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둥이 바로서야 위기가 와도 흔들리지 않는다.
프로야구 수비의 핵심은 센터라인이다. '포수-2루수+유격수-중견수'를 잇는 가상의 수비축을 말한다. 홈플레이트부터 중앙펜스까지 선을 긋는다고 가정하면 이 선수들은 모두 그 라인 주변에 포진돼 있다. 그래서 '센터라인'이다. 이 선수들이 바로 팀 수비력의 근간이자 기둥이다. 센터라인이 굳건한 팀이 정말로 수비력이 강한 팀이다.
한화 이글스 김성근(73) 감독은 일본 고치 스프링캠프에서 팀의 수비력 강화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물론 본인은 투수력 강화에 주력하면서 수비력 강화는 코치진들에게 전권을 맡겼다. 여기에 더해 오하시 유타카(내야 담당), 고바야시 신야(외야 담당) 등 두 명의 일본인 수비 인스트럭터까지 초빙했다. 이들은 현역시절 엄청난 수비력을 자랑했던 인물들로 지도자 경력이 풍부한 '특별과외 선생님'들이다.
그렇다면 현재 한화의 센터라인은 어떻게 구축되어 있을까. 그리고 얼마나 안정화돼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완성'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센터라인의 구성원 중에서 포수와 2루수는 공격과 수비력이 확실한 주전들이 확보돼 있지만, 유격수와 중견수에는 물음표가 달려있다.
올해 한화의 주전 포수와 2루수는 각각 조인성과 정근우의 몫이다. 선수가 다치는 일이 없는 한 이 구도는 고정이다. 무엇보다 가장 확실한 실력을 지녔고, 경험도 풍부하다. 팀의 기둥 역할을 이끌어가기에 충분한 선수들이다. 특히 고치 캠프에서의 혹독한 훈련을 통해 기존의 능력을 한층 업그레이드했다. 공격력과 수비력 양면에서 그렇다. 이들에 대한 더 이상의 추가 설명은 필요치 않을 듯 하다.
그런데 유격수와 중견수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일단 유격수는 긍정적인 기다림으로 표현될 수 있다. 재능있는 후보군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기존에 유격수 자리를 지켰던 한상훈이 부상에서 회복 중인 가운데, 신진과 베테랑이 유격수 자리를 놓고 고치 캠프에서 경쟁 중이다. 신진은 강경학이고, 베테랑은 권용관이다.
권용관은 LG와 SK를 거치며 이미 김 감독과 인연이 깊다. 특유의 성실함과 꾸준함을 앞세운 안정감있는 수비력 덕분에 김 감독의 신임이 두텁다. 화려하진 않다. 그러나 위기에 빠졌을 때 믿고 등 뒤를 맡길 수 있는 존재다.
권용관의 경쟁자는 입단 4년차 강경학이다. 이제 만 23세의 젊은 피. 경험이나 안정감은 다소 부족하지만, 왕성한 활동량은 권용관을 능가한다. 특히 이번 캠프에서 매서운 독기를 뿜어내며 김 감독의 눈도장을 받고 있다. 한눈 팔지 않고, 훈련에 빠져드는 모습을 자주 보여줘 김 감독이 직접 "자기 안으로 완전히 빠져든 것 같다. 한화의 미래 중 하나"라는 극찬을 받았다. 수비는 물론, 타격에서도 재능이 점점 발휘되는 추세. 두 선수의 경쟁은 캠프 기간 뿐만 아니라 시즌 초반까지도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플래툰 시스템의 운용도 예상된다.
반면 중견수 자리는 또 다른 의미에서 미완성이다. 일단 확실한 주전 멤버가 있긴 하다. 김 감독은 외국인 선수 나이저 모건을 중견수로 쓸 계획이라고 수 차례 밝혔다. 수비력에 관해서는 확실한 신뢰를 보였다. 그러나 모건이 한화의 붙박이 중견수가 되려면 선결 과제가 있다. 김 감독의 기준에 맞는 몸상태와 자세를 만들어야 한다.
모건은 고치 캠프 합류 9일 만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김 감독은 모건이 아직 본격적인 훈련을 받을 상태가 아니라고 판단해 서산 2군캠프에서 다시 몸을 만들 것을 지시했다. 모건에게는 충격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상황을 스스로 극복해낼 수 있다면 분명 확실한 주전 자리는 보장된다. 모건이 완벽한 준비를 갖춰야만 한화 센터라인이 굳건하게 설 수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