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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이 뿔난 것은 '휘슬 논란' 때문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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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과 대전의 K리그 클래식 20라운드는 근래 보기 드문 명승부였다.

1위 전북과 최하위 대전의 격돌이었음에도 무려 7골이 터졌다. 6명의 선수를 보강한 대전은 정교한 패싱게임으로 전북을 밀어붙였다. 전북 역시 에두-이동국, 막강 투톱이 순도높은 결정력을 과시했다. 경기는 전북이 후반 49분 이동국의 결승골로 4대3으로 승리했다. 문제는 마지막 골장면에서 펼쳐졌다. 이동국의 결승골이 터지기 직전에 나온 휘슬 소리 때문이다.

문전 혼전 중 터치라인을 넘으려던 공을 대전 골키퍼 박주원이 슬라이딩을 하며 걷어냈다. 이때 휘슬 소리가 울렸다. 휘슬 소리에 대전과 전북 선수들 모두 동작을 멈췄다. 박주원이 차낸 볼은 하프라인까지 굴러갔다. 문제는 여기부터다. 분명 휘슬이 울렸지만, 경기는 그대로 재개됐다. 최철순은 볼을 잡아 문전으로 크로스를 보냈고, 이 볼은 결국 이동국의 결승골까지 이어졌다. 대전 선수들과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강하게 항의했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당시 경기를 진행한 경기 감독관이 대전-전북전을 담당한 박진호 주심에게 휘슬을 불었는지 여부를 물었지만, 박 주심은 "불지 않았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6일 문제 상황을 면밀히 분석했다. 주심이 분 휘슬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연맹 측은 골라인 아웃되는 부분에서 부심의 신호가 없었고, 주심이 골라인 아웃 여부를 부심의 신호 확인 없이 함부로 분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박 주심에게 문의 결과 절대로 휘슬을 불지 않았다는 것도 확인했다. 대전 측은 7일 연맹을 방문해 주심이 휘슬을 불었다고 다시 한번 주장했다. 양 측은 이 자리에서 팽팽히 맞섰다. 고성도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영상 확인만으로 결론을 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영상만으로는 휘슬의 방향성 등을 체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팩트에 기반을 둔 확인 차원이 아닌 진실게임의 양상으로 진행될 수 밖에 없었다.

이번 휘슬 논란의 1차 문제는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유지하지 못한 대전 수비진에 있다. 연맹의 주장대로 이번 건은 페널티킥처럼 휘슬로 인해 승패가 결정되어 버린 것과는 다른 문제다. 여러차례 볼이 오간만큼 휘슬 논란으로 결승골을 허용했다는 대전의 주장은 지나친 비약일수도 있다. 연맹도 "이 같은 사례는 처음"이라고 했다.

대전이 뿔이 난 것은 휘슬 논란 때문만은 아니다. 연맹의 태도가 아쉬웠다. 연맹은 심판판정위원회를 통해 휘슬이 울리지 않았다고 판정했다. 심판판정위원회는 이 같은 논란이 발생했을때 최종적으로 결론을 내리는 판단기구다. 최종 판단기구가 휘슬을 불었다고 결론을 내렸다면 이를 입증할만한 과학적이고, 확실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반대 측도 수긍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부분이 없었다. 성문 분석을 하던지, 당시 주심 근처에 있던 선수들에게 설문을 하던지 심판판정위원회가 할 수 있는 길은 여러가지가 있었다. 한 심판위원은 "작년 전주에서 심판이 많이 양성됐다. 전주에서 자격증을 딴 사람 중에서 경기장에 와서 타이밍을 맞춰서 불은 것 같다"는 말을 했다. 물론 가정 중 하나라고 전제하기는 했지만, 모호한 설명으로 최종 판단기구로서의 위엄을 스스로 깎았다.

또 의견수렴 과정에서 나온 고자세도 아쉬웠다. 연맹을 방문한 대전 관계자는 연맹 측 일부 관계자의 태도에 분통을 터뜨렸다. 승점 1점이 중요한 강등제 현실에서 석연치 않은 판정에 대해 볼멘 소리가 커질 수 밖에 없다. 연맹 입장에선 그때마다 찍어누르기 보다는 소통을 앞세워야 한다. 이번 건도 마찬가지다. 대전도 확실한 증거를 대지 못했다. 따라서 연맹은 대전과의 충분한 교감을 통해 이번 문제를 세련되게 풀었어야 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