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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니갱망] 양동근 천적 박지현, 이제는 옛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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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코너는 프로농구 플레이오프를 대비해 만들었다. 워낙 중요한 경기다. 빛과 그림자가 명확히 갈린다.

'니갱망'이란 단어는 인터넷 상에서 많이 쓰는 단어다. 강을준 감독이 LG 사령탑 시절 작전타임 때 자주 얘기했던 '니가 갱기를 망치고 있어'의 줄임말이다. 최근에는 패배의 빌미를 제공한 선수를 지칭하는 단어로 폭넓게 쓰인다.

패자를 폄훼하자는 의미는 아니다. 승자가 스포트라이트를 집중적으로 받지만, 독자가 궁금한 패자의 변명도 알려주자는 취지다. 플레이오프와 같은 절체절명의 경기에서 주요한 선수의 부진, 찰나의 순간 실수는 패배로 직결된다. 하지만 그들의 실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거꾸로 생각하면 플레이오프에서 패배의 빌미를 제공할 정도의 선수는 모두가 인정하는 기량과 실력을 가지고 있다. 오히려 실수를 교훈삼아, 더욱 분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수 있다.



챔프전을 시작하기 전. 보이진 않았지만, 엄청난 변수가 꿈틀대고 있었다.

올해 36세의 동부의 베테랑 가드 박지현이었다. 모비스의 우세를 점치는 상황. 동부의 경우 전자랜드와 4강 5차전의 혈투를 펼치면서, 체력적 한계를 드러냈다. 특히 김주성과 윤호영이 그랬다.

때문에 외곽의 또 다른 리더가 필요했다. 게다가 모비스는 양동근이 잡히면, 급격히 흔들리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양동근은 현역 가드 중 가장 맞대결 상대하기 힘든 상대로 항상 박지현을 꼽았다. 이유가 있었다. 일단 스피드에서 양동근보다 나았다. 절정기에 그의 스피드는 포인트가드 중에서도 발군이었다. 양동근은 파워가 뛰어나지만, 박지현은 타고난 센스와 순발력으로 양동근을 괴롭혔다.

때문에 챔프전에서 박지현이 양동근을 10~15분 정도 효율적으로 막고, 노련한 경기운영을 한다면 동부에게 승산이 있어 보였다. 이 맞대결은 챔프전을 좌지우지할 사실상 엄청난 변수 중 하나였다.

챔프전이 시작되기 전 박지현에게 몸상태에 대해 물었다. 그는 "사실 많이 힘들다"고 했다 이유가 있었다. 시즌 막판 당한 부상 때문에 박지현은 체력적으로 완벽하지 않았다. 4강 전자랜드전에서도 엄청난 정신력으로 버텨냈다.

하지만 여기까지가 한계였다. 그는 확실히 모든 면에서 많이 떨어졌다. 양동근을 제대로 막지 못했을 뿐더러, 결정적인 실책도 나왔다.

2차전에서는 쓸데없는 2개의 반칙으로 모비스 추격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동부 김영만 감독도 "잘하려고 한 마음은 이해하지만, 베테랑으로서 쓸데없는 반칙이 아쉬웠다"고 했다.

챔프전의 최대 분수령이었던 3차전. 박지현은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14분24초를 뛰면서 무득점에 그쳤다. 그의 챔프전 부진은 4강의 후유증이라고 할 수 있다. 노장으로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양동근의 '천적'도 세월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원주=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