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이 구단에 감사해 하고 있다."
kt 위즈 주장 박경수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kt는 28일 41명 재계약 대상자들과의 2016 시즌 연봉 계약을 마쳤다고 발표했다. 보통 해를 넘겨 협상을 마치는 경우가 많은 데, kt는 일찌감치 골치 아픈 문제를 해결했다. 이례적으로 삭감 통보를 받은 선수가 단 1명도 없었다. 잘한 선수들의 인상률도 후했다. 가장 중요한 건 kt가 신생 구단으로 연봉에 대한 패러다임을 확 바꿀 준비를 차근차근 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는 점이다.
▶사실 삭감 대상자들 여러명 있었다
갖가지 사연을 가진 선수들과 구단이 연봉 협상을 벌이게 되면, 수많은 일이 발생하기 마련. 구단의 인상, 삭감액에 이의를 제기하며 자료를 직접 뽑아와 설득을 하는 선수들도 있고, 수차례 협상에도 도장을 찍지 않아 구단 속을 태우는 유형도 있다.
하지만 이번 kt의 협상에서는 41명 중 단 1명의 선수만 제외하고 모두 1차 협상에서 도장을 찍었다고 한다. 이 1명의 선수도 큰 문제가 아니었기에 두 번째 만남에서 쉽게 계약을 완료했다. 불펜의 핵심 역할을 한 조무근이 215%, 김재윤이 167%의 인상률을 기록하는 등 잘한 선수에게는 후한 대접을 했다. 여기에 단 1명의 선수도 연봉을 깎지 않는 파격대우를 했다. 최소 동결이었다. 불만이 터질라야 터질 수 없었다.
사실 객관적 기준으로 따지면 삭감 대상자도 여러명 있었다. 하지만 김영수 사장과 김진훈 단장이 통큰 결정을 내렸다. 고액 연봉을 받지 못하는 젊은 선수들인데, 괜히 연봉을 깎아 사기를 떨어뜨릴 바에는 내년을 위해 구단도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주자고 결론을 내렸다. 밖에서 볼 때 "어차피 FA 주요 선수들을 제외하고, 연봉이 낮은 선수들을 소폭 인상시켜주고 동결시켜주는 것이 어려운 일인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돈도 모이면 꽤 큰 금액이다. 향후 연봉 산정 과정에서 잡음이 나오는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다. 구단이 쉽게 결정할 수 있었던 부분이 아니다.
▶1군 못뛰어도 연봉 인상될 수 있다?
중요한 건 내년부터다. kt 관계자는 "1군 주요 선수들의 경우, 내년부터는 확실한 성과물이 있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냉정한 프로의 세계에서 언제까지 구단이 선수 편만 들 수는 없다.
단, kt만의 새로운 연봉 문화를 확실히 정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번 연봉 협상 결과에서 몇몇 선수들의 사례를 보면, 1군 활약이 거의 없었지만 소폭이라도 연봉이 인상된 선수들이 몇 명 있었다. 이는 분명 이 선수가 1군 성적 말고도 팀에 도움이 된 증거다. kt 관계자는 "2군에서의 훈련 태도, 팀 내 동료들과 융화를 위한 노력, 언론 인터뷰 자세나 팬서비스 등 모든 점을 체크해 연봉 고과의 중요 수치로 활용했다"고 말했다.
특히, 주전급이 아닌 육성이 당장 중요한 선수들에게는 달콤한 숙제를 내준다. 예를 들어 '자기 발전 성과제'다. '올해 선구안을 꼭 키우겠다', '수비에서 부족했던 송구 능력을 향상시키겠다' 등의 세세한 미션을 달성한 것이 인정되면, 1군에서 특출난 성적이 없어도 연봉 인상 점수를 준다는 것이다. 선수별 미션은 코칭스태프와의 협의를 통해 꼭 필요한 부분에 대한 목표를 설정한다. 당장 여러 부분을 한꺼번에 발달시킬 수 없는 신인급 선수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주전 선수 외에 백업, 육성 선수들이 신바람을 내며 야구를 하면 팀은 더욱 강해진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