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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누적과 부상위험, SK 선발진의 설상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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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타이거즈 양현종은 지난 15일 LG 트윈스전에서 6⅔이닝 2안타 무실점의 호투로 시즌 12승째를 따냈다. 9일 NC 다이노스전에서 7이닝 2실점으로 승리를 따낸데 이어 2경기 연속 에이스 역할을 했다. 넥센 히어로즈 밴헤켄도 14일 한화 이글스를 상대로 7이닝 6안타 2실점의 안정적인 피칭으로 팀의 8대2 승리를 이끌었다. 한화의 경우 새 외국인 투수 로저스가 16일 최강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7⅓이닝 5안타 4실점의 역투를 펼치며 '이전 2경기 연속 완투승은 우연'이라는 의혹을 떨쳐버렸다. 로저스의 합류 이후 한화는 선발진 운영이 한결 수월해졌다.

선발진 가운데 1~2명의 든든한 에이스가 있어야 든든하다. 순위 싸움에서 버팀목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SK 와이번스는 8월 들어 이러한 에이스는 커녕 선발 로테이션을 제대로 지킬 수 있는 투수조차도 부족한 상황이다.

에이스인 김광현은 지난 2일 LG전서 8이닝 2실점으로 승리를 따냈지만, 8일 kt 위즈전에서는 5이닝 동안 11안타를 맞고 7실점하는 부진을 보였다. 이어 14일 LG전에서는 5이닝 동안 1실점으로 잘 던지다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며 90개의 투구수를 기록한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에이스의 책임감 때문이었을까. 이날 전력투구를 하던 김광현은 5회 왼쪽 팔꿈치를 부여잡고 통증을 호소했다. 팔꿈치 부상이 재발한 것 아니냐는 우려를 샀지만, 다행히 전완근 미세 경련으로 밝혀져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전반기 막판 팔꿈치에 염증이 생겨 1군서 제외된 적이 있는 김광현은 남은 레이스에서도 조심스러운 피칭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에이스의 책임을 다해야 하지만 부상 위험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윤희상은 아예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지난 15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3이닝 만에 마운드를 내려간 윤희상은 이튿날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오른쪽 어깨에 피로가 누적돼 휴식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심각한 부상은 아니지만 꾸준히 5일 로테이션을 지키기 힘든 상태다. 김용희 감독은 "어깨에 무거운 느낌이 있다"고 했다.

5선발로 주목받던 박종훈도 8월 들어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지난달 31일 LG전서 7이닝 무실점으로 생애 최고의 피칭을 한 뒤 갑자기 난조에 빠졌다. 지난 6일 삼성전서 3이닝 6실점, 13일 LG전서 1⅓이닝 6실점을 기록하며 각각 패전투수가 됐다. 풀타임 첫 시즌 한여름을 지나면서 체력 부담이 한꺼번에 몰려온 것으로 풀이된다.

2년만에 돌아온 외국인 투수 세든은 몸상태가 문제가 아니라 구위 자체가 의심을 받고 있다. 7월 21일 두산전에서 6이닝 5안타 1실점으로 승리를 따낸 뒤 3경기 연속 5회를 넘기지 못하고 모두 패전을 안았다. 세든의 강점은 공끝과 제구력인데, 두 부분 모두 함량 미달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버림받고 올해 대만행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던 절박한 처지를 이제는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다. 세든은 계속된 부진으로 지난 8일 1군서 제외됐다. 14일 1군에 합류해 복귀 준비를 하고 있는 세든은 회복된 구위를 보여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지난 13일 2군 경기에서는 5이닝 6안타 5실점으로 또다시 부진했다.

그나마 꾸준하게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는 선발이 켈리다. 지난 5일 한화전까지 4연승을 달렸던 켈리는 11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6이닝 7실점의 부진을 보였다. 그러나 당시 어설픈 수비 때문에 나갔던 주자들이 모두 홈을 밟아 실점이 많았을 뿐, 켈리는 체력과 구위에서 큰 문제가 없다.

선발진이 안정을 찾지 않고서는 SK는 반전의 기회를 마련하기 힘들다. 불펜 붕괴와 타선의 집중력 약화, 여기에 선발진도 지쳐가고 있으니 그야말로 설상가상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