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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목동구장, SK투수진 살아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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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쿠어스필드'에서 과연 SK 투수진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넥센 히어로즈의 홈구장인 목동야구장은 대표적인 타자친화적 구장이다. '한국판 쿠어스필드'라고 불리기도 한다. 쿠어스필드는 메이저리그 콜로라도 로키스의 홈구장으로 '투수들의 무덤'이라는 악명을 지녔다. 일단 구장이 들어선 곳의 해발고도가 높다. 이 때문에 공기 밀도가 타구가 상대적으로 멀리 날아가는 효과가 발생한다. 평범한 외야 플라이성 타구가 담장을 넘기 십상이다.

목동구장에서도 이런 현상이 자주 벌어진다. 그러나 쿠어스필드처럼 해발고도가 높아서는 아니다. 가장 큰 원인은 야구장 자체가 작기 때문이다. 좌우 펜스까지 98m에 중앙펜스는 118m 밖에 안된다. 펜스 높이도 2.28m로 1군 구장 가운데 가장 낮다. 외야관중석이 없다는 것도 영향을 미친다. 타구가 떴을 때 외야쪽으로 불어나가는 바람의 영향이 크다. 실제로 대부분 투수들은 목동구장을 좋아하지 않는다. 반대로 타자들은 목동구장에 서면 "어쩐지 쉽게 담장을 넘길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든다"고 말한다. 이런 자신감은 실전 타격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이같은 '목동구장'의 특성이 넥센과 SK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큰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변수는 목동구장을 홈으로 늘 써온 넥센 투수진보다는 SK 투수진에 더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결국 SK가 '목동구장 변수'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준플레이오프 진출 여부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목동구장에서 투수들이 고전했다는 것은 수치로 금세 알 수 있다. 올해 넥센을 제외한 9개 구단 가운데 목동구장에서 투수들이 잘 던진 팀은 삼성 라이온즈 뿐이다. 삼성은 시즌 평균자책점이 4.69(전체 3위)였는데, 목동구장에서만큼은 4.11(전체 1위)로 오히려 향상됐다. 목동을 홈구장으로 쓰는 넥센도 시즌 평균자책점은 4.92였지만, 홈구장 평균자책점은 4.79로 더 좋았다.

하지만 삼성과 넥센을 제외한 8개팀 투수진은 하나같이 목동구장에서 고전했다. 평균자책점이 시즌 평균치보다 적게는 0.74(NC 다이노스 4.26→5.00)에서 많게는 3.94(두산 베어스 5.02→8.96)까지 치솟았다.

특히나 SK는 8개 구단 중에서도 목동구장의 변수에 더욱 크게 고전했다. 시즌 평균자책점이 4.71(전체 4위)이었지만, 목동구장에서는 무려 7.48을 기록했다. 평균자책점이 2.77이나 악화된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누적 기록은 결국 SK 투수들이 목동구장에서 열리는 와일드카드 결정 1, 2차전에서 대량실점을 할 확률이 크다는 것을 뜻한다. 물론 SK 코칭스태프나 전력분석 파트에서 이런 변수를 모를 리 없다. 당연히 대비하고 투수들에게 더 강한 집중력을 강조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대비 노력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나타날 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SK 투수진이 이 변수를 극복할 수 있다면 조금 더 오래 가을잔치를 즐길 수도 있다. 그러나 정규시즌 때와 마찬가지라면, 가을잔치 무대에서 일찍 퇴장할 가능성이 크다. 과연 SK 투수진은 목동구장의 공포를 이겨낼 수 있을까.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