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프로야구단들이 요미우리의 사정을 알면 얼마나 부러울까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은 19일 일본 오키나와 나하 셀룰러필드에서 요미우리와 연습 경기를 가졌습니다. 이 경기를 지켜보기 위해 한국 취재진도 경기장을 찾았습니다.
규모가 엄청났습니다. 메인 스타디움의 관중석은 무려 1만5000석. 최근에는 신축구장이 많이 지어졌지만 NC 다이노스가 홈으로 사용하는 마산구장보다 모든 시설과 환경이 좋았습니다. 전지훈련 연습 구장이 말입니다. 이 뿐 아니라 실내 연습장, 러닝 훈련을 위한 트랙, 보조 구장 등 훈련이 필요한 모든 시설들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었습니다. 특히, 요미우리 훈련장이 위치한 나하는 오키나와를 한국으로 비교하면 서울입니다. 공항도 바로 붙어있고, 도시 자체가 번화해 모든 생활이 편리합니다.
최고 인기구단답게 팬들의 열정도 엄청났습니다. 이날 연습 경기를 보기 위해 약 8000명의 팬들이 경기장을 찾았습니다. 구단 용품 판매점, 매점 등은 손님들로 북적여 활기가 넘치더군요. 오키나와에 사는 팬들도 일부 있었겠지만, 대부분이 요미우리의 훈련과 경기를 지켜보기 위해 본토에서 비행기를 타고 날아온 팬들입니다.
요미우리가 부자 구단이라 이런 특급 환경 속에 선수들이 운동할 수 있는 걸까요. 아닙니다. 요미우리는 지난 2011년부터 나하에 터를 잡았습니다. 원래 미야자키에서만 훈련을 했는데, 일정을 나누어 나하에서 실전 위주 훈련을 하게 된 것이죠. 이유가 있었습니다. 나하시가 요미우리 훈련을 유치하기 위해 무려 68억엔이라는 거금을 들여 최고 시설 구장을 신축했습니다. 구장 사용료도 내지 않습니다. 이 뿐 아니라 선수단의 이동, 숙식 등도 지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요미우리만 있으면, 파생되는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가 엄청나기 때문이죠.
요미우리 외 일부 구단들은 오키나와 훈련지 지자체와 소위 말하는 '밀당'을 해 훈련 지원을 받는다고 합니다. 나고에서 훈련하는 니혼햄 파이터스는 나고시의 지원이 점점 줄어드는 상황에서, 오타니 쇼헤이 영입을 위해 미국 애리조나 자신들의 훈련지를 내주고 비행기값도 대주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덕을 보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쿨하게 1차 훈련을 미국으로 떠나는 결정을 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 지역 경제 활성화에 악영향을 미치는 나고시 입장에서 발등에 불이 떨어질 수밖에 없겠네요.
이에 비하면 오키나와에 입성한 한국 프로팀들 사정은 열악합니다. 최고 시설의 아카마 구장을 사용하는 삼성 라이온즈를 제외하면, 대부분 낙후된 야구장을 터로 잡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마저도 없는 넥센 히어로즈, 롯데 자이언츠 등은 학창시절 도서관 자리를 잡지 못해 이 자리, 저 자리 옮겨다니 듯 '메뚜기' 신세를 면치 못합니다. 원정 경기를 다니고, 쉬는 팀이 있으면 그 구장을 빌려 연습하는 겁니다.
문제는 전지훈련이 아닙니다. 안방에서도 푸대접입니다. 일본은 지자체가 자신들의 발전을 위해 프로야구팀을 모셔가는데, 우리는 연고지역임에도 팀들이 항상 눈치를 봐야 합니다. 구장 사용료, 광고 판매 수수료 등으로 구단으로부터 한몫 챙기기만 바쁜 지자체들이 많기 때문이죠. 서울시는 잠실구장을 사용하는 두산 베어스, LG 트윈스로부터 엄청난 광고비 수익을 거둬 매년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습니다. 광주는 염원이라던 새 구장 챔피언스필드를 지었더니, 특혜 시비에 소음 피해 소송까지 나와 구단이 애를 먹었습니다. 과연, 이들은 자신들의 프로야구단이 가져다주는 엄청난 상승 효과를 생각이나 해본 적이 있을까요.
요미우리를 보니, 아직은 우리 프로야구가 진정한 프로가 되려면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키나와=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