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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야구 정상화]KBO-KBA, 전략적 동반자 돼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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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야구는 양분돼 있다. 프로야구를 관장하는 한국야구위원회(KBO)와 아마추어 야구 수장 대한야구협회(KBA). 사이가 좋은 적은 없었지만 반목할 정도는 아니었는데 최근 들어 양측은 왕래가 없다. 힘의 균형이 KBO로 완전히 쏠린 뒤 허탈감에 빠진 KBA는 심사가 단단히 뒤틀린 모양새다.

지난 9일 윈터미팅에서 KBO가 주최한 발전포럼이 열렸다. 올해 윈터미팅은 규모를 키웠다. 외부 강사, 일반 팬도 초청했다. 포럼 주제중 하나였던 유소년 야구선수 부상은 많은 이의 관심을 끌었다. 실제 유소년 선수 뿐만 아니라 지도자, 학부모, 향후 이들을 영입해 조련하게 될 프로관계자들까지. 하지만 대한야구협회 관계자는 한명도 참석하지 않았다.

박상희 대한야구협회장이 KBO 행사에 참석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KBO관계자는 "대한야구협회에 행사 참석 요청을 했지만 응답이 없었다"고 했다. 다른 것도 아니고 대한야구협회가 가장 관심을 가져야할 사안이었음에도 KBO 행사이기에 보이콧했다. 박 회장은 지난 5월 취임식 때 "KBO에 끌려다니지 않겠다"고 했다. 노골적인 불쾌감이다. 이후 논란이 일자 "동반자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뜻이었다며 궁색한 변명을 했지만 세상천지 얼굴도 마주치지 않으려는 동반자는 없다.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며 협조적인 행정을 펼치지 않는 사이 아마야구는 뿌리채 흔들리고 있다. 입시비리는 반복되고, 학부모들은 과다한 훈련비에 허리가 휠 지경이다. 심판들은 존경받지 못하고, 지도자들은 왜곡된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다. 야구를 통해 꿈을 키워야 하는 어린 학생들은 정치판보다 더한 권모술수를 옆에서 보며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기회를 빼앗기고 있다. 대한야구협회 홀로 이 산적한 현안을 해결할 수는 없다. KBO의 조직과 파워가 절실한 시점이다.

KBO는 손을 내밀지만 90도로 허리를 숙일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KBA는 돈이 쉼없이 돌고, 잘 나가는 KBO를 보며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다. 'KBO에 더 다가서라', 'KBA는 KBO가 내미는 손을 잡아라' 등 애매모호한 양비론으론 사태해결이 안된다. 지금은 KBA가 먼저 전향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는 법이다. 우물물을 공짜로 얻어마시는 이들이 있겠지만 당장 물을 마시지 않으면 죽는 상황이라면 기꺼이 우물을 파야한다.

아마야구 없이 어찌 프로야구가 존재하겠느냐며 몽니만 부릴 때가 아니다. 아마야구가 썩으면 프로야구도 썩겠지만 먼저 고사하는 쪽은 아마야구다. 프로야구는 일부 흠이 있는 선수는 버리고 좀더 완벽한 선수만을 취할 수 있고, 외국인선수로 긴급수혈도 가능하다. 다수의 모기업도 버티고 있다. 30년, 40년전엔 아마야구, 고교야구가 주인공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다.

고교 선수들이 훈련에 매진하는 이유는 장차 프로선수로 뛰고자 하는 꿈이 있기 때문이다. 과정 또한 중요하지만 궁극의 목표가 훌륭해져야만 확실한 동기부여가 된다. KBO의 성장을 시샘할 필요가 없다.

모든 것은 때가 있다. 더 늦기전에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