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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원의 센터서클]박주영이 선물한 서울의 봄, 누가 돌을 던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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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30·서울)을 바라보는 눈은 극과 극이다.

'댓글 세상'에선 갈기갈기 찢겨질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그도 사람이다. 세상의 눈을 의식한다. 3일 국제이적동의서(ITC)가 발급됐고, 출격 채비는 모두 끝났다. 최용수 FC서울 감독은 박주영과 마지막 면담을 했다. 선발을 염두에 뒀다. 경기 출전을 통해 감각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박주영이 고개를 저었다. 몸상태가 100%가 아니라며 부담스러워했다. 최 감독은 부담감과 압박감에 휩싸인 제자가 애처로웠다. 고개를 끄덕였다. "멀리보자"며 선발 카드를 접었다.

2409일 만의 K리그 복귀전은 그렇게 시작됐다. 4일 '현실 세상'은 달랐다. 시선은 따뜻했다. 박주영의 등장에 경기 시작전부터 상암벌은 설렘으로 가득했다. 2015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4라운드 최다인 2만2155명이 입장했다. 선발 제외에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과연 언제 교체 투입될지 관심이 쏟아졌다.

서울월드컵경기장 뿐이 아니었다. K리그가 박주영을 화두에 올렸다. "주영이 아저씨가 다시 펄펄 날면서 K리그에 흥행 열풍을 이끌었으면 좋겠다", "주영이는 잘할 것이다. 물론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뛰는 주영이도 지켜보는 사람들도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기다렸으면 한다", "박주영의 복귀가 신경 쓰이는 것 보다는 좋다. 그런 스타 선수가 다시 K리그에 복귀해 침체된 분위기에 활기를 띠게 할 계기를 만들어줘 고맙다." 최강희(전북) 황선홍(포항) 서정원(수원) 감독의 목소리였다.

후반 시작과 함께 박주영이 등장했다. 상암벌은 '환호'로 물결쳤다. 'Our Hero's back(우리의 영웅이 돌아왔다)', '집나가서 고생이 많았다. 이젠 형들이 지킬게'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다시 내걸렸다. '안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온라인에서도 폭발적인 반응이었다. 포털사이트의 중계 시청자 수는 박주영의 등장과 함께 평소 두 배가 넘는 5만명을 돌파했고,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서도 1위에 올랐다. 역시 스타는 스타였다.

첫 술에 배부를 순 없었다. 박주영은 100%가 아니었다.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하지만 이름값으로 충분했다. 활발한 움직임으로 제주 수비수들을 괴롭혔다. 전반 조밀조밀했던 공수의 간격이 무너졌고, 수비수들을 몰고다니며 공간도 창출했다. 결국 '서울의 봄'을 선물했다. 서울은 후반 44분 터진 에벨톤의 극적인 결승골을 앞세워 1대0으로 승리하며 올 시즌 K리그 첫 승을 신고했다. 3연패의 사슬을 끊었다. 박주영은 에벨톤이 골이 터지자 가장 먼저 달려가 기뻐했다. 휘슬이 울린 후에는 차두리와 격하게 포옹했다. 박주영은 후반 6분 차두리의 환상적인 크로스를 슈팅으로 연결하지 못했다. 발에 닿기 전 수비수가 먼저 걷어냈다.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최 감독은 반색했다. 그는 "투입되고 나서 무게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박주영 투입으로 생긴 공간을 2선에 위치한 선수들이 잘 찾아 들어갔다. 팀에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 생각한다"며 평가했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100%를 할 수 있는 컨디션이 아니다. 주영이에게 바란 것은 팀에 안정감을 주는 것이었다. 배후로 빠져나갔을 때 공간 활용에 대해 주문했다. 주영이한테 부담주고 싶지 않았다. 나보다 더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했다.

박주영은 고개를 숙였다. 팬들이 먼저였다. 10년 전인 2005년 K리그 데뷔전 때를 떠올렸다. "처음 상암에서 뛰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그때 당시 많은 팬이 보내준 응원이나 함성소리 못지 않았다. 그에 보답하기 위해 더 열심히 하겠다." 동료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가장 아쉬운 점은 두리 형이 오버래핑해서 크로스 해줬을 때 한발 더 빨랐으면 하는 생각이 있다. 타이밍을 찾아야 한다"며 "몇 경기 후 베스트 될 것이라고 말은 못 하겠다. 최대한 빠른 시기에 올리고 싶다. 경기가 많다. 다른 선수에 피해 안 가도록 몸 관리를 잘하겠다"고 덧붙였다.

뜨거웠던 데뷔전이 막을 내렸다. 이제 첫 발을 뗐을 뿐이다. 박주영의 복귀로 K리그는 더 풍성해졌다. 박주영도 악몽을 털어냈으면 한다. 비난보다 박수의 소리가 훨씬 크다. 지난달 11일 입단 기자회견에서 말한대로 결국 그라운드에서 기량으로 증명하면 된다. 부담도 즐겼으면 한다.

차두리는 최근 스포츠조선과의 단독인터뷰에서 "주영이는 대표팀과 한국 축구를 위해 한 번 더 큰 일을 해줘야 하는 선수"라고 했다. 서른 박주영, 여전히 가야할 길이 많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스포츠 2팀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