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더 많이 성공하기 위해서라도 체육활동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한국선수트레이너협회장이자 국내 최고의 재활훈련전문가 어은실 박사는 여학생이 체육활동을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단언했다. "여성이 남자들의 입김이 센 정치와 경제 분야에 더 많이 진출하기 위해서는 스포츠를 더 많이 알 필요가 있다. 스포츠만큼 대화하기 좋은 소재가 없기 때문이다. 스포츠에 대한 관심은 어렸을때부터 쌓이는 경우가 많다. 결국 학교체육으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
어 박사는 척박한 환경을 뚫고 일어선 여성 리더다. 어 박사는 1998년부터 2003년까지 LG스포츠단 총괄 수석 트레이너를 역임한 '파워우먼'이다. 연세대 간호학과, 연세대, 고려대 체육학과에서 석박사를 받았다. 미국 웨스트체스터대에서 스포츠의학 인턴과정을 수료했고, 1997년 국내 최초로 미국선수 트레이너 국가자격증 (ATC, Athletic Trainer Certified)를 취득했다. 김병현, 김태술, 김연아, 손연재 등 종목 불문, 대한민국 대표 스타플레이어들이 그의 손을 거쳤다. 지금도 그렇지만, 1990년대 스포츠와 의학을 두루 섭렵한 여성 재활전문가는 그가 유일하다.
프로스포츠의 전문가인 어 박사가 아마추어 학교체육을 강조하는 이유가 있다. 어릴 적 경험 때문이다. 어 박사는 초, 중학교 당시 동아대회, 해군참모총장대회 등 굵직한 대회에서 4관왕 수상과 대회 신기록을 세우는 등 촉망받던 수영선수였다. 그녀가 수영선수가 된 계기는 바로 학교체육에서 출발했다. 어 박사는 "초등학교 때 여름방학에는 수영, 겨울방학에는 스케이트 타기가 숙제였다. 개학하면 수영장, 스케이트장에서 모였다. 과제를 하다보니 재미를 느꼈고, 그 속에서 소질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자연스럽게 스카우트되면서 수영선수 생활을 시작했다"고 했다. 집안의 반대로 진로를 바꿨지만 수영선수로 다져놓은 운동에 대한 이해도와 집중력은 그가 국내 최고의 재활훈련 전문가로 성장하는데 큰 영향을 끼쳤다.
어 박사는 여학생 체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미국 유학 경험을 설명했다. 어 박사는 "미국에서는 여자애들이 태어나면 4~5세까지 체조를 시킨다. 체조 선수가 목적이 아니다. 건강하고 예쁜 몸을 만들기 위해서다. 성장한 후에는 축구를 많이 하더라. 남자가 미식축구를 많이 하다보니 상대적으로 여자축구가 활성화된 측면이 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남자, 여자 구별 없이 함께 뛰더라. 똑같이 공을 차고 함께 기쁨을 나눈다. 체육수업도 똑같이 받고 있었다"고 했다. 이어 "결국 유아체육이 여성체육의 시작이다. 어렸을때 체조를 하면 어른이 돼서 자식에게도 시키게 된다. 미국은 이 시스템이 대단히 잘돼 있다. 놀면서 하는 것 같지만 제도적으로나, 체계적으로나 잘 준비되어 있다. 어려서부터 축구에 관심을 가지면, 커서 축구장에 가게 된다. 해봤느냐 안해봤느냐는 이처럼 중요한 차이를 만든다"고 했다.
어 박사는 자타공인 국내 최고의 재활전문가다. 어 박사는 "뇌가 움직이고자 하는 동작의 근육에 신호를 보내서 신경이 전해져야 움직일 수 있다. 뇌에서 신경을 불러 완성해야 선수들의 엄청난 동작이 나올 수 있다. 부상이 오면 그 흐름이 단절되는 것이다. 재활은 그 단절된 신경이 제대로 움직임을 가져갈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과정"이라고 했다. 뇌에서 몸으로 연결되는 과정을 알고 있는 그에게 최근 공부를 강조하고 체육을 등한시 하는 모습은 안타까움 그 자체다. 어 박사는 "사지가 움직이면 뇌가 활성화되고, 집중력이 높아진다. 운동을 한 아이들은 체력이 좋아서 공부를 더 잘할 수 밖에 없다. 체력적으로 남자아이들한테 뒤쳐질 수 밖에 없는 여학생들은 적어도 고1까지는 운동을 열심히 해야 한다. 몸을 이루는 베이스를 저축해둬야 한다. 그렇게 해야 체력소모가 적어지고, 공부도 더 잘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여자로, 엄마로, 재활전문가로 살아가는 어 박사는 체육활동을 '일상생활, 가족생활, 사회생활을 하는 기본'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첫째로 "밖에서 오는 자극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사고가 발생한다. 여자라고 연약한 것은 스스로가 만든 굴레다. 일상생활을 잘 하기 위해서는 순간적인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몸을 활용하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했다. 둘째로 "결국 엄마가 자녀를 키워야 한다. 앞에 미국 예를 들었지만 엄마가 자세의 중요성을 아니까 아이에게 체조를 시키는 것이다. 운동을 시키다보면 공부 외에 길도 열리게 된다. 이를 이끌어줄 수 있는게 바로 엄마다.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서는 어렸을때부터 체육을 생활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남자랑 자연스럽게 함께해야 하는데 골프 등 스포츠를 모른다면 의사소통에 제약이 생긴다. 스스로 폭을 좁힐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렸을때부터 체육에 익숙한 이들은 자연스럽게 프로스포츠까지 관심도를 높이게 돼 있다"고 했다. 일상, 가족, 사회생활의 시작은 바로 '학교체육'이라는 게 어 박사의 지론이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