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결단이다. 다음 경기를 볼 수 있는 여유도, 그럴 필요도 없다. 포스트 시즌 무대는 그렇다.
야구는 변수가 많다. 겉으로 보기엔 자그마한 나이스 플레이와 미스 플레이가 승패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준비한 스포츠조선의 야심찬 포스트 시즌 기획. [PS포인트]다.
타격(B) 수비(F) 주루(R) 피칭(P)으로 세분화, 요점을 정리했다.
뭐가 그렇게 급했을까.
두산 베어스는 앞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준플레이오프 1, 2차전에서 엄청난 집중력을 보여줬다. 시리즈 3-0 완승도 기대됐다.
하지만 두산 스스로 그 기회를 걷어찼다. 이날 경기 핵심 포인트는 넥센 선발 앤디 밴헤켄이었다. 넥센 불펜이 이번 시리즈 불안하다. 또, 3차전을 이긴다 해도 다가오는 4, 5차전을 위해서는 불펜을 막 쓸 수 없었다. 결국 넥센은 밴해켄을 최대한 오래 끌고 가야 하고, 두산은 밴헤켄을 빨리 끌어내리는 싸움이었다. 두산은 설령 진다 해도 넥센 필승조를 최대한 끌어내야 4차전을 쉽게 풀 수 있었다.
전략적 야구가 필요했다. 최대한 공을 많이 보며 밴헤켄을 괴롭혀야 했다. 하지만 두산 타자들의 방망이는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급하게 나왔다. 3구 안에 승부를 보려는 장면이 여러차례 나왔다. 불리한 카운트에서 포크볼에 속았다면 이해가 간다 해도, 이른 시점 욕심이 들어간 스윙은 무의미했다. (물론, 이날 이영재 구심의 스트라이크존이 넓고 밴헤켄의 구위가 좋아 타자들이 심리적으로 압박을 받았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다.) 밴헤켄은 위기를 맞은 8회초 등판 전까지 단 77개의 공으로 두산 타선을 요리했다. 이날 경기 탈삼진 수만 10개. 두산은 0-5로 밀리던 8회 2점을 뽑아내며 반격했지만, 때는 늦은 상황이었다. 조상우를 8회 2사에서 끌어냈는데, 넥센쪽 충격은 크지 않다.
분위기 싸움에서 앞서는 팀이 소극적이지 않고 적극적으로 경기에 임하는 것은 분명 좋은 모습이다. 하지만 그 적극적 대시도 어느정도 뒷 상황을 보는 계산 속에 이뤄져야 했다. 전체적으로 두산 타자들이 3연승으로 끝내고자 하는 의욕이 과했던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박건우의 3번 기용도 결과론적으로 아쉬웠다. 큰 경기 경험이 없는 박건우는 2경기 연속 3번 선발 출전에 대해 큰 부담감을 표시했다. 1회 찬스에서 삼진을 당하고 4회 두 번째, 7회 세 번째 타석에서 연달아 초구를 건드려 범타로 물러났다. 가장 무서워야 할 3번 타순에서 밴헤켄이 한 숨 돌리는 상황이 연출됐다. 분명 잘치는 타자이지만, 큰 경기는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 너무 잘하고 싶은 마음에 자기도 모르게 눈에 보이는 초구 방망이가 나가는 순간 '아차'할 수 있는 것이다.
목동=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