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의 사전적 의미는 '직임(직업)에서 물러나거나 사회 활동에서 손을 떼고 한가히 지냄'이다. '국민 타자' 이승엽(39)에게 올시즌에 앞서 '은퇴 시기'를 묻는 질문이 잦았던 이유는 그가 올해 한국나이로 마흔, 불혹이 되기 때문이었다. 지난해 KBO리그 역사상 최고령 3할-30홈런-100타점을 기록했지만 야구선수 나이 마흔은 황혼이 맞다. 조금만 부진하면 '이제 은퇴할 때가 된 건가'라고 수군대는 이들이 넘쳐나는 나이가 맞다.
올시즌 이승엽의 활약을 한 단어로 정의하면 '경의'다. 전성기 때의 존재감에 농익은 수읽기, 약간 떨어진 배트 스피드를 완벽한 타격기술로 커버한다. 이 모든 것이 부단한 몸관리 덕분이다. 기록으로 본 이승엽에게 은퇴 운운은 부질없다.
이승엽은 25일 현재 타율 3할3푼8리(13위)에 6홈런(공동 5위), 19타점(7위), 최다안타 27개(4위), 출루율 0.407(16위), 장타율 0.650(4위), OPS 1.057(4위) 볼넷 9개(28위), 멀티히트 9차례(5위), 득점권 타율 0.385(13위)를 기록중이다. 삼진은 10개로 순위밖이다. 삼진 1위는 넥센 박병호, 넥센 김하성, SK 박정권, 롯데 김대우가 각각 24개다. SK 최정이 삼진 16개로 공동 28위다. 이승엽의 병살타는 1개에 불과하다. 병살타 1위는 한화 김태균, kt 김상현으로 나란히 5개다. 두산 오재원 등이 2개로 공동 23위다. 8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중인 이승엽은 타격 전부문에서 팀내 뿐만 아니라 리그 MVP급 활약을 펼치고 있다.
채태인 박한이 등 주전들의 부상을 대체 선수들이 생각보다 잘 막아주고 있지만 이승엽이 이정도로 뒷받침해주지 못했다면 삼성의 선두질주가 지금처럼 수월하진 못했을 것이다.
국내프로야구 400홈런에 4개만을 남겨둔 시점. 분명 전대미답의 기록이지만 이승엽에게는 반쪽자리인지도 모른다. 이승엽 본인은 "국내야구 400홈런은 세월이 만든 값진 기록"이라고 하지만 이미 일본프로야구에서 159홈런을 쳐냈다. 한일프로야구 통산 555홈런을 기록중이다.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수준도 높고, 구장도 큰 일본에서의 홈런을 쏙 빼놓고 얘기하기는 뭔가 허전하다. 이승엽이 일본진출을 하지 않고 국내에 남았더라면 어땠을까. 이보다는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마음껏 기량을 펼쳐보았다면 어땠을까라는 팬들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이승엽은 한국인 역사상 프로야구에서 가장 많은 홈런을 때려냈고, 때려내고 있는 선수다. 이번 세기가 끝날때까지 이를 경신할 이가 나올지도 의문이다.
이승엽과 젊은 시절을 함께보낸 이들은 40대 중년, 이승엽의 아시아홈런신기록(56홈런, 2003년)을 보며 활짝 웃던 초등학생들도 이제는 대학생이 됐다. 그 숱한 세월을 이겨낸 남자. 이승엽이 오늘도 타석에 들어서고, 기록은 또 연장된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