 정도 드러난다. 힘으로 정면대결을 하는 선수들은 삼진 비율이 좀 더 높다. 반면 변화구 위주의 투수들은 삼진 보다는 땅볼 아웃이나 뜬공 아웃 등 범타의 비중이 다소 많은 현상을 보인다.

유먼과 탈보트는 대표적인 '범타유도형' 투수들이다. 기록이 이를 입증한다. 우선 유먼의 경우 2014시즌 전체 아웃(455개) 중에서 삼진 비율은 18.5%(84개), 범타는 81.5%(371개)였다. 약 '8:2'의 비율로 범타를 더 많이 유도했다. 2012년의 탈보트도 범타 비중이 좀 더 높았다. 전체 415개의 아웃 중에서 무려 347개를 범타로 잡았다. 약 84%의 비율이다.

흥미로운 점은 유먼의 스타일 변화다. 2012년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유먼은 총 537개의 아웃 중 142개를 삼진(26.4%)으로 잡았다. '범타:삼진' 비율이 약 '3:7'에 가까웠다. 그러나 2년 뒤에는 삼진 비중이 약 8% 정도 줄었다. 직구 구위가 떨어지자 변화구의 비중을 높였다는 방증.

김 감독은 바로 이런 특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런 투수들의 기량을 더 살려주기 위해서는 결국 수비의 건실한 뒷받침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땅볼이든 뜬공이든 범타를 자주 유도하는 투수들에게 야수진, 특히 내야진의 수비력은 상당히 중요하다. 변화구 투수들의 시즌 성적에 뚜렷한 영향을 미친다.

투수와 야수간의 '믿음'이 경기력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건 이미 현장의 정설이다. 어떻게든 공이 구르면, 야수진이 처리해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진 투수들은 더 자신감있게 타자와 승부할 수 있다. 이런 신뢰관계가 만들어지면 '1+1=3'이 되는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김 감독이 한화 내야진을 더욱 강력하게 다그치는 이유다. 김 감독은 "유먼과 탈보트는 힘으로 타자를 잡는 선수들이 아니다. 그래서 더 수비력이 완성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수비력이 안정되면 이들이 전 소속팀에서 거둔 두 자릿수 승리의 재현은 충분히 가능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