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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간 변화한 슈틸리케호,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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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슈틸리케호엔 한 달 전의 향수가 남아 있었다.

유럽파 없이 나선 2015년 동아시안컵에서 우승의 환희를 맛봤다. K리그 대표주자로 나선 이재성(23·전북) 권창훈(21·수원) 김승대(24·포항)가 새로운 가능성을 선보이면서 팬들을 설레게 했다.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이 9월 A매치 2연전에 손흥민(23·토트넘) 기성용(26·스완지시티) 이청용(27·크리스탈팰리스) 구자철(26·아우크스부르크) 등 유럽파를 불러들이면서 새판이 만들어졌다. 두 달 사이에 각기 다른 틀을 짠 슈틸리케호의 모습은 흥미로웠다.

▶화합으로 '품격' 높인 슈틸리케호

K리거와 유럽파의 시너지가 돋보였다. 동아시안컵에서 드러난 스피드와 개인기의 강점에 세련미가 더해졌다. 좌우 날개로 포진한 손흥민과 이청용은 수시로 자리를 바꾸며 상대 수비라인을 교란시켰고, 이를 통해 나머지 공격수들에게 더 많은 공격 옵션을 제공했다. 섀도 스트라이커로 포진했던 이재성은 뛰어난 위치 선정 및 마무리 능력으로 동아시안컵에서의 활약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입증하는데 성공했다. 패스 시발점인 기성용의 지원 역할에만 머물던 나머지 한 명의 중앙 미드필더 자리에선 권창훈이 적극적인 공격 가담 능력 및 수비 역량을 뽐내면서 새로운 활력소를 불어 넣었다. 그동안 박주호(28·도르트문트)가 미드필더로 이동하면서 김진수(23·호펜하임)의 단독질주가 예상됐던 왼쪽 풀백 자리에는 홍 철(25·수원)이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하면서 새로운 경쟁체제가 열렸다.

동아시안컵에서 틀이 잡힌 슈틸리케 감독의 축구철학도 좀 더 명확해진 느낌이다. '안정된 수비를 바탕으로 전개하는 과감한 공격'이라는 기조는 이번에도 힘을 발휘했다. 상황에 따라 변신한 포백라인의 수비 전술과 안정적인 패스를 통해 공격 라인을 올리는 빌드업 모두 합격점을 받을 만했다. 수비 전환 과정에서 다소 엇박자가 난 부분도 있지만, 남은 예선 일정을 치르며 조직력을 끌어 올리면 충분히 해답을 찾을 수 있는 숙제다.

▶러시아행 로드맵은 완성됐다

동아시안컵과 9월 A매치 2연전 모두 방점은 '승리'에 찍혔다. 하지만 그 안에는 '실험'이라는 복선도 깔려 있었다. 동아시안컵이 K리거들의 역량 확인의 무대였다면, 9월 A매치 2연전은 그동안 핵심 전력 역할을 해온 유럽파 선수들이 신예들과 공존할 수 있는 지를 가늠하는 무대였다. 손흥민 구자철 박주호가 이적절차 마무리 문제로 2경기 모두 뛰지 못한 게 아쉬운 부분이나, 이미 검증된 선수들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8~9월 5차례 경기에서 드러난 결과물은 향후 슈틸리케호의 러시아행 여정에 큰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동아시안컵을 통해 발굴한 새로운 자원과 기존 선수들의 역할을 적절히 분배하면서 최종예선까지 기본적인 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예선 과정 속에서 일부 신예의 발굴은 충분히 이뤄질 수 있으나, 두 달간의 여정을 통해 자리를 잡은 슈틸리케호의 기본 운영 철학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