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사라지고 있다. 올 시즌 야심차게 도입됐던 단신 외국인 테크니션.
KBL을 올 시즌 2명의 외국인 선발을 장, 단신으로 나눠서 하기로 했다. 1m93 이하의 키 제한을 뒀다. 많은 팀들이 테크니션 가드를 뽑았다. 하승진이 있는 KCC의 경우, 단신 외국인 선수 최대어였던 안드레 에밋을 1순위로 뽑기도 했다. KCC를 제외한 모든 팀은 장신 선수를 뽑은 뒤 2순위로 단신 외국인 선수를 선발했다. 대부분 강한 공격력과 좋은 운동능력을 갖춘 선수라는 좋은 평가가 줄을 이었다.
반면, 모비스와 KT는 '맥도웰 타입'의 빅맨형 외국인 선수를 지명했다. 그리고 팀당 22~24경기를 치렀다. 이제 각팀의 단신 선수는 '덩치형'으로 물갈이가 되고 있다. 테크니션 단신 가드는 딱 세 명만 남았다. 에밋과 조 잭슨(오리온) 그리고 드와릭 스펜서(SK)다. 점점 사라지고 있다. 사실 예정된 수순이기도 했다.
▶이미 실험이 끝난 케이스
프로농구 초창기 대표직인 테크니션 제럴드 워커와 칼레이 해리스. 그들은 매 경기 폭발적인 득점력을 뽐냈다.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팀을 우승으로 이끌진 못했다.
실전에서 최고의 가치는 승리다. 결국 각팀은 실험에 실험을 거듭했다. 주제는 '어떤 타입의 단신 외국인 선수가 성적을 내는데 가장 적합할까'였다. 조니 맥도웰이 한국 땅을 밟으면서 결론이 나기 시작했다.
당시 '덩치형 용병' 혹은 '조폭형 용병'이라 불렸던 언더사이즈 빅맨이 가장 효율적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농구에서 가장 중요한 '골밑을 지배하는 자가 승리한다'는 명제 때문이었다.
림에 가까울 수록 슛 확률은 높아진다. 리바운드를 잡고 골밑을 지배하면 그만큼 이길 확률은 급상승한다. 맥도웰이 당시 현대(현 KCC)에서 최고의 주가를 올리자, 각 팀들은 앞다투어 대항마를 찾기 시작했다. 2000~2001시즌 삼성의 우승을 이끈 아티머스 맥클래리가 대표적인 예다. 그 뒤 찰스 민렌드, 마르커스 힉스 등이 대표적인 외국인 선수로 떠올랐지만, 모두 포워드형 선수였다. 그 이후 테크니션 가드형 외국인 선수가 성공한 예는 자유계약제 때 오리온스에서 맹활약했던 피트 마이클(기량만 놓고 따지면, 역대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평가 받는다. 2006~2007시즌 평균 35.1득점, 11리바운드를 기록했다.)이 유일했다.
단신 외국인 선수제 도입을 놓고 가장 우려스러웠던 부분은 '신장제한을 해도 단신형 빅맨이 대거 한국땅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었다.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빅맨형 단신을 뽑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KBL 정책에 맞춰 테크니션 외국인 선수를 뽑으라고 강요할 수도 없는 일이다. 일단 8개 팀은 KBL의 정책에 맞췄다. 하지만, 결국 한계에 봉착했다.
▶어떤 선수로 교체됐나
맷 볼딘에서 시작한 LG. 두 명의 선수를 거쳐 결국 조시 달라드가 뛰고 있다. 그런데 부상 중이다.(고질적인 무릎부상이 도졌다.) 팀 공헌도가 그리 높지 않다.
동부는 다 터커가 계약을 파기한 뒤 그의 팀 동료 라샤드 제임스를 데려왔다. 엄청난 운동능력과 뛰어난 득점력, 그리고 실전에서 패싱 능력도 좋았던 가드다. 하지만 활용도 자체가 높지 않았다. 결국 동부는 웬델 맥키네스로 교체했다.
