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판도가 점점 굳어지고 있다. 4라운드로 접어든 가운데 선두권은 선두권대로, 중위권은 중위권대로, 하위권은 그들만의 리그로 빠져들고 있다.
프로농구 이동통신 3사(SK KT LG)는 동병상련 중이다. KT가 7위, SK가 9위, LG가 꼴찌다. KT는 12승20패로 6위 동부에 6게임차로 뒤져 있다. SK는 10승22패, LG는 8승23패다. 플레이오프 진출이 가능한 A클래스(1~6위)와 B클래스(7~10위)는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20경기 남짓 남은 상황에서 판세를 뒤집는 것이 불가능하진 않지만 쉽지 않다.
프로야구엔 '엘롯기 동맹'이 있다. LG 롯데 KIA를 칭하는 단어인데 전국구 구단으로 큰 팬덤을 형성하고 있지만 최근들어 성적이 좋지 않아 생긴 우스갯소리다. 세 팀이 나란히 하위권을 형성할 때도 많았다. 올해는 8년만에 엘롯기가 가을야구에 동반 탈락하기도 했다.
야구에 비해 순위 부침이 심한 프로농구지만 올시즌 이동통신 3사의 행보는 아쉬움이 크다. 이들은 모기업의 탄탄한 지원을 등에 업고 팬마케팅에도 열심이다. SK와 LG는 관중동원과 좌석점유율에서 늘 최상위권인 인기팀이다. KT도 서울 다음인 부산을 연고로 하고 있다.
KT는 3라운드까지만 해도 중위권에서 순위경쟁을 했는데 갑작스럽게 7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조동현 감독의 고민이 크다. 조성민의 부상 공백은 그가 대체불가 선수였음을 보여준다. 발목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시즌을 들어갔지만 결국 지난 8일 KGC전에서 발목을 다쳤다. 오는 25일 모비스전에 복귀 예정이지만 팀 분위기가 너무 다운됐다. 외국인선수 마커스 블레이클리의 플레이 패턴이 읽히면서 코트니 심스와 블레이클리의 2대2 플레이에 힘이 빠진 것도 마이너스 요인이다.
SK는 최근 강호들과의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며 살아나는 듯했으나 다시 슬럼프다. 3연패에 빠지며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부상 선수들이 돌아오고 있지만 승부처에서 힘이 빠지고 있다.
LG는 최근 다소 나아졌지만 초반에 너무 많이 졌다. 위로 치고 올라가려 해도 갈길이 너무 멀다.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이에 반해 선두권은 단단히 자신들의 성을 구축하고 있다. 모비스는 또 1위를 질주중이다. "올시즌은 4~6위만 해도 대성공"이라던 모비스 관계자, "올시즌은 진짜 힘들 것"이라던 유재학 모비스 감독의 말은 또 한번 엄살이었음이 입증됐다. 농구판에서 가장 쓸데없는 고민이 '모비스 성적 걱정'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선수 많은 KGC와 오리온이 내려올 리 만무하고, 삼성도 라틀리프를 중심으로 짜임새가 완전히 달라졌다. 높이 농구를 구사하는 KCC와 동부 역시 B클래스팀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강함을 자랑한다. 당분간 전체 구도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