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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전 마스터', 김인식 감독 전략은 왜 완벽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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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 12는 한국이 초대 챔피언이 됐다. 극적인 우승을 이끈 김인식 대표팀 감독의 '단기전 전략'은 곰곰이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단기전의 가장 효과적인 전력을 발휘하는 노하우'를 완벽히 보여줬기 때문이다. 한국야구의 자산이 될 수도 있고, 매년 포스트 시즌을 치르는 프로야구 사령탑들에게도 '교과서'가 될 수 있다.

치열한 준비는 기본. 디테일한 관찰에 의한 특성에 맞는 적재적소의 기용, 때론 신중하게, 때론 과감했다. 마치 '믿지 않으면 쓰지 말고, 믿으면 쓰라'는 용병술의 기본을 제대로 보여줬다. 게다가 승리의 확률을 1%라도 높이기 위한 마지노선을 넘지 않은 심리전까지. 김 감독은 프리미어 12에서 클래스가 다른 '사령탑의 품격'을 보여줬다.

▶확정과 예상은 미묘한 차이가 있다.

김 감독은 8일 삿포로돔에서 열린 일본과의 개막전에서 선발을 최대한 숨겼다. 사실 누가 봐도 김광현이었다. 이대은의 가능성도 있었지만, 김광현이 돌발적인 부상이나 컨디션 저하가 아니면 확정적이었다.

그러나 김 감독은 끝까지 숨겼다. 일본과의 4강전도 마찬가지다. 선발 로테이션 상 이대은이었다. 하지만 경기 전날에야 취재진에게 털어놨다. "아니 그것도 몰랐어"라고 능청스럽게 반문하기도 했지만.

여기에는 명확한 이유가 있었다. 단기전은 분석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때문에 일부러 선발을 가르쳐 줄 이유가 없었다.

한국이 일본에게 선발을 숨기는 것은 중요했다. 객관적 전력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한국은 일본의 빈틈을 뚫어야 했다. 전력의 열세 속에서도 '1점 승부'에서 확률을 높이기 위한 방법이기도 했다.

김 감독은 4강전에서 일본을 꺾은 다음날, "선발을 확정적으로 통보하는 것과 예상하는 것은 분석에서 차이가 생긴다. 물론 '그 차이가 얼마나 되나'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실제적으로 전력분석팀이나 타자들에게 미묘하지만 실전에서 승패를 좌우할 수 있는 차이를 만든다"고 했다. 선발이 확정된 상태에서 100% 믿음을 가지고 하루를 더 준비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차이가 많다는 의미다.

사실 일본과의 두 차례 맞대결에서 가장 우려스러웠던 부분은 정교한 일본 타자들이 한국 선발진을 공략, 경기 초반 많은 점수 차가 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선발예고를 최대한 늦춘 것은 팽팽한 승부를 유지하기 위한 최대한의 노력이었다.

▶타자들의 특성을 꿰뚫고 있었다.

4강에서 일본을 무너뜨린 것은 9회 연속 대타작전이 시발점이었다. 당시 경기 전 김인식 감독은 "손아섭은 찬스에 쓰기 위한 대타 카드"라고 했다. 민병헌이 주전이었지만, 손아섭의 타격능력을 어떻게 써야하는 지 알고 있는 김 감독이었다.

하지만 기회는 오지 않았다. 7회까지 오타니는 난공불락이었다.

9회 기회를 만들어야 했다. 이럴 때 대타카드로 손아섭을 먼저 내보낸다고 해도 아무도 비난할 수 없었다. 손아섭을 쓰지 않았다. 대신 오재원을 내세웠다. 이 부분은 너무나 적절했다. 이유가 있다. 당시 도쿄돔의 전체적 분위기는 일본의 낙승이었다. 3-0, 단 3점차로 앞서고 있었지만, 야구의 미묘한 흐름 상 뒤집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결국 돌파구를 마련해야 했다. 오재원은 한국 선수들 중 가장 배짱이 좋다. 분위기를 역행해서 자신만의 야구를 한다. 게다가 오재원은 선두타자로 더 적합하다. 발이 빠르고, 상대 투수와의 심리전에 능하다. 결국 너무나 어려운 순간 오재원은 안타를 쳤다.

그리고 드디어 손아섭 카드를 꺼냈다. 그의 타격능력은 정평이 나 있다. 찬스를 잇는데 매우 적절한 카드다.

김인식 감독은 오재원과 손아섭, 미묘하지만 차이를 제대로 알고 있었다. 그리고 절체절명의 순간, 오재원과 손아섭 카드를 차례로 꺼내들었다. 물론 일본 고쿠보 감독이 오타니를 8회까지만 던지게 했어도, 한국의 9회 대역전승은 없었을 지 모른다. 하지만 준비된 자에게 기회는 온다. 김인식 감독은 준비를 끝내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항상 B 플랜을 고민했다.

일본과의 결승전. 선발에 대한 혼선이 있었다. 취재진과 일부 대표팀 관계자들은 장원준으로 알고 있었다. 장원준도 선발 준비를 하고 있었다.

김광현은 앞선 두 경기에서 결과가 그렇게 좋지 않았다. 반면 장원준의 경기력은 실질적인 에이스급이었다.

하지만 김광현도 마찬가지였다. 김인식 감독은 4강 미국과 멕시코전이 끝난 뒤 김광현을 선발로 예고했다.

김 감독은 "일찌감치 김광현을 선발로 점찍어 놓고 있었다"고 했다.

여기에는 중요한 이유가 있다. 장원준이 선발로 나설 경우, 김광현을 '1+1 선발'의 구원 등판을 하기 쉽지 않다.

반면 장원준은 가능하다. 제구력이 뛰어나고, 다양한 변화구 구사를 할 수 있다. 여기에 독특한 견제동작으로 인한 견제능력도 톱 수준이다.

한국은 결승까지 올라오면서 특유의 끊어던지기를 했다. 때문에 중간계투진의 부담감은 많다. 결승에서 선발이 일찍 무너질 경우, 차우찬을 내세울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계투진의 부담은 최대치가 된다.

즉, 선발이 일찍 무너질 경우 5~6회까지 버틸 수 있는 'B 플랜'이 필요했다. 결국 김광현은 5이닝동안 무실점으로 완벽한 투구를 했다. 장원준은 나올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단기전에서는 최악의 경우를 대비한 B 플랜이 너무나 중요하다. 김인식 감독은 대회 기간 내내 B 플랜에 대해 고민했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