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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계약? 탬퍼링 막을 대안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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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규약에는 FA 규정을 어긴 구단과 선수의 제재에 관한 조항이 있다.

제169조 'FA 계약위반 처분' 조항은 '총재는 FA 규약을 위반한 경우 제재를 가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그 구체적인 내용으로 '구단은 3년간 1차 지명권을 박탈하며 해당 임직원은 1년간 직무정지 처분을 받는다. 선수는 1년간 임의탈퇴 신분으로 공시된다'고 돼 있다.

명시된 기간 이외에 해당 FA와 접촉하는 이른 바 '탬퍼링'도 계약 위반 사항이다. 징계 내용을 들여다보면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다. 구단 입장에서 1차 지명권을 3년간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은 팀의 미래에 관련된 것이고, 선수로 1년간 뛸 수 없다는 것 역시 치명적이다. 하지만 이런 무거운 징계가 따름에도 불구하고 탬퍼링은 구단과 선수들 사이에 오래전부터 존재해 왔다. 징계가 능사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징계는 징계대로 놓아두더라도 탬퍼링을 줄일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메이저리그에도 탬퍼링이 존재하지만 그 빈도나 해악성은 그리 크지 않다. 징계 내용 역시 국내 프로야구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그보다는 협상기간을 열어놓는 등 계약 행위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으로 탬퍼링 방지에 나서고 있다.

메이저리그의 FA 협상이 시작되는 시점은 월드시리즈 종료 5일 후부터다. 캔자스시티 로열스가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것이 지난 2일이었으니 오는 7일부터 FA 협상이 시작된다. 메이저리그에는 우선협상기간이라든가 원소속팀을 제외한 다른 구단과의 협상기간 같은 것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 원소속팀이 해당 FA와 재계약 의사가 있을 경우 '퀄리파잉 오퍼(qualifying offer)'를 하는 것으로 우선협상의 권리를 행사한다. 해당 FA가 이를 받아들이면 그대로 재계약을 하면 되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원소속팀을 포함한 모든 구단과 자유롭게 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

퀄리파잉 오퍼를 제시받은 FA는 1주일 안에 수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헌데 퀄리파잉 오퍼는 그 금액이 당해 연도 연봉 상위 125명의 평균 연봉으로 정해져 있다. 올해는 1580만달러가 퀄리파잉 오퍼 금액이다. 즉 원소속팀과 1년 1580만달러에 재계약을 하게 된다는 뜻이다. 원소속팀과의 재계약 기준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다른 구단이 해당 FA와 먼저 접촉해 조건을 제시할 가능성은 조금은 줄어든다. 원소속팀으로부터 퀄리파잉 오퍼를 제시받는 선수는 그만큼 가치가 있다는 것이고, 다른 팀들은 그 이상의 조건을 준비해야 함을 뜻한다. 퀄리파잉 오퍼 도입이 탬퍼링을 줄일 수 있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다년계약과 계약 시점을 자유롭게 풀어주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구단과 선수가 계약에 관해 1년 내내 협상 창구를 열어놓는다. 시즌 종료후 FA가 되는 선수가 앞서 시즌 도중에 연장 계약을 하는 경우도 무척 많다. 계약기간에는 제한이 없다. 하루짜리 계약도 있고 10년짜리 계약을 하는 선수들도 있다. 계약 기간 중임에도 서로 협상을 통해 조건을 수정할 수도 있다. 구단과 선수 개인간의 관계인만큼 당사자들이 자유롭게 대화를 하고 계약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만큼 다른 구단이 먼저 다가와 탬퍼링을 시도할 확률이 줄어든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같은 계약기간과 계약시점의 자유는 국내 환경에서는 구단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재정적으로 장기간 몇 백억원의 예산을 확보해 놓고 선수단을 운영하는 구단은 없다. FA 계약기간을 최대 4년으로 정해놓은 것은 이 때문이다.

외국인 선수 보유 한도를 늘리는 것도 방법이 된다. FA를 데려오는 것보다는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는 것이 재정적으로 부담이 덜 하기 때문이다. 보상금을 합쳐 수십억, 수백억원에 이르는 FA 몸값으로 쓸만한 외국인 선수에 투자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는 점에서 탬퍼링을 줄이는 방안이 된다. 어차피 FA나 외국인 선수 모두 '성공 확률'은 비슷하다. 그러나 1군 엔트리 구성에서 국내 선수들의 입지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이 경우 외국인 선수의 출전을 제한할 필요는 있다.

하지만 이런저런 방법을 동원하다 하더라도 물밑에서 비밀리에 진행되는 탬퍼링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 국내 프로야구는 태생적, 구조적 한계가 있다. 구단이 수익을 내는게 목표인 메이저리그와 달리 모기업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국내 구단들이 의지만 있다면 FA에 대해 얼마든지 돈을 쓸 수 있는 현실에서 탬퍼링 방지는 요원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구단과 선수간에 협상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 주면서 규정을 따르도록 유도하는 분위기를 지속적으로 만들어가는 것은 중요하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