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박병호 기록보니 새삼 대단한 전성기 이승엽

by

올시즌 KBO리그 최고타자는 박병호(29·넥센)다. 장타력, 찬스포, 안타생산능력까지 흠잡을 데 없다. 박병호는 각종 공격부문을 석권하고 있다. 최고기록 경신 경쟁 과정엔 늘 레전드와 마주친다. 박병호가 넘어야할 태산은 이승엽(39·삼성)이다. 기록을 보다보면 새삼 '전성기 이승엽'의 대단함을 보게 된다.

박병호는 4일 현재 타율 0.349(4위) 35홈런(1위) 96타점(1위) 90득점(1위) 130안타(1위) 장타율 0.705(2위)를 기록하고 있다. 박병호에게 쏠린 관심은 크게 두 가지다. 3년 연속 홈런왕을 차지한 박병호가 4년 연속 기록을 이어갈지 여부와 4년 연속 100타점을 넘어 한시즌 최다타점 신기록 달성 가능성이다.

역대 홈런왕 중 3년 연속은 이만수(1983-1985), 장종훈(1990-1992), 이승엽(2001-2003), 박병호(2012-2014) 등 네명이 달성했다. 박병호는 사상 첫 4년 연속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가능성은 높다. 홈런 2위인 삼성 나바로(32개)와 3위 NC테임즈(31개)가 뒤쫓고 있지만 여름 페이스는 오히려 박병호 쪽이다. 최근 10경기에서 5홈런, 월별 홈런도 4월(6개), 5월(9개), 6월(9개), 7월(10개) 등 꾸준하다.

부담감을 이겨내는 강철 멘탈을 논하자면 박병호 만한 선수가 없다. 올해가 끝나면 포스팅으로 해외진출을 노리고 있다. 20개에 육박하는 메이저리그팀이 스카우트를 파견해 박병호를 정밀관찰했다. 강심장도 긴장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박병호는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고 있다. 올해 96경기에서 35홈런을 때린 박병호의 시즌 홈런 기대치는 52개다. 지난해 128경기 체제에서 52홈런을 때린 박병호다. 홈런 양산 능력만 놓고보면 오히려 지난해가 낫다. 올해는 타율도 높고, 득점권 타율도 더 좋다. 타자 종합능력은 훨씬 개선됐지만 홈런 단순계산은 아니다.

타점은 이정표를 향해 가고 있다. 4년 연속 100타점은 타이론 우즈(1998-2001) 이후 두번째다. 4년 연속 타점왕은 아직 없다. 이만수(1983-1985), 장종훈(1990-1992), 박병호(2012-2014)의 3년 연속 타점왕이 최고다. 한시즌 최다타점기록은 2003년 이승엽의 144개.

경기수를 감안하면 이승엽의 기록이 얼마나 대단한 지 알 수있다. 2003년 이승엽은 133경기(131경기 출전) 체제에서 56홈런을 때려내며 144타점을 올렸다. 올해 박병호의 타점을 경기수 대로 환산하면 144개가 나온다. 몰아치기에 능한 박병호이기에 충분히 경신할 수 있지만 이승엽은 11경기나 적었지만 비슷한 수치를 기록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리그 최고타자에 대한 상대투수들의 견제는 당연하다. 이승엽의 경우 아시아홈런신기록 때문에 모든 언론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었다. 엄청난 중압감을 뚫고 이뤄낸 쾌거였다.

이승엽은 1990년대말과 2000년대 초반 한창 주가를 올릴 당시 전설의 홈런왕 장종훈을 '대선배'로 여기며 끊임없이 자신을 발전시키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 "존경하는 선배와 비교되는 것이 부담스럽다"며 늘 겸손했던 이승엽이었다.

박병호와 이승엽의 관계도 많이 닮았다. 이승엽은 장종훈이 그랬던 것처럼 선수생활의 대미를 장식하기 위해 마지막 혼신의 힘을 짜내고 있다. 여전히 상대투수들에겐 부담스럽고, 무서운 타자지만 이제 그도 불혹이다. 이승엽은 한국야구 통산 400홈런을 기록한 뒤 후계자로 박병호를 지목한 바 있다. 이에 박병호는 "내겐 우상인 선배님이다. 후계자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이승엽 선배님에게 실례"라며 존경을 표했다. 수십년에 한명 나올까말까한 '극강 거포' 둘이 한시대를 공존하고 있다. 장종훈에게서 이승엽으로, 이승엽에게서 박병호로. 후배에게 선배의 목표는 높기만 하다. 하지만 넘어야할 산이 높으면 높을 수록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