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심장'을 공유하는 일이다."
온라인게임과 모바일게임의 대표사인 엔씨소프트와 넷마블게임즈가 전격적으로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양사는 17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공동사업 및 전략적 제휴식'을 갖고 향후 서로의 장점을 활용한 사업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엔씨소프트는 16일 공시를 통해 엔씨소프트 주식 195만주를 넷마블게임즈에 3911억원에 매각했다고 발표했다. 대신 엔씨소프트는 넷마블게임즈 주식 2만9214주를 3802억6490만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100억원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상호 투자라 할 수 있다.
이 자리에는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 넷마블게임즈 방준혁 의장을 비롯해 엔씨소프트 윤재수 CFO, 배재현 CPO 그리고 넷마블게임즈 권영식 대표, 백영훈 사업총괄부사장이 참석했다. 엔씨소프트가 넥슨과 경영권 분쟁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기에 이번 제휴는 비상한 관심을 모을 수 밖에 없었다. 엔씨소프트는 넷마블게임즈를 우호세력으로 확보, 다음달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넥슨보다 지분이 앞서면서 '백기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양사 대표는 이에 대해 경영권 분쟁보다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위기감에서 비롯된 전략적 맞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택진 대표는 "양사의 제휴는 서로의 '심장'을 공유하는 것"이라고 말했고, 방준혁 의장도 "글로벌 게임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절박한 위기감에서 제휴를 체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선 김 대표는 "제휴식을 맺은 날 하얀 눈이 내려 좋은 날의 시작이라는 느낌이 든다"는 말로 운을 뗐다. 이어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퍼블리셔의 블록화로 진입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런 면에서 국내 모바일 1위 업체인 넷마블의 플랫폼을 활용하게 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양사가 국내 각 분야에서 국내 선두에 그치지 않고, 중국 업체들이 급성장하는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살아남겠다는 이해관계가 딱 맞았기 때문에 이번 제휴를 맺게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엔씨소프트는 그동안 타사에 우리의 경쟁력 있는 온라인게임 IP를 개방한 적이 없다"는 김 대표는 "그런 면에서 넷마블도 마찬가지다. 양사가 글로벌 게임사로 성장할 수 있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라고 의미를 더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이번 제휴가 넥슨과의 경영권 분쟁과는 큰 관계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 대표는 "우선 넥슨과의 불협화음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근심을 끼쳐드려 죄송하다"면서도 "이번 협약은 이 부분과 관계가 없으며, 지속적으로 고민해 온 문제다. 이미 정체기에 접어든 국내 게임산업이 지속가능할 것이냐는 의문을 계속 생각했고, 이를 극복해 살아남고 성장하기 위한 판단으로 진행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발언 중에는 '언중유골'이 있었다. 김 대표는 "엔씨소프트와 넷마블게임즈는 공통점이 많다. 우선 글로벌에서 성공하겠다는 강렬한 의지가 있다. 또 저와 방준혁 의장은 여전히 현직에서 개발에 매진하는 사람으로 유명하다. 따라서 흔쾌히 공감할 수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는 이미 개발 현장을 떠나 사업 제휴와 IP 확보, M&A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넥슨의 지주회사 NXC의 김정주 회장과 분명하게 선을 긋는다는 의미도 된다. 차별점을 강조함으로써 3월 주주총회에서도 현역에서 개발에 전력하고 있는 선명성을 부각시킬 의도로 해석된다.
방준혁 의장 역시 "큰 위기감을 느낀 상황에서 넷마블은 플랫폼을, 그리고 엔씨소프트는 IP를 서로 개방한 것이다"라며 지난해 3월 중국 텐센트로부터 5300여억원의 투자를 받은 것을 상기하며 "지난해에도 밝혔듯 결국 글로벌 진출, 그리고 글로벌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할 수 있다. 좀 더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상호 투자를 통한 파트너십 강화가 필요했고 오늘은 이를 밝히는 자리"라고 말했다.
특히 방 의장은 "이 자리가 단순히 엔씨소프트의 경영권 이슈에 넷마블게임즈가 지분 투자만을 한 것은 절대 아니다. 넷마블은 지금도 많은 투자 제의가 들어오는 경쟁력 있는 회사"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제휴에서 넷마블게임즈가 단순히 우호세력으로 부각될 수 있다는 것에 강한 경계감을 나타낸 것이다.
이번 제휴를 통해 양 사는 자신들이 가진 IP에 기반한 다양한 협력사업을 추진키로 결정했다. 넷마블게임즈는 엔씨소프트의 글로벌 IP를 활용한 모바일게임 개발을, 엔씨소프트는 넷마블게임즈의 글로벌 IP를 활용한 온라인게임 개발을 담당하는 등 양사의 강점과 역량을 최대한 살려 시너지를 꾀하기로 했다. 또 상호 퍼블리싱 사업 협력, 크로스 마케팅, 합작회사 설립 및 공동투자, 글로벌 모바일게임 시장 공동 진출 등 다양한 협력 모델로 세계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특히 개발 기술력과 서비스 능력, 유명 IP의 결합 등 양사의 시너지를 최대한 활용해 모바일게임 시장에 주안점을 두고 글로벌게임 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
양사는 게임 개발 및 마케팅 분야에서도 긴밀하게 협력하기로 했다. 크로스 마케팅을 위해 양사가 개발한 온라인 및 모바일게임을 상호 네트워크를 통해 유통하는 것을 비롯, 모바일게임을 공동으로 연구-개발하기 위한 합작회사를 설립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한편 이번 결정에 대해 엔씨소프트의 대주주인 넥슨은 별다른 통보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넥슨이 과연 어떤 대응을 할지 주목된다. 또 넷마블게임즈의 3대 주주인 텐센트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여러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사업 파트너인 텐센트와 이제는 간접적이지만 지분 관계로 엮이면서 향후 사업 전개 방향뿐 아니라 지분 관계에도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한 엇갈린 분석 때문인지 이날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장 중반 전날보다 3.36% 오른 20만원까지 올랐다가 우려감이 반영되면서 18만9500원으로 전날보다 4000원(2.07%) 하락한 가운데 마감했다. 반면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넥슨재팬의 주식은 전날보다 2.52%(27엔) 오른 1097엔으로 장을 마쳤다.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