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 원정은 올시즌 최악의 경기였다. 그런 경기는 못 잊는다."
'백전노장' 최강희 전북 감독은 19일 K리그 클래식 26라운드 전남과의 홈경기를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지난 4월 26일 전남 원정에서 1대2로 패한 기억을 곱씹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 가시와 원정, 수중전 끝에 패한 지 사흘만에 전남 원정에 나섰다. 몸도 마음도 파김치처럼 축 처진 상황이었다"고 했다. 젊은 패기로 꼿꼿이 무장한 전남, 미드필더 이창민에게 2골을 내주며 졌다. 6월 28일 홈경기에서도 먼저 2실점한 후 후반 이재성, 장윤호의 연속골에 힘입어 가까스로 비겼다. 전남은 올시즌 1강 전북이 유일하게 이기지 못한 팀이다. 세번째 맞대결, 사생결단을 다짐했다.
#. "우리도 사생결단이다. 전북이 그렇다면, 나도 우리 선수들도 마음적으로 더 강해질 것이다." 전북 철저히 대비했다.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전북의 스피드에 대비했다. 이창민, 이슬찬 등 젊은 선수들을 내세워 부딪치게 하겠다." 3위 전남은 25라운드 인천에 0대2로 패한 후 5위로 내려앉았다. 4위 성남, 6위 서울과 승점이 38점으로 같아졌다. '승점 38'의 전쟁, 전남 역시 물러설 수 없는 일전이었다. 매경기 2골 이상을 기록해온 공격라인도 2경기 연속 침묵했다. 전남의 올시즌 목표는 사상 첫 상위 스플릿 진출, 지난해 3라운드 최종전까지 6위 전쟁을 펼치다, 우여곡절끝에 분루를 삼킨 쓰라린 기억을 되새겼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26일 감바 오사카와의 아시아챔피언리그 8강 1차전을 앞두고 '원톱' 이동국을 아꼈다. '이근호 제로톱'이 가동됐다. 레오나르도-루이스-한교원이 함께 공격라인에 나섰다. 전남은 '이창민 시프트'를 가동했다. '원톱' 스테보 아래 이창민이종호 안용우가 나란히 섰다. 전북의 스피드에 전남이 스피드로 맞불을 놓았다.
전반 초반 전북의 기세는 무시무시했다. 전반 1분 레오나르도가 왼쪽 라인을 치고 달려 슈팅까지 날렸다. 김병지가 막아섰다. 전반 2분 한교원이 문전 쇄도하며 단독찬스를 맞았지만, 또다시 김병지의 손에 걸렸다.
중원에서 전북의 강공을 '살림꾼' 이슬찬과 김동철이 막아섰다. 전반 15분을 넘어서며 전남 수비진이 안정을 되찾았다. 전북은 전반 내내 압도적인 공격을 펼쳤지만 골운이 따르지 않았다. 전반 16분 레오나르도의 크로스에 이은 이재성이 뛰어들며 헤딩을 날렸지만 골대를 살짝 빗나갔다. 결정적인 찬스에선 '병지삼촌' 김병지가 있었다. 전반 23분 이근호가 볼을 잡자 김병지가 직접 뛰어나와 뒷공간 침투를 온몸으로 막아냈다. 전남은 전반, 전북의 '닥공'을 버텨냈다.
0-0으로 팽팽하던 후반 시작과 함께 노 감독은 아껴둔 '오르샤 카드'를 꺼내들었다. 전남의 공격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후반 4분 레오나르도의 날선 중거리 슈팅을 김병지가 또다시 펀칭으로 막아냈다. 위기를 극복하자 기회가 찾아왔다. 후반 8분 '안용우-이종호' 라인이 통했다. 역습 상황, 왼쪽 측면을 뚫어낸 안용우의 왼발 크로스를 이종호가 가슴 트래핑한 후 침착하게 골망을 흔들었다. 전남전 패배의 악몽이 다시 떠오르기 시작했다.
최강희 감독은 후반 23분 한교원을 빼고 '스페인 공격수' 우르코 베라를 투입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우르코 베라, 레오나르도가 활발하게 움직이며 공격 기회를 노렸지만, 전북의 골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위기 때마다 전남의 수비라인과 김병지의 선방이 이어졌다. 이근호 역시 전후반 특유의 활동량으로 만회골을 노렸지만 여의치 않았다. 100% 컨디션은 아니었지만 골 냄새를 맡는 탁월한 능력은 녹슬지 않았다. 후반 40분 전남 센터백 이지남의 문전 헤딩 볼처리 실수를 틈타 왼발로 깔끔한 동점골을 밀어넣었다. 기세가 오른 이근호의 활약이 이어졌다. 이근호는 후반 추가시간 레오나르도의 페널티킥 역전골까지 유도해냈다. 골문 앞에서 현영민의 파울을 유도했다. 레오나르가 전북의 2번째 골을 밀어넣으며, 역전에 성공했다. 숨막히는 '사생결단' 호남 더비, 세번째 전쟁의 승자는 전북이었다. 85분을 이긴 전남은 마지막 5분의 고비를 넘지 못했다. 이근호의 5분 활약이 위기의 전북을 구했다. 전주=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