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시즌 한화 이글스 외야진은 온갖 시련을 겪었다. 누구 하나 평탄하게 시즌을 시작해 마친 이가 없을 정도다.
가장 흔했던 것이 부상이다. 이용규와 김경언이 한 번씩 크게 다쳤었다. 금지약물 복용사건도 있었다. 최진행이 시즌 초반 금지 성분이 포함된 단백질 보조제를 잘못 복용했다가 공식 징계를 받았다. 그런가하면 위암을 극복하고 건강하게 돌아와 진화된 타격을 선보인 정현석도 있다. 여기에 덧붙여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외국인 외야수(나이저 모건, 제이크 폭스)도 잊을 수 없다.
이런 식으로 중간중간 들어왔다 나갔다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한화 외야진은 안정감을 주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물론 국가대표 중견수인 이용규와 타격 재능에 뒤늦게 눈을 뜬 코너 외야수 김경언이 계속 부상없이 버텨줬다면 어느 팀에 못지 않은 안정적인 외야 라인이 형성됐을 것이다. 그러나 김경언이 5월, 이용규가 7월에 각각 종아리에 사구를 맞아 쓰러지면서 힘겨운 상황이 발생하고 말았다. 그래도 두 선수가 강한 의지로 빠르게 복귀한 점 만큼은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2016시즌에도 이런 식의 패턴이 반복되면 곤란하다. 외야 라인이 올해보다 더 견고하게 서야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도 생길 수 있다. 일단 예상은 희망적이다. 부상자들은 모두 몸상태를 건강하게 회복했고, 설레는 마음으로 2016시즌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예상되는 선발 라인업은 두 가지 형태다. 일단 좌익수 최진행에 중견수 이용규, 우익수 김경언의 구도다. 이건 공격력에 조금 더 특화된 형태의 외야 라인이라고 볼 수 있다. 최진행이나 김경언은 수비 범위나 송구 능력에서 다소 부족한 면이 있다. 그러나 이를 타격으로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 이용규 역시 어깨 수술 여파로 송구 능력이 떨어져 있는데, 이번 겨울을 통해 이에 대한 보강을 준비하고 있다.
다음으로 예상되는 구도는 최진행이 지명타자로 가고, 김경언과 정현석이 각각 코너 외야를 맡는 형태다. 이는 최진행의 무릎 상태와 연관돼 생각해볼 수 있다. 최진행은 지난 11월 오키나와 마무리캠프 막판에 가벼운 무릎 통증 증세로 조기 귀국했다. 심각한 정도는 아니지만, 워낙에 무릎은 조심해야 한다. 이미 최진행은 오른쪽 무릎에 수술을 한 차례 받은 적이 있다. 그래서 더욱 신경이 쓰이는 부위다.
때문에 수비에서의 부담을 줄여주면서 최진행의 장타력을 활용하는 방안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결국 지명타자로 최진행이 나가고 복귀 후 좋은 타격감을 보인 정현석이 그 자리에 수비로 들어가는 형태다.
이밖에 다양한 백업 외야수들을 활용할 수도 있다. 이성열 또한 훌륭한 대안이다. 역시 수비력보다는 공격력에 특화된 캐릭터다. 대타나 대수비로 나가 일방장타력을 선보여준다면 한화 외야진은 더욱 탄탄해진다. 수비형 외야수도 있다. 송주호나 2차 드래프트로 영입한 장민석 등이 그렇다. 어쨌든 중요한건 이런 다양한 옵션의 선수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풀타임으로 부상없이 시즌을 치르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분명 한화 외야진은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