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당 1일 여비로 1000달러씩이나 받았대."
2015년 세계개인배드민턴선수권대회가 열리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각국 선수단에서 공공연한 비밀로 통하는 얘기다.
부러움이 섞였다. 중국 선수단을 두고 하는 말이다.
중국 선수단은 이번 대회에 출전하면서 자국 협회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는 게 소문의 요지다.
금액이 문제가 아니다. 그만큼 세계선수권에 출전하는 선수들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사실에 부러운 시선이 가는 것이다.
일본 등 웬만한 국가들은 중국처럼 대폭적인 금전적 지원은 아니더라도 자국 협회 임원들이 현장으로 달려와 선수단을 음지에서 지원-격려하고 있다. 세계선수권대회인 만큼 각국 협회 임원들과 만나 자연스럽게 스포츠 외교도 펼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은 정반대다. 명색이 올림픽에 버금간다는 세계선수권대회인데 한국 선수들은 무관심과 외면 속에서 싸우고 있다.
대한배드민턴협회는 이번 대회에 협회 임원을 1명도 파견하지 않았다. 선수단의 주무 역할을 맡을 협회 직원 1명이 인력 지원의 전부다.
협회는 그동안 이런 굵직한 대회가 열릴 때면 선수단 단장을 중심으로 지역 협회장이나 협회 본부 임원을 동행하도록 했다. 선수들이 대한민국의 명예를 걸고 국제무대에서 경쟁하는데 불편한 것은 없는지 살펴주고 격려하도록 하기 위한 관행이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번 대회에서는 선수단만 달랑 보냈다. 대회 출전을 지휘하는데 전념해야 할 감독이 선수단 단장 역할까지 겸하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
2013년 광저우대회만 하더라도 신계륜 협회 회장이 대회 첫날부터 현장으로 달려가 선수단을 살폈다. 정치인이라 국회 일정 등으로 이번에는 시간을 낼 수 없었던 모양이다.
그렇다면 이를 대신할 다른 임원들이라도 나서야 할텐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같은 기간 국내에서 전국학교대항배드민턴대회가 열리고 있다. 꿈나무 육성을 위한 이 대회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세계선수권에 비할 정도는 안된다. 더구나 지금은 내년 리우올림픽 출전권 획득을 위해 전력을 쏟고 있는 시기다.
협회는 그렇다치고, 현지의 무관심도 너무 심했다. 으레 세계선수권같은 큰 대회가 열리면 현지 대사관, 교민회 등 관계자들이 한국 선수단을 응원하러 오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번 자카르타에서는 대회 개막 6일째가 되도록 대사관으로부터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오히려 생각지도 못했던 인물의 방문으로 한국 선수단은 감동했다. 감동의 주인공은 김재열 제일기획 사장이다. 이건희 삼성 회장의 둘째 사위인 김 사장은 대한체육회(KOC) 부회장 겸 대한빙상연맹 회장을 맡고 있다. 김 사장은 지난해 말 2018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조정위원으로 선임됐다.
이런 중책을 맡은 까닭에 2018년 아시안게임 관련 회의를 하기 위해 자카르타를 방문했다가 지난 12일 한국 배드민턴 선수단을 전격 찾아왔다. 귀국을 위해 공항으로 향하는 길이었는데 한국 배드민턴이 세계선권을 치르고 있다는 소식을 뒤늦게 듣고 일부러 차를 돌려 달려왔다고 한다.
이득춘 대표팀 감독은 "전혀 예상치 못한 방문이라 깜짝 놀랐다. 그래도 우리 선수들을 위해 일부러 찾아와 격려해 준 덕분에 선수들이 무척 고마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