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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연패! 삼성은 왜 양동근 전혀 제어못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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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모비스'라는 이름만 들으면 지긋지긋할 만하다. 특히 이상민 감독은 더욱 그렇다.

그는 "내가 삼성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이래 이긴 적이 없다"고 했다. 모비스전 22연패. 이 감독은 2012년 5월 삼성의 코치로 부임했다.

1416일 동안 승리하지 못했다. 2012년 1월1일 잠실경기에서 88대81로 승리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오죽했으면 이 감독은 시즌 전 미디어데이에서 '이기고 싶은 팀을 말해달라'는 질문에 곧바로 "모비스는 꼭 잡고 싶다"고 했다. 그러자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나도 미안하다. 삼성이 우리를 꼭 잡으면 좋겠다. 이 감독 화이팅"이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올 시즌 초미의 관심사였다. 하지만 삼성은 올 시즌 두 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패했다.

그리고 절호의 찬스를 잡았다. 26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KCC 프로농구 정규리그 홈 경기. 모비스는 스케줄이 빡빡했다. 하루 걸러 세 게임째였던 모비스. 게다가 핵심 벤치멤버인 송창용과 김종근이 빠진 상태였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지난 세 시즌은 우리 전력이 강했다"고 했다.

뚜껑이 열렸다. 1쿼터 양동근이 무려 12점을 몰아넣었다. 스크린을 받은 뒤 적중률높은 미드 레인지 점퍼와 골밑돌파를 가동했다. 반면, 삼성은 스위치 디펜스가 엉성했다. 전혀 견제하지 못했다. 1쿼터 0.4초를 남기고 그림같은 3점포도 꽂아넣었다. 하지만, 삼성은 라틀리프와 김준일의 골밑공격으로 대응했다. 접전을 펼치던 2쿼터 막판 라틀리프와 주희정, 그리고 문태영에게 휴식을 줬다. 이 틈을 모비스가 놓치지 않았다. 함지훈과 빅터의 연속 득점으로 역전. 41-35, 6점 차의 모비스 리드로 전반전이 끝났다.

3쿼터, 양팀은 일제히 지역방어를 가동했다. 삼성은 2-3, 모비스는 3-2 지역방어를 사용했다. 모비스는 노련했다. 반박자 빠른 패스게임으로 삼성의 지역방어를 너무나 간단히 깨버렸다. 결국 양동근과 클라크가 무더기 슛을 넣었다. 순식간에 41-53, 12점 차까지 벌어졌다. 그러자 삼성은 대인방어로 재빨리 변환했다. 삼성은 공격에서 효율적이었다. 모비스의 지역방어를 정확한 미드 레인지 점프슛으로 무력화시켰다.

그리고 라틀리프의 속공이 터지면서 다시 기세를 올렸다. 결국 62-67, 5점차로 점수를 좁힌 채 4쿼터를 맞아했다.

4쿼터, 양동근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스크린을 받은 뒤 너무나 자유롭게 움직였다. 3점포와 미드 레인지 점프슛, 그리고 현란한 스텝에 의한 골밑슛까지. 이 과정에서 삼성은 김준일이 스틸을 당했고, 문태영이 패스미스를 범했다. 연속 9득점을 올린 양동근을 앞세워 모비스는 순식간에 78-66, 12점차로 스코어를 벌렸다.

하이라이트 필름을 만들어냈다. 경기종료 5분45초를 남기고 양동근은 비어있는 천대현을 봤다. 문태영이 순간적으로 접근하는 것을 캐치, 드리블을 치면서 수비수를 모은 뒤 완벽한 3점 오픈 찬스를 만들었다. 천대현의 슛은 림을 깨끗이 통과했다. 또, 4분15초를 남기고 장대숲 사이로 치고 들어가면서 절묘한 레이업 슛을 얹었다. 림을 돌아 나오자, 클라크가 곧바로 강력한 슬램덩크로 연결했다. 85-70, 사실상 승패가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양동근은 올 시즌 최다인 28점(7어시스트)을 폭발시켰다. 너무나 훌륭한 기량. 스크린을 받은 뒤 패스, 돌파, 슛을 자유자재로 했다. 삼성 수비는 전혀 압박이 되지 못했다. 삼성은 전혀 양동근의 스크린 수비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못했다. 스위치 디펜스는 엉성했고, 양동근의 수비수와 견제해야 할 빅맨의 호흡도 너무나 엉성했다. 결국 양동근을 앞세운 모비스는 삼성을 93대82로 대파했다. 23연승은 특정팀 최다 연승이다. 잠실=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