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오해를 받는다. '엄살'이 심하다는 오해다.
항상 그는 시즌 전 자신이 맡은 모비스의 예상 성적에 대해 인색하게 대답한다. 지난 시즌에도 "일단 6강이 목표"라고 했다.
하지만 결과는 통합 3연패. 그는 우승을 한 뒤 피로연에서 "정말 운이 좋았던 시즌이다. 우승은 아예 예상조차 못했다"고 했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냉정하게 봤을 때 모비스의 객관적 전력이 강력했던 것은 아니다. 물론 2012~2013시즌과 2013~2014시즌은 우승을 노릴 수 있는 성적이었다.
그러나 변수가 많았다. 문태영과 함지훈의 공존 문제와 함께 리카르도 라틀리프와 로드 벤슨의 시간 조절 문제 등이 있었다. 양동근과 함지훈의 백업이 부족하다는 단점과 함께 2번 자리의 수비 약점도 존재하고 있었다.
때문에 2012~2013시즌에는 SK, 2013~2014시즌에는 SK와 LG 등이 모비스를 위협했다.
하지만 결국 조직력의 극대화와 섬세한 전술로 챔프전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데이본 제퍼슨과 문태영, 김종규 등이 버틴 2013~2014시즌 챔프전은 열세를 뒤집고 결국 우승을 차지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지난 시즌 역시 모비스는 세부적인 약점이 많았다. 양동근에 대한 의존도가 심했고, 백업과 주전의 기량 차가 심했다. 특히 시즌 전 로드 벤슨은 뒷돈 문제로 퇴출되기도 했다. 비시즌 유재학 감독과 양동근은 국가대표 팀에 차출당한 상태였다.
하지만 결국 3연패를 달성했다. 여기에는 상대적인 이유가 포함된다. 기존의 괜찮은 전력을 갖춘 팀들이 주전들의 부상과 감독의 역량부족, 그리고 팀 내부문제로 인해 전력을 100%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KGC의 경우 국가대표 라인업을 갖췄지만, 계속되는 부상과 부진으로 지난 시즌 6강에도 올라가지 못했다. LG와 SK 등도 마찬가지다.
모비스가 시즌을 치를 때 이런 악재들에 대한 대처 능력이 뛰어난 게 사실이다. 이런 변수까지 감안하면, 모비스는 충분히 좋은 성적을 기대할 만하다. 하지만 유재학 감독은 팀의 객관적 전력만을 놓고 예상성적을 산출할 수밖에 없다. 그래야 시즌 도중 돌출되는 악재에 더욱 철저히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베테랑 감독은 시즌 전 소속팀의 예상 성적을 일부러 낮춰서 얘기하기도 한다. 성적에 대한 부담을 덜고, 성적이 좋았을 경우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 하지만 유 감독에게 해당하는 경우는 아닌 것 같다. 그는 실제 크리스 윌리엄스와 양동근이 호흡을 맞췄던 두번째 시즌인 2006~2007 시즌에 우승에 대한 야망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당시 윌리엄스가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시즌 3연패에 빠졌지만, "핸디 3를 주고 한다"고 여유있게 말했다. 결국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고, 통합우승에 성공했다. 당시 그만큼 전력에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올 시즌도 모비스는 다크호스다. 라틀리프와 문태영이 빠져 나갔지만, 양동근과 함지훈이 남아있고, 외국인 선수 리오 라이온스와 커스버트 빅터 역시 요주의 외국인 선수라는 평가. 프로-아마 최강전과 한-중-필 챔프전에서 만만치 않은 전력을 보여줬다. 결승에서도 동부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게다가 불법토토로 인해 무더기 징계를 받은 상황에서 모비스는 상대적으로 신정섭만이 기한부 출전 징계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모비스가 '다크호스 뿐만 아니라 우승후보'라는 얘기도 들렸다.
개막전이 열린 12일 울산 동천실내체육관. 경기 전 기자들과 환담을 나눈 유재학 감독은 '엄살'에 대해 "정말 냉정하게 평가했을 때 우리 팀 사정이 그랬다"고 말하면서 "올 시즌에는 구심점이 부족하다. 어린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흔들릴 때 무너지는 경향이 있다. 대비책을 세우고 있지만,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염려했다.
이런 우려는 개막전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1쿼터 22-17로 리드를 잡았지만, 2쿼터부터 공수에서 와르르 무너졌다. 예전 모비스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승부처에서 끈질기게 쫓아가면서, 수비에서 보이지 않던 허점이 많이 보였다.
결국 개막전 경기내용만 놓고 보면, 모비스는 양동근이 돌아올 때까지 '버티기 모드'를 할 수 밖에 없는 형국이다. 하지만, '만수'가 그대로 물러날까. 의문이 든다. 울산=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