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FC 전상욱이 '잠시' 떠난다. 1일 광주FC전이 끝난 뒤 그라운드와 이별을 고했다. '당분간'이다.
아프다.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중증질환을 앓고 있다. 정확한 병명은 알리고 싶지 않다. "곧 돌아올 것"이라며 웃을 뿐이다.
"아빠는 왜 TV에 안 나와?"
올해 초다. 스포츠조선과 인터뷰를 했다. "딸이 지난해부터 축구를 보고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황)의조나 (윤)영선이를 좋아하는데 경기장이나 TV에서 내 모습을 보기 힘드니 어느 순간 '아빠는 안 뛰는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생긴 것 같다. 언제까지 선수 생활을 할 지 모르지만 이제는 그라운드에서 당당히 딸의 응원을 받으며 뛰고 싶다"고 했다.
단국대 졸업 뒤 내셔널리그 울산현대미포조선 입단, 2005년 성남 일화(현 성남FC)행. 하지만 2009년까지 단 3경기 출전에 그쳤다. 2010년 부산으로 이적했다. 3시즌 동안 주전으로 자리잡았다. 2013년, 다시 성남으로 돌아왔다.
복귀 첫 해, 리그 전경기에 나섰다. 하지만 이듬해 후배 박준혁에게 밀렸다. 이를 악물었다. 이제 축구에 눈을 뜬 딸, '아빠'를 보여주고 싶었다. "매 시즌을 준비할 때마다 큰 목표 대신 '한 경기라도 나서고 싶다'는 간절함이 크다. 나이를 먹다보니 훈련이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그 순간 마저 행복하다." 그렇게 준비한 이번 시즌이었다.
지난 3월, 통증을 느껴 병원을 찾았다. 운동을 쉬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중증질환, '청천벽력'같은 진단이었다.
"감독으로서 해줄 수 있는 것이 그것 뿐이었다"
1일, 광주FC전을 앞두고 구단에서 알렸다. SNS를 통해 '전상욱이 치료를 위해 잠시 그라운드를 떠나게 됐다'고 전했다. 팬들의 응원과 격려가 이어졌다. 경기장에는 '전상욱, 당신이 있어야 할 곳은 여기'라는 플래카드가 걸렸다. 절실히 뛰고 싶었던 이유, 딸과 시축도 했다. '잠시' 이별을 위한 준비였다.
후반 45분, 시계가 멈췄다. 전상욱이 뛰어나갔다. 골키퍼 김동준과 교체됐다. 3분의 짧은 시간. 온 몸을 던졌다. 딸과 함께한 자리, 행복한 순간이었다.
경기 뒤 김학범 감독은 전상욱 이야기부터 꺼냈다. "감독으로 해줄 수 있는 것이 그것 뿐이었다. 유니폼을 입고 운동장에서 뛰는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며 "선수들이 열심히 뛰어줘서 그런 상황을 만들 수 있었다. 고맙다"고 했다.
이날 경기서 성남은 2대0으로 이겼다. 득점을 할 때마다 선수들은 전상욱에게 달려갔다. 힘껏 끌어안았다. '잠시' 이별의 무대는 모두가 만들었다.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행복한 놈이란 걸."
하루가 지났다. 전상욱이 팬들에게 글을 남겼다.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라고 했다. '목청껏 이름을 외쳐준 팬들, 쉽지 않은 결정을 해 준 코칭스태프, 자기 일처럼 걱정해주고 뛰어준 선수들', 모두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글로 표현 못할 정도로 너무 감사합니다'라고 했다. 그리고는 행복하다고 했다. '어제 다시 한번 더 느꼈습니다. 전 행복한 놈이란 걸. 정말 잊지 못할 날이 될 겁니다.'
전상욱은 행복하게 떠났다. '잠시' 떠났다. '여러분들의 기운을 받아 치료 잘 마치고 다시 밝은 모습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는 약속과 함께.
신보순기자 bsshi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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