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강자도, 약자도 없다.'
여자 프로농구 1라운드가 끝났다. 18일부터 2라운드에 접어든다. 베일에 감춰졌던 6개팀의 전력도 드러났다.
일단 시즌 시작 전 감독들이 예상한대로 절대 강자도, 절대 약자도 없는 구도다. KEB하나 박종천 감독은 "올 시즌만큼은 '춘추전국시대'가 될 것 같다"고 밝혔다. 1라운드는 통합 3연패를 일궜던 우리은행의 정체, 신한은행과 KB스타즈의 하락세 여기에 지난 몇년간 하위권을 맴돌던 삼성생명과 KDB생명, KEB하나의 선전으로 요약될 수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시즌이 시작한 후 무려 16연승을 내달렸다. 도무지 질 것 같지 않은 페이스였다. 당연히 지난 시즌 큰 위기없이 통합 3연패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올 시즌은 다르다. 수치상으로는 4승1패로 단독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압도적인 경기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지난 10일 KEB하나전에서 3쿼터까지 앞서다 4쿼터에 역전을 허용하며 1점차로 패하더니, 15일 KB스타즈전에선 4쿼터에 고작 5득점에 그치며 결국 연장전까지 가서 승리를 따내는 등 힘든 일정을 이어가고 있다. 게다가 이날 외국인 선수 스트릭렌이 8개의 3점포를 포함해 33득점의 원맨쇼를 펼쳤기 망정이지 패할뻔 했다. 위 감독이 경기 후 "이렇게 경기를 하면 안된다"며 고개를 내저을 정도였다.
통합 3연패를 이끌었던 주전 가드 이승아의 부상이 가장 마이너스 요소다. 이은혜가 그런대로 버텨주고 있지만 부족한 부분이 보인다. 여기에 백업센터 강영숙의 은퇴로 양지희의 부담이 크다. 포워드 김단비가 백업으로 들어오지만 신장이나 기량에서 한계는 있다. 만 35세인 노장 임영희의 하락세도 어쩔 수 없다. 무엇보다 전력 면에서 플러스 요소는 없는 가운데, 다른 팀들의 '공공의 적'이 되면서 반드시 넘어야 할 집중 타깃이 되고 있다.
3년 연속 정규시즌 2위에 그친 신한은행은 주전 가드 최윤아의 부상 이탈로 힘든 출발을 하고 있다. 시즌 시작 후 2연승을 거뒀지만 이내 3연패에 빠졌다. 최근 몇년간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던 KDB생명과 KEB하나에 패할 정도로 좋지 않다. 최윤아가 없다보니 전체적으로 움직임이 원활치 않다. 국내 빅맨 3명 하은주 신정자 곽주영의 시너지 효과가 나오지 않고, 커리와 케이틀링은 기복이 있다. 벤치의 한박자 늦은 대응도 아쉬운 대목이다.
KB스타즈는 서동철 감독의 부재가 전체적인 팀 분위기를 흔들고 있다. 1승4패로 1라운드 최하위. 박재헌 코치 체제로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 접전을 펼치다가 마지막 고비를 못 넘기는 모습이 자주 나오고 있다. 주전 가드 홍아란의 뚝 떨어진 슛감도 큰 문제다. 당분간 적응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삼성생명과 KDB생명, KEB하나 등 지난 2년간 4~6위에 머물던 3개팀은 초반 기세를 올리고 있다. 이제 1라운드를 마친 것이지만, 이들 3개팀이 몇년간 초반부터 밀렸던 것을 감안하면 분명 고무적인 상황이다. 삼성생명은 세대교체를 단행하고 있는 가운데 박하나 배혜윤 등 팀 이적 2년차 선수들이 힘을 내고 있다. 외국인 선수 해리스나 스톡스도 절반정도씩 경기를 책임지며 나름의 몫을 해내고 있다. 무엇보다 이미선의 출전 시간이 줄어들면서도 승리하는 경기가 많아지는 대목에 희망을 걸고 있다.
KDB생명은 김영주 감독의 복귀 이후 다시 예전의 끈끈한 팀 컬러로 돌아가고 있는 중이다. 여기에 계속 부상을 달고 다녔던 가드 이경은이 시즌 처음부터 정상적으로 뛰고 있으며, 플레넷이 경기당 23.6득점으로 1위를 달리며 그동안 고질적인 문제였던 외국인 선수의 기량 미달을 한번에 날려버리고 있다.
KEB하나는 혼혈선수 자격으로 뛰고 있는 첼시 리의 합류가 가장 큰 전력 상승 요소다. 1라운드 3승2패로 삼성생명과 함께 공동 2위다. 사실상 외국인 선수 2명이 뛰고 있는 격이다. 다만 외국인 선수 1순위인 샤데 휴스턴이 부상으로 한달 가까이 공백을 가져야 하고 국가대표 포워드 김정은 역시 2라운드 합류가 쉽지 않는 등 부상 선수 여파가 향후 행보를 어렵게 하고 있다.
1라운드를 지켜본 전 신한은행 임달식 감독은 "팀별로 세대교체나 노장의 하락세 등 과도기에 접어들면서 구도가 흔들리는 느낌이다. 치고 나갈 팀도, 완전히 뒤처질 팀도 없는 상황"이라며 "새로운 외국인 선수뿐 아니라 주전으로 도약한 신예들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가 시즌 구도를 좌우할 것 같다"고 말했다.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