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오고 나서 14년 만인가?" 프로야구 선수들이 '어색한' 설 연휴를 앞두고 있다.
오는 27일부터 민족 최대 명절 설 연휴가 시작된다. 사실 그동안 프로야구 선수들에게 명절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추석 연휴에는 정규 시즌 후반기가 진행돼, 순위 싸움이 한창인 선수들은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서 경기에 임한다.
설 연휴는 대부분 해외에서 보냈다. 스프링캠프를 1월 중순에 떠나 3월초까지 외국에서 머물렀기 때문에 가족들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구단에서는 식사 메뉴로 명절 음식을 준비하고, 선수들끼리 윷놀이와 차례를 지내는 등 간단한 절차로 명절의 의미를 짚고 넘어갔다.
올해는 다르다. 스프링캠프 출발이 늦어지면서, 선수들이 낯선 설 연휴를 보내게 됐다. 해외로 개인훈련을 떠났던 선수들도 대다수 귀국했다. 1월 30일~2월 1일 출국을 앞두고 연휴를 가족들과 함께 지낼 수 있게 된 것이다.
너무 오랜만에 쉬면서 보내는 명절이다 보니 선수들은 "어색하다"고 입을 모았다.
수도권 구단 A 선수는 "명절에는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그냥 잠자고 쉬면서 보내지 않을까 싶다"며 웃었다. 지방 구단 B 선수는 "프로 오고 나서 처음으로 설을 가족들과 보낸다. 14년만인 것 같다. 아내, 아이들과 함께 부모님댁에 다녀오려고 하는데 스프링캠프 출발이 코 앞이라 오래 다녀오진 못할 것 같다"며 즐거워했다.
물론 예외도 있다. 개인 훈련 출발이 늦었거나, 선발대로 출발한 선수들, 대표팀 소집을 앞두고 있는 선수들은 올해 설 연휴도 어김없이 해외에서 보내야 한다.
KIA 타이거즈는 투수조 중 김진우 손영민 양현종 심동섭 홍건희가 지난 23일 먼저 오키나와로 출발했다. 팀 동료들보다 빨리 출발해 따뜻한 곳에서 컨디션을 만들기 위해서다.
LG 트윈스도 해외 개인 훈련을 떠났던 선수들이 대부분 귀국했지만,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선발대가 25일 비행기에 탑승했다. 박용택 이병규 손주인 오지환 김용의 채은성 양석환 최동환 등 야수들이 주축이 되어 먼저 떠났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무려 7명이나 뽑힌 두산 베어스도 연휴를 즐길 겨를이 없다. 장원준 양의지 김재호 허경민 민병헌이 지난 19일 1차 스프링캠프지인 호주로 출국했다. 오키나와 대표팀 훈련에 합류하기 전인 다음달 9일까지 호주에서 머물며 운동을 한다. 대표팀은 아니지만 김재환 유희관 오재일도 함께 조기 출국했다. 지난 11일부터 괌에서 개인 훈련 중인 이현승은 설 연휴만큼은 한국에서 보낸 후 팀 스프링캠프에 함께할 계획을 세웠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