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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스 상대타율 0.188 손아섭, ML쉽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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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시즌 KBO리그 최대 불가사의 둘은 NC 에릭 테임즈와 한화 에스밀 로저스였다. 테임즈는 사상 첫 40홈런-40도루를 달성하고 타율 0.381(1위), 출루율 0.497(1위), 장타율 0.790(1위) 등 타격 전반을 휩쓸었다. 로저스는 지난 8월 한국에 오자마자 마운드를 지배했다. 3차례 완봉승과 1차례 완투승을 기록하는 압도적인 구위를 선보였다. 이들의 공통점은 메이저리그에서 버티지 못하고 온 선수들이라는 점. 테임즈는 메이저와 마이너를 왔다갔다했고, 로저스는 뉴욕양키스 추격조에서도 밀려 마이너로 떨어졌다가 한국땅을 밟았다. 그때보다 지금이 훨씬 좋은 테임즈는 내년에도 NC에서 뛰고, 로저스의 미래를 아직 모른다.

이 무시무시한 빅리그에 롯데 손아섭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손아섭은 최근 롯데 구단에 공식적으로 메이저리그 포스팅 요청을 했다. 과연 손아섭이 메이저리그에서 통할 수 있을까. 결과를 미리 알고 나아가는 것은 도전이 아닐 지 몰라도 다소 무모해 보인다는 냉혹한 평가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국내 에이스들을 상대로 한 성적에서도 손아섭은 저조한 타율을 기록했다.

손아섭은 올시즌 타율 0.317(15위), 13홈런, 54타점을 기록했다. 9시즌째를 보낸 손아섭의 통산타율은 0.323. 올시즌은 부상여파 등으로 발동이 늦게 걸렸다. 평균 이하 시즌. 이를 감안해도 국내 에이스나 강속구 투수들을 상대로한 성적은 유의미하다. 버텨야될 곳이 메이저리그이기 때문이다. 그곳은 국내 에이스보다 뛰어난 투수들이 즐비하다. 손아섭은 에이스와 강속구 투수들을 상대로 고전했다. 다음은 손아섭이 올시즌 상대한 투수들과의 성적이다.

SK 켈리(6타수 1안타)와 두산 니퍼트(4타수 1안타), 삼성 임창용(1타수 1안타) 피가로(2타수 1안타) 안지만(3타수 1안타) 심창민(1타수 무안타), 넥센 조상우(4타수 2안타) 김영민(4타수 무안타) 한화 로저스(4타수 무안타) KIA 윤석민(1타수 무안타) 양현종(2타수 무안타) kt 장시환(1타수 무안타) 조무근(2타수 무안타) LG 소사(7타수 2안타) 이동현(2타수 무안타) 정찬헌(1타수 무안타) NC 스튜어트(6타수 1안타) 해커(2타수 무안타). 53타수 10안타, 타율은 0.188이다. 홈런은 피가로를 상대로 1개를 때려냈고, 삼진은 16개를 당했다. 김광현(SK)은 상대할 기회가 없었다.

어차피 타율은 에이스들을 상대로 쌓는 것이 아니다. 리그 타자 대부분이 그렇다. 연타를 허용하고 안타를 많이 맞는다면 에이스가 아니다. 3선발 이하, 추격조를 상대로 스탯을 쌓을 수 밖에 없다. 이를 감안하더라도 아쉬움이 남는 수치다.

그렇다면 메이저리그행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홈런왕 박병호의 경우는 어떨까. 다음은 박병호가 상대한 투수들과의 성적이다. SK 켈리(10타수 4안타) 김광현(2타수 무안타) 두산 니퍼트(2타수 2안타) 삼성 임창용(6타수 무안타) 피가로(17타수 4안타) 안지만(4타수 무안타) 심창민(6타수 2안타), 한화 로저스(4타수 무안타), 롯데 린드블럼(13타수 5안타), KIA 윤석민(2타수 1안타) 양현종(6타수 4안타), kt 장시환(3타수 무안타), 조무근(4타수 1안타), LG 소사(12타수 4안타) 정찬헌(3타수 2안타), NC해커(8타수 2안타), 스튜어트(9타수 1안타). 111타수 32안타(0.288). 이들을 상대로 9개의 홈런을 때렸고, 37개의 삼진을 당했다.

메이저리그 타진 가능성이 있는 두산 김현수는 이 투수들을 상대로 82타수 20안타(0.243)였다. 홈런은 2개, 삼진은 11개.

강정호(피츠버그)의 메이저리그 진출 당시 현지에선 강속구 적응과 수비불안 해결이 관건이라고 했다. 하지만 강정호는 국내에서도 빠른볼에 상당히 능한 선수였다. 사령탑들은 이구동성으로 '통할 것'이라고 했다. 국내 현실은 95마일(153㎞) 이상 직구를 구경할 일이 별로 없었지만 강정호는 적응했고, 성과를 냈다. 누구나 강정호가 될 순 있지만 아무나 되진 않는다. 미국에 가기만 하면 맞춤옷처럼 척척 메이저리그와 궁합이 맞을 순 없다.

물론 20여년전 박찬호의 메이저리그 도전 때도 '말도 안되는 일'이라는 비난이 쇄도했지만 결과는 도전정신의 대승리. 손아섭이 힘과 스피드를 겸비한 메이저리그 외야에서 살아남을 지 여부는 속단할 수 없다. 박찬호가 10% 이하라던 가능성을 보기좋게 뚫었듯이 손아섭에게도 가능성은 있다. 그러기 위해선 대단한 희생과 각오가 필요할 것이다. 손아섭의 속마음을 헤아릴 수 없고 도전의 진위여부는 더더욱 알수 없다.

현실적으로, 또 냉정하게 보면 건곤일척 승부는 아니다. 크게 잃은 것은 없어 보인다. 확실한 보험도 있다.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다 마이너를 전전해도 유턴하면 최대 90억원을 받기도 한다. 이것이 국내 현실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