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보란 기자] 연말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방송사 시상식에서 MC들의 역할은 결코 쉽지 않다.
특히 시상식은 대부분 중심을 잡아주는 예능 MC 한 명에 배우나 아이돌 스타가 함께 진행을 맡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 그 속에서 돌발상황에 대처하고 능숙하게 이끌어가는 MC의 역량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MC의 역할이 그날 시상식의 분위기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휘재는 매년 연말 시상식에서 만나게되는 베테랑 MC 중 한 명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31일 진행된 '2016 SBS연기대상'에서 사회를 맡아 장근석, 걸스데이 민아와 MC로 나섰다. 이휘재가 민아와 장근석 사이에서 중심을 잡아줄 것이란 예상이었지만, 막상 이휘재의 연륜과 격의 없음이 장애물이 됐다.
그는 드라마로 호흡한 남궁민에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민아에게 "개인적인 인사는 대기실에서 하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깼다. 또 공개 연인이 있는 아이유에게 이준기와 사이가 의심된다고 장난스럽게 말해 아이유는 물론 지켜보는 이들을 아슬아슬하게 했다. 점퍼를 걸친 성동일을 향해 "PD냐, 드라마 찍다 온거냐" 등의 말로 그를 당황케 만들기도 했다.
여러 시상식에서 러브콜을 받는 전무후무한 진행력의 전현무도 지난해 시상식에서 말실수로 곤욕을 치렀다. 전현무는 2015 SBS 연예대상 MC로 출연해 대상후보 강호동과 인터뷰하던 도중 "올해 무슨 활약을 했냐", "뚱뚱해서 손에 땀이 나는 것" 등 무례한 발언으로 비난의 도마에 올랐다. 또 '서울가요대상'에서 함께 사회를 본 하니에게 연인 김준수를 연상하게 하는 "준수하니"라는 말을 언급했고, 이후 하니가 뒤돌아 눈물을 닦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 또한 재미있게 진행하려는 재치였지만 결국 무리수로 끝나고 말았다. 상대방과 아무런 논의가 없는 상황에서 당황스러움만 느껴지는 리액션은 보는 이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예능이 아닌 시상식이었고, 친한 사이라고 격식을 차려야 하는 자리였다. 혼자만의 편안함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지 못했고, 무리한 유머는 불편함으로 남았다.
이 같이 베테랑 MC들의 실수가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이들의 사과문에서 알 수 있다. 이휘재는 시상식 다음날 자신의 SNS에 "생방송에서 좀 재미있게 해보자했던 저의 욕심이 너무 많이 과했던 것 같습니다"라며 "저의 욕심으로 인해 벌어진 모든 일들에 대해 이 자리를 빌어 거듭 사과드립니다"라고 밝혔다.
전현무 또한 당시 "친한 형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방송임을 망각해 선을 넘었습니다. 호동이 형님과 통화했고, 사과말씀을 올렸습니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경솔한 실수였습니다. 성숙하고 신중하게 방송하겠습니다"라는 사과의 말을 전했다.
결국 연륜에서 비롯된 자신감과 더 재미있게 하려는 욕심이 독이 됐다. 시상식 경험이 많을수록 여유가 있고 출연자들과 격의가 없어 좀 더 편안한 진행을 펼친다. 시상식이라면 도가 텃을 법한 MC들이고, 그런 연륜이 시상식을 좀 더 유쾌하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여유와 친분이 시청자들의 공감이 없이 진행된다면 위험하다. 상대방과 시청자가 함께 공감하고 웃을 수 없는 유머는 무례일 뿐이다.
올해 전현무는 이 같은 논란을 딛고 다시 한 번 시상식으로 시청자와 만났다. 물론 열애설 관련 질문이나 수상자 예측 등 다소 짓궂은 내용도 있었다. 하지만 시청자가 궁금해할만한 부분을 질문으로 던지는 MC의 역할을 다 하면서도, 도를 넘는 멘트나 무리수 유머는 자제했다. 결국 매너와 재치를 모두 잡았다는 평가로 논란을 완전히 극복해 냈다. 이휘재 또한 이번 논란을 계기로 더욱 발전하고 사랑받는 MC가 될 수 있길 바라본다.
MC는 어떤 경우라도 시청자들과 지켜보는 '방송'임을 잊어서는 안 됨을, 연이은 시상식 논란이 다시 한 번 되새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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