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 선발. 지난 몇 년간 KBO리그 최고 투수로 우뚝 선 양현종(29)에게 특별한 타이틀이다. 국내리그 성적에 비해 대표팀 경력은 화려하지 않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과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 나섰지만, WBC 출전 경험이 없고, 2015년 말에 열린 국가대항전 '프리미어 12' 대표팀 멤버도 아니다. 2015년 시즌 종료 후 양현종은 피로 누적으로 휴식이 필요했다. 그해 15승6패-평균자책점 2.44, 최고 성적을 거두고도 대표팀과 함께 하지 못했다.
대표팀에 대한 갈증이 있었던 걸까. 이번 WBC 대표팀을 대하는 자세가 남다르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이 28명 최종 엔트리 확정을 앞두고 몸 상태를 걱정하자, 곧바로 합류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KBO리그 '최고 투수'라는 자부심을 엿볼 수 있는 씩씩한 행보다. 김광현 류현진 등 이전 대표팀에서 주축 역할을 했던 투수들이 빠져 양현종에 대한 기대가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애국심까지 들먹일 필요는 없겠으나, 확실히 의욕적인 모습이다.
이번 대회가 해외진출 꿈을 완전히 접지 않은 그에게 도움이 될 수는 있다. 이번 겨울 해외진출을 모색하다가 국내 잔류를 결정한 양현종은 KIA 타이거즈와 1년간 총액 22억5000만원에 계약했다. 2017년 시즌 종료 후 자유롭게 국내외 이적이 가능한 계약 조건이다. WBC가 더 넓은 세상으로 가는 쇼케이스가 될 수도 있다.
이런 양현종을 걱정하는 시선이 있다. 지난해 31경기에 등판해 200⅓이닝 투구, 10승12패-평균자책점 3.68. 국내 선수로는 유일하게 200이닝을 던졌다. 2007년 KIA 입단 후 한시즌 최다 이닝 투구다. FA(자유계약선수)를 앞두고 팀과 자신을 위해 최선을 다한 결과다.
이쯤되면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서 무리없이 시즌을 준비해야 한다. 양현종은 올해뿐만 아니라 지난 3년간 매년 170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3년 동안 총 556이닝을 책임지면서 이닝 소화 능력을 입증했다. 이에 따라 후유증이 우려되고 세심한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
양현종은 지난 몇 년간 스프링캠프 기간에 투구 시기를 늦게 가져갔다. 1월 중순부터 2월까지 주로 체력훈련에 집중했다. 팀 내 다른 투수들과 다른 스케줄을 이어갔다. 2월 말부터 캐치볼, 불펜피칭을 시작해, 3월 중순에 시범경기에 나섰다. 지난해에는 두 차례 시범경기에 나서 컨디션을 점검하고, 시즌 개막전을 맞았다. 매년 시즌 중후반에 갑자기 페이스가 떨어져 고민이 컸던 양현종이다.
대표팀 일정은 지난 몇 년간 양현종이 소화했던 일정과 많이 다르다. 2월 중순 일본 오키나와에서 소집훈련을 시작해 19일부터 연습경기에 들어간다. 오키나와에서 3경기를 치르고 귀국해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월 25~26일 쿠바, 28일 호주와 평가전을 계획하고 있다. 또 3월 초 경찰야구단 등 국내팀과 연습경기를 하고, 3월 6일 1라운드를 시작한다.
고질적인 왼쪽 어깨 회전근 통증에 누적된 피로, 또 빨라진 투구 일정. 양현종이 이런 점을 감안해 준비를 하고 있겠지만, KIA 구단은 걱정이 크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