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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대항마' 만들기, 한국야구의 큰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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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야구 국가대항전 프리미어12의 '초대 우승국' 명예를 얻었다.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자랑스러운 타이틀이다. 정정당당한 실력으로 세계 야구의 최정상의 자리를 거머쥐었고, 이는 역사에 남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은 커다란 숙제 하나를 떠안게 됐다. 바로 숙적 일본의 에이스이자 미국 언론이 '지구 최고의 21세 투수'로 극찬한 오타니 쇼헤이를 극복할 방법을 찾는 일이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우승컵을 들어올렸지만, 오타니는 가장 주목받는 스타가 됐다. 또 한국은 오타니를 상대로 무려 2경기, 13이닝 동안 단 1점도 뽑아내지 못했다. 오타니는 한국의 천적이었다.

문제는 앞으로 지속적으로 이어질 국제대회에서 오타니가 꾸준히 일본의 에이스 역할을 하게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한국을 상대로 반드시 또 나오게 될 것이다. 결국 앞으로 한국이 '오타니 대항마'를 찾지 못한다면 세계 정상의 영광을 이어가기 어려울 수 있다.

'오타니 대항마'는 단순히 투수 공략법 연구만을 말하는 건 아니다. 타자들도 오타니의 공을 이겨낼 수 있도록 힘과 기술을 더 가다듬어야 하겠지만, 반대로 투수쪽에서도 오타니에 버금갈 정도의 실력을 지닌 인물이 배출돼야 한다. 이런 투수들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타자들의 대응력도 늘어난다. 따라서 '오타니 대항마 찾기'는 오히려 투수 파트에서 선행될 필요도 있다.

바꿔 말하면 '한국형 오타니'를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건 하루아침에 될 일은 아니다. 그리고 프로차원에서만 할 수도 없는 일이다. 아마추어 야구 단계에서부터 긴 호흡으로 착실하가 준비해야 가능한 일이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한국 야구에 오히려 더 필요한 일일 수 있다.

오타니처럼 좋은 체격에 완벽한 투구폼, 그리고 정점에 오른 구위를 지닌 투수가 나오려면 어린 시절부터 체계적으로 가르쳐야 한다. 잔기술이 아닌 진짜 힘을 기르도록 지도해야 한다. 하체 훈련과 멀리 던지기를 시작으로 정직하게 빠르고 강한 속구를 던지는 연습을 반복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나중에 150~160㎞짜리 강속구도 뿌릴 수 있다.

또 나이에 맞게 투구수도 제한해 어깨와 팔꿈치를 보호해야 한다. 많은 훈련량은 필요하지만, '혹사'는 금물이다. 프로에 와서도 당장 성적을 위해 불펜 전환을 하거나 추가 구종을 익히는 것보다는 전문적인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강하고 단단한 몸을 만들고, 더 세밀한 기술 훈련과 경기 운영법을 익혀야 한다. 진정한 프로로 탈바꿈하는 시기다. 이런 과정을 오랫동안 꾸준히 거쳐서 완성된 투수가 바로 오타니다.

그러나 한국 야구의 실정에서는 모조리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때문에 아마추어와 프로가 서로 협력해 장기적으로 투수 자원 발굴 및 육성 프로젝트를 가동할 것을 제안한다. 프로구단은 "아마추어에 재목이 없다"고 불평만 할 게 아니라 아마추어가 제대로 된 인재를 키워낼 수 있도록 더 지원해야 한다. 중고교 일선 지도자들은 당장 팀 성적보다 한국 야구의 초석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투수들을 아끼고 가르칠 필요가 있다. 일본이나 미국의 선진 지도법 등을 공부하고 익혀 한국 선수들의 체형과 특성에 맞게 적용하는 작업도 해야만 한다. 물론 이런 작업들은 당장 성과를 내는 건 아니다. 그러나 한국 야구의 미래를 생각하면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이런 지난한 프로젝트를 꾸준히 힘있게 진행하려면 프로(KBO)와 아마추어(KBA)의 긴밀한 협력 및 평등 교류가 선행돼야 한다.

한국 야구가 기적처럼 세계 정상에 오른 지금이야말로 이런 어려운 프로젝트를 만들 수 있다. 분위기는 조성됐다. 망설일 필요도 없다. 큰 그림을 그리고, 용기있게 추진해야 한국 야구에도 오타니 같은 투수도 나오고, 오타니를 무너트릴 타자도 나온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