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마무리 임창용과 넥센 클로저 손승락이 1일 목동 맞대결에서 동시에 혼쭐이 났다. 임창용은 동점 투런을 맞아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가 타선의 도움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손승락은 1이닝 동안 3안타 3실점(1자책)으로 패전을 기록했다. 같은날 NC 마무리 임창민도 롯데전에서 2실점(1자책)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KBO리그엔 강력한 클로저가 없다
2015시즌 KBO리그는 '뒷문'이 불안하다. 현장에선 "경기가 끝나기 전까지는 앞서고 있어도 안심할 수가 없다"고 말한다. 9회 마지막 수비를 앞두고 3~4점차 앞서고 있어도 긴장의 끈을 늦출 수가 없다. 지난해에 비해 '타고투저' 현상이 크게 줄었는데도 경기 후반부가 흔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강력한 마무리 투수의 부재를 그 원인 중 하나로 꼽는다. 타자를 지배할만한 압도적인 클로저가 없다는 것이다.
1일 현재 두자릿수(10세이브) 이상 세이브를 올린 투수는 윤석민(KIA) 임창용 임창민 손승락 윤길현(SK) 봉중근(LG) 권 혁(한화) 7명이다. 이중에서 윤길현과 권 혁은 현재 마무리 역할을 하지 않는다. 올해 KBO리그를 대표하는 클로저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들의 평균자책점이 낮지 않다. 세이브 선두 윤석민은 평균자책점이 3.67이다. 임창용은 3.55이고, 임창민은 3.45다. 10세이브 이상 올린 7명 중 평균자책점이 1점대인 마무리가 없다. 12세이브를 올린 손승락이 2.70으로 가장 낮다. 봉중근이 4.50으로 가장 높다.
윤석민 임창용 봉중근 윤길현 권 혁 모두 3차례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마무리 투수에게 '블론'은 숙명과 같다고 하지만 올린 세이브수에 비해 블론수도 많다고 볼 수 있다.
'특급 마무리' 오승환(한신)이 있을 때는 불펜에서 몸만 풀어도 상대 타자들이 '이대로 경기가 끝나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가 일본 프로야구로 떠난 이후 다수의 타자들은 마무리들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끝까지 눈에 불을 켜고 칠 수 있다는 열의를 보인다.
강한 마무리는 차지하고 고정적으로 뒷문을 단속할 투수가 없어 고민이 깊은 구단도 제법 있다. 두산, 롯데, SK 등이다. 임창용 봉중근 등이 전성기를 지났다고 봤을 때 삼성과 LG도 몇년 내로 확실한 대체 마무리를 찾아야 할 것이다.
요즘 KBO리그에선 투수들이 타자들에게 힘에서 자꾸 밀린다. 토종 선수 시장은 양이나 질에서 모두 열악하다. 특히 선발 보다 특수한 마무리 보직은 한정돼 있다. 게다가 외국인 선수도 보유 제한이 있어 마무리를 데려오기가 부담스럽다.
▶이웃 일본과 미국엔 강한 마무리가 수두룩
그럼 가까운 일본 프로야구와 미국 메이저리그에선 어떨까. KBO리그와는 너무 다른 상황이다. 무시무시한 클로저들이 구속 150㎞를 훌쩍 넘기는 직구와 예리한 변화구로 중무장했다. 뻔히 뭘 던지는 알면서도 치지 못할 정도로 힘으로 타자들을 압도한다.
일본 프로야구에선 양대리그를 합쳐 총 10명이 두자릿수 세이브를 기록했다. 이중 주니치 마무리 후쿠다니 고지(17세이브)의 평균자책점만 4.30으로 높다. 나머지 9명은 2점대 이하다.
21세이브의 한신 오승환(1.95) 요코하마의 야마사키 야스아키(1.93) 야쿠르트 바넷(0.52) 요미우리 사와무라 히로카즈(1.87)가 1점대 또는 0점대를 기록 중이다.
퍼시픽리그에선 10세이브 이상 마무리 중 니혼햄 마스이 히로토시(0.66)와 라쿠텐 마쓰이 유키(0.51)가 0점대를 유지하고 있다.
메이저리그도 일본과 비슷한 상황이다. 내셔널리그의 경우 세이브 선두(24개) 피츠버그 마크 멜란슨의 평균자책점은 1.67이다. 두자릿수 세이브를 기록한 15명의 마무리 중 평균자책점이 가장 높은 선수는 3.41의 크레이그 킴브렐(샌디에이고)이다.
아메리칸리그에선 10세이브 이상 기록한 투수 14명 중 평균자책점이 3점대 이상은 3명(그레거슨, 로드니, 앨런)이다.
일부에선 한국과 일본 미국을 동일한 기준으로 비교하는 건 다소 무리가 있다고 본다. 그렇지만 현 시점에서 리그를 대표하는 마무리들의 경기력 차이가 확연하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