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목동 삼성-넥센전. 7회초 삼성 선두 이지영이 한현희의 2구째를 휘둘렀다가 타구에 왼쪽 무릎을 맞았다. 이지영은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며 그대로 그라운드에 쓰러지고는 한참을 움직이지 못했다. 일어나서도 절뚝이며 얼굴은 일그러진 상태였다. 곧 대타로 교체될 것 같았다. 허나 이지영은 그대로 타석에 나갔고, 수비때 바뀔까 했지만 7회말 수비에도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계속 출전해 경기를 끝까지 뛰며 1대0 승리에 일조를 했다.
이지영의 투혼은 삼성 라이온즈의 문화를 보여주는 하나의 예다. 부상이 있더라도 뛸 수 있을 때까지 뛰는 게 삼성 선수들이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아픈 선수들을 무리시키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루 이틀 더 쉬어주면 확실하게 나을 수 있는데 그것을 못기다리고 당겨서 출전시켰다가 오히려 한달, 두달을 더 쉬게 될 수도 있다"는게 류 감독의 선수 부상관리의 요지다. 우천 취소가 되더라도 에이스를 당겨쓰지 않고 로테이션을 그대로 유지해 투수들을 하루씩 더 쉬게 해주는 것도 선발 투수들이 쉴수록 더 체력을 올려 시즌 전체를 잘 던질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이다.
그런데 삼성의 경기를 보면 분명히 아픈 데도 뛰는 것 같은 선수들을 더러 본다. 많은 팬들이 박석민이나 나바로가 타격을 한 뒤 절뚝이며 1루로 뛰어가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 장면을 보게 되면 팬들은 "아프면 쉬게한다더니 성적 때문에 아픈 선수를 계속 뛰게 한다"라는 오해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게 삼성의 문화다.
"삼성에서 선수가 아파서 못나온다는 것은 정말 뛸 수 없어서 못나오는 것"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삼성 선수들은 뛸 수 있는 상태에서는 그라운드에 나가려고 한다. 선수가 부상을 당했을 경우 트레이닝 파트와 선수가 병원 진단과 상담 등을 통해 며칠을 쉴지, 2군으로 내려가 재활을 해야 할지가 결정된다. 선수들은 더 쉬는 것보다 뛰려는 마음이 더 크다.
자신의 자리가 언제든 다른 선수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류 감독은 주축 선수를 끝까지 믿고 내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잘하는 선수가 나오면 당연히 더 좋은 선수를 쓴다. 류 감독은 부진한 주축 선수를 계속 기용하는 이유를 물으면 "걔 말고 더 잘하는 선수가 있나"라고 되묻곤 한다. 그 선수의 실력을 믿는다는 뜻도 되지만 반대로 더 좋다는 판단을 내려지면 다른 선수를 쓰겠다는 뜻도 된다.
구자욱이 대표적인 예라고 볼 수 있다. 구자욱은 올시즌을 시작할 때 포지션이 없었다. 백업이었기 때문이다. 스프링캠프 때 류 감독이 '구자욱 1군 선수 만들기 프로젝트'를 시행해 많은 공을 들였지만 정작 그가 설 자리는 대타와 대주자, 대수비 정도 밖에 없었다. 다행히 시즌 개막 때 채태인이 무릎 수술 여파로 조금 더 휴식이 필요했고, 1루수로 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박한이 박석민이 아플 때마다 대신 경기에 출전했었다. 그리고 7월부터 박한이가 빠진 1번타자로 맹활약하며 류 감독으로부터 주전 낙점을 받았다. 시즌 후반 부상자들이 돌아와 외야 2자리와 1루수 등 3자리를 놓고 구자욱 박해민 박한이 채태인이 경쟁을 하게 되자 류 감독은 구자욱을 선발로 냈다. 채태인도 3할4푼을 넘게치며 타격이 좋았지만 1번타자로서 좋은 활약을 보인 구자욱을 냈다.
'저 자리는 내자리'라는 생각과 '내가 자리를 비우면 언제든 다른 사람으로 바뀔 수 있다'는 생각은 180도 다른 결과를 낳게 한다.
아프면 충분히 쉬게해주는 삼성이지만 경기에 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경쟁자들이 있다. 그래서 더 뛰려고 스스로 체력, 부상 관리에 힘쓰고 노력한다. 수비를 할 수 있고 스윙을 할 수 있으면 나가려고 한다. 그게 삼성이 정규리그 5연패를 할 수 있게 만든 원동력이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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