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FC 전상욱이 '잠시' 떠난다. 1일 광주FC전이 끝난 뒤 그라운드와 이별을 고했다. '당분간'이다.
아프다.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중증질환을 앓고 있다. 정확한 병명은 알리고 싶지 않다. "곧 돌아올 것"이라며 웃을 뿐이다.
▶"아빠는 왜 TV에 안 나와?"
올해 초다. 스포츠조선과 인터뷰를 했다. "딸이 지난해부터 축구를 보고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황)의조나 (윤)영선이를 좋아하는데 경기장이나 TV에서 내 모습을 보기 힘드니 어느 순간 '아빠는 안 뛰는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생긴 것 같다. 언제까지 선수 생활을 할 지 모르지만 이제는 그라운드에서 당당히 딸의 응원을 받으며 뛰고 싶다"고 했다.
단국대 졸업 뒤 내셔널리그 울산현대미포조선 입단, 2005년 성남 일화(현 성남FC)행. 하지만 2009년까지 단 3경기 출전에 그쳤다. 2010년 부산으로 이적했다. 3시즌 동안 주전으로 자리잡았다. 2013년, 다시 성남으로 돌아왔다.
복귀 첫 해, 리그 전경기에 나섰다. 하지만 이듬해 후배 박준혁에게 밀렸다. 이를 악물었다. 이제 축구에 눈을 뜬 딸, '아빠'를 보여주고 싶었다. "매 시즌을 준비할 때마다 큰 목표 대신 '한 경기라도 나서고 싶다'는 간절함이 크다. 나이를 먹다보니 훈련이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그 순간 마저 행복하다." 그렇게 준비한 이번 시즌이었다.
지난 3월, 통증을 느껴 병원을 찾았다. 운동을 쉬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중증질환, '청천벽력'같은 진단이었다.
▶"감독으로서 해줄 수 있는 것이 그것 뿐이었다"
1일, 광주FC전을 앞두고 구단에서 알렸다. SNS를 통해 '전상욱이 치료를 위해 잠시 그라운드를 떠나게 됐다'고 전했다. 팬들의 응원과 격려가 이어졌다. 경기장에는 '전상욱, 당신이 있어야 할 곳은 여기'라는 플래카드가 걸렸다. 절실히 뛰고 싶었던 이유, 딸과 시축도 했다. '잠시' 이별을 위한 준비였다.
후반 45분, 시계가 멈췄다. 전상욱이 뛰어나갔다. 골키퍼 김동준과 교체됐다. 3분의 짧은 시간. 온 몸을 던졌다. 딸과 함께한 자리, 행복한 순간이었다.
경기 뒤 김학범 감독은 전상욱 이야기부터 꺼냈다. "감독으로 해줄 수 있는 것이 그것 뿐이었다. 유니폼을 입고 운동장에서 뛰는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며 "선수들이 열심히 뛰어줘서 그런 상황을 만들 수 있었다. 고맙다"고 했다.
이날 경기서 성남은 2대0으로 이겼다. 득점을 할 때마다 선수들은 전상욱에게 달려갔다. 힘껏 끌어안았다. '잠시' 이별의 무대는 모두가 만들었다.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행복한 놈이란 걸."
하루가 지났다. 전상욱이 팬들에게 글을 남겼다.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라고 했다. '목청껏 이름을 외쳐준 팬들, 쉽지 않은 결정을 해 준 코칭스태프, 자기 일처럼 걱정해주고 뛰어준 선수들', 모두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글로 표현 못할 정도로 너무 감사합니다'라고 했다. 그리고는 행복하다고 했다. '어제 다시 한번 더 느꼈습니다. 전 행복한 놈이란 걸. 정말 잊지 못할 날이 될 겁니다.'
전상욱은 행복하게 떠났다. '잠시' 떠났다. '여러분들의 기운을 받아 치료 잘 마치고 다시 밝은 모습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는 약속과 함께.신보순기자 bsshi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