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가장 걱정하고, 조심하려는 부분입니다."
LG 트윈스 송구홍 신임 단장은 최근 누굴 만나든 이 얘기를 꺼낸다. 송 단장은 스타 플레이어에 현장 코치 출신. 감독들만큼 야구를 잘 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걱정을 한다. 단장이 팀을 지휘하는 현장에 참견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송 단장은 "그러면 팀이 망가진다. 어느정도 야구 얘기를 나눌 수는 있겠지만 현장 일은 코칭스태프에 철저히 맡기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선수 출신 단장 시대다. SK 와이번스가 17일 염경엽 전 넥센 히어로즈 감독을 신임 단장으로 영입하며 프로야구 10개 구단 중 5개 구단이 선수 출신 단장을 보유하게 됐다. 염 단장, 송 단장을 비롯해 두산 베어스의 한국시리즈 2연패를 이끈 김태룡 단장, 한화 이글스 박종훈 단장, 넥센 히어로즈 고형욱 단장까지다. 김태룡 단장을 제외하면 이번 시즌을 앞두고 4명의 신임 단장이 탄생하게 됐다. 김 단장의 성공에 다른 구단들도 큰 자극을 받은 결과로 해석된다.
한국 프로야구는 그동안 낙하산 단장 시대를 이어왔다. 대부분의 구단이 모그룹의 철저한 지원 속에 운영이 되기에, 야구단장은 그룹 임원 인사 과정 중 채워지는 한 자리로 인식됐다. 그러나 두산의 성공과 함께 선수 출신 단장 시대가 열리게 됐다.
야구를 잘 모르는 단장들은 야구단 업무 전반에 대한 결정만 내리면 됐다. 밑에서 보고가 올라오면 선수를 영입할 것인지, 연봉을 얼마나 줄 것인지 최종 결제만 하면 됐다. 그러나 선수 출신 단장들은 현재 자신들의 야구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 힘이 있는 자리이기에, 자신의 의사를 적극 투영할 수 있다.
여기서 문제가 현장과의 충돌이다. 아직 한국프로야구는 경기 운영 부분에 있어서는 전적으로 현장 코칭스태프가 이끌어간다. 미국 메이저리그는 단장들이 팀 운영에 적극 개입하지만, 한국은 한국만의 체계가 잡혀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선수 출신 단장들이 늘어나며 이 부분에 대한 걱정이 생기고 있다. 아직은 신임 단장들이 "무조건 감독을 지지하겠다"며 몸을 낮추고 있기에 큰 문제가 없지만, 시즌이 시작되고 야구가 잘 풀리지 않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 지 장담할 수 없다. 실제 단장이 현장 개입을 하지 않더라도, 갖가지 오해가 생길 수 있는 곳이 야구계다. 그렇게 되면 팀이 무너지는 건 한 순간이다. 현장과 프런트 사이의 믿음 없이 좋은 성적을 올리는 팀은 그동안 없었다. 한화의 경우, 벌써부터 김성근 감독과 LG 감독 출신 박종훈 신임 단장 사이에 묘한 기류가 형성된다는 말이 돌았다. 그러나 박 단장이 메이저리거 출신 알렉시 오간도를 외국인 투수로 영입하자, 김 감독도 반색하며 냉랭했던 분위기가 풀어지기도 했다.
두산 김태룡 단장은 선수 출신이라고 하지만, 일찍 은퇴 후 프런트로 살아온 시간이 길었다. 때문에 냉정히 봤을 때 지금의 선수 출신 단장들과는 다른 케이스라고 해야 한다. 선수, 지도자로서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넥센 고형욱 단장을 제외한 나머지 3명의 단장은 사실상 프로야구 첫 선수 출신 단장 케이스라고 봐야 한다. 때문에 이들이 어떤 모습을 보일지 아직 속단할 수 없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