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축구팬들은 최근 헐크(31·상하이 상강)의 대포알 왼발 중거리슛의 위력을 눈앞에서 지켜봤다. 헐크의 그 한방에 FC서울은 지난 2월 21일 안방에서 벌어진 상하이 상강과의 2017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1차전에서 0대1로 졌다. 경기 내용에선 밀리지 않았지만 헐크에게 당했다고 보는 게 맞다.
그 헐크가 서울전부터 3경기 연속골 행진을 이어갔다. 2월 28일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웨스턴 시드니전에서도 1골-2도움을 기록, 팀의 5대1 승리를 이끌었다.
헐크는 4일 홈에서 벌어진 창춘 야타이와의 중국 슈퍼리그 개막전에서도 1골-1도움을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선제 페널티킥 골을 성공시켰고, 팀의 세번째골을 어시스트했다. 이장수 감독이 이끈 창춘은 헐크와 엘케슨을 앞세운 상하이 상강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또 이장수 감독은 심판 판정에 항의하다 중국 무대에서 첫 퇴장을 당했다.
포르투갈 출신 비야스 보아스 감독이 이번 시즌 새로 지휘봉을 잡은 상하이 상강은 올해 4전 전승을 기록 중이다. ACL 3승에 슈퍼리그 1승까지. 4경기에서 총 14득점-2실점을 기록했다.
그 중심에 헐크가 있다. 브라질 출신 엘케손(공격수), 오스카(미드필더)와 절묘한 '삼바' 조화를 이루고 있다.
헐크는 많은 움직임으로 엘케손에게 골문 앞에서 공간을 만들어 준다. 또 정확한 패스로 도우미 역할까지 한다. 엘케손은 상하이 상강 합류 전 광저우 헝다에서 한 시즌 최다 28골까지 넣은 전형적인 골잡이다. 골문 앞에서의 위치 선정과 결정력이 탁월하다. 가장 늦게 팀에 합류한 오스카는 전방의 헐크와 엘케손에게 자로 잰듯한 정확한 패스를 넣어주고 있다.
헐크는 앞으로 아시아 정상을 노리는 FC서울, 수원 삼성, 제주 유나이티드, 울산 현대 등에 큰 위협이 될 것이다. 헐크는 상하이 상강이 지난 2016년 7월 제니트(러시아)에 이적료 5500만유로(약 672억원)를 주고 영입한 몸값 비싼 선수다. 제니트 시절 지금의 비야스 보아스 감독과 한솥밥을 먹었다. 그래서 서로의 스타일에 대해 잘 알고 있다.
헐크는 제니트에서 4시즌 정도를 뛰면서 56골을 넣었다. 시즌 최다는 17골이었다. 제니트는 2012년 포르투(포르투갈)에서 헐크를 사올 때 이적료로 5500만유로를 지불했다. 헐크를 4시즌 잘 써먹고 상하이 상강에 똑같은 이적료를 받고 팔았다.
헐크를 통해 재미를 톡톡히 본 구단은 제니트 말고 또 있다. 포르투는 2008년 7월 도쿄 베르디에서 헐크를 1900만유로(약 233억원)에 사왔다. 헐크는 포르투에서 한 시즌 최다 23골(2010~2011시즌)까지 터트리며 빅클럽의 주목을 받았다. 포르투는 헐크를 통해 무려 3500만유로(약 428억원) 이상의 이적료 차액을 챙긴 셈이다.
헐크가 아시아축구에 빠르게 적응하는 건 어린 시절 일본 프로축구를 경험해서이기도 하다. 헐크의 재능을 알고 스카우트를 한 건 일본 가와사키 프론탈레였다. 헐크는 두 차례 임대를 거쳐 2007년 도쿄 베르디에서 한 시즌 37골을 터트리면서 잠재력을 터트렸다. 비록 J2(2부)였지만 42경기에서 37골은 결코 쉽지 않았다. 포르투가 2008년 7월 도쿄 베르디에 이적료 1900만유로를 주고 헐크를 사갔다. 8년만에 아시아로 돌아온 헐크가 중국을 앞세워 아시아축구를 점령할 수 있을 지 지켜볼 일이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