전자랜드 알파 뱅그라는 예상보다 뛰어난 기량을 가졌다. 좋은 골밑돌파와 정확한 미드 레인지 점퍼를 갖췄다. 하지만,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은 "어떤 지시에 대해 앞에서는 '예'라고 하고, 코트에서 변하질 않는다"고 했다. 수차례 지적했던 사항이 고쳐지지 않았다. 결국 자멜 콘리로 바뀌었다.
삼성은 인성이 너무 좋았던 NBA D-리그 MVP 론 하워드를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대신 조시 보스틱을 데려오기로 결정했다.
테크니션 단신 선수를 대체한 선수들은 모두 파워형 선수들이다. 맥키네스 뿐만 아니라 콘리, 보스틱 등이 모두 그런 성향이다. 내외곽을 동시에 공략하지만, 파워를 앞세운 골밑돌파를 위주로 플레이한다.
▶테크니션 용병, 무엇이 문제였나
교체된 단신 선수들의 문제는 뭐였을까. 기본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들은 대부분 팀내 외국인 2옵션이다. 장신 외국인 선수가 35분 내외를 소화한다고 봤을 때, 단신 선수들은 20분 내외를 소화해야 한다.(3쿼터 두명이 뛸 때 기준) 하지만 상대적으로 단신형 빅맨을 앞세운 팀들과의 맞대결에서 미스매치를 쉽게 허용했다. 기본적인 불리함이 있다.
단적으로 동부와 LG의 11월13일 경기에서 승부를 가른 것은 맥키네스(동부)와 달라드(LG)의 매치업 차이였다. 25일 전자랜드와 KT의 경기에서도 블레이클리(KT)와 콘리(전자랜드)의 차이가 있었다. 콘리는 선전했지만, 블레이클리는 착실하게 골밑을 공략했다. 콘리는 22득점으로 분전했다. 하지만 팀 공헌도는 블레이클리가 가장 높았다. 4쿼터 막판 콘리는 미드 레인지 점프슛이 불발됐다. 즉, 골밑을 위주로 하는 블레이클리와 상대적으로 슛 거리가 더 먼 콘리의 차이(콘리 역시 파워형 가드 겸 포워드다. 하지만 빅맨형 선수인 블레이클리가 상대적으로 더 유리할 수밖에 없다.)의 영향력 차이가 4쿼터 승부처에서 나타났다. 이 뿐만 아니라, 테크니션 가드는 국내 선수와 행동반경이 겹친다. 때문에 팀의 움직임 효율성과 조직력을 맞추는데도 불리하다. 반면 포워드형 외국인 선수는 팀이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경우가 많다.
조 잭슨 역시 좋은 기량을 갖춘 포인트가드지만, 팀내 입지는 너무나 불안하다. 기본적으로 상대팀들은 조 잭슨이 나올 때 지역방어를 쓰면서 혼란함을 가중시키고 있다. 여전히 잭슨은 지역방어를 공략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만약 오리온의 좋은 선수 구성이 아니었다면, 방출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안드레 에밋은 KCC의 에이스지만, 리카르도 포웰과 보이지 않는 경쟁을 한다. 포지션 자체가 겹치기 때문에 출전시간 자체를 두고 미묘한 신경전도 있다.
결국 단신 선수들은 토종선수들의 모자란 득점과 기술을 보여주지만, 팀과 적응은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오히려 마이너스가 많다. 팀 성적도 좋지 않다.
'유이'하기 빅맨형 단신 선수를 택했던 모비스와 KT는 선전을 거듭하고 있다. 동부는 맥키네스를 데려오면서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다. 반면, 전자랜드, SK, LG는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문제는 경기력 자체도 좋다고 볼 수 없다. 단신 외국인 선수와 토종 선수들 사이에서는 '절단'된 느낌이 있다. 특유의 응집력을 찾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간혹 외국인 선수들의 화려한 덩크와 기술이 나와도, 기본적인 경기의 몰입도와 흥미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현 제도로서는 '이상적인' 테크니션 용병을 데려오기는 쉽지 않다는 결론이 나온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