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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책 대마왕→유격수 최소실책, 한화 하주석 남몰래 흘린 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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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17일 한여름 무더위의 정점. 그날밤 청주구장에서 한화 이글스는 두산 베어스에 4대7로 졌다. 4-0으로 앞서다 역전패했는데 4-4 동점이던 7회초 평범한 플라이볼을 놓쳐 역전패 빌미를 제공한 선수는 젊은 유격수 하주석(23)이었다.

그날밤 하주석은 모두가 떠난 청주구장에 홀로 남아 피칭머신이 뿜어내는 플라이볼을 쉴새없이 잡았다. 이른바 '벌칙 수비훈련'. 기자는 당시 '하주석 벌칙훈련, 애정인가 모욕인가'라는 기사를 썼다. 김성근 감독의 다소 과격한 훈련스타일이 가져올 문제점을 지적했고, 선수의 자존심도 언급했다. 그 일로부터 8개월여가 흘렀다.

기자가 간과했던 부분, 볼수 없었던 부분은 이 훈련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하는 선수의 마음가짐과 선수와 감독 사이의 감정선이었을 수도 있다. 지금도 기자는 그같은 일방적인 나머지 훈련에는 찬성하진 않지만 그때의 하주석과 지금의 하주석은 완전히 다른 선수다.

그일이 기폭제가 됐는지는 알수없다. 하지만 하주석은 더 이상 플라이볼에 대한 트라우마가 없다. 웬만한 뜬 볼은 스스로 능동적으로 해결한다. 올시즌 좌익수 중견수 유격수 사이에 떨어지는 묘한 플라이볼을 낙구지점을 예상한뒤 볼에서 시선을 뗀 채 고개를 완전히 돌리고 전력질주한 뒤 다시 돌아서서 잡는 경우도 있었다. 특급 플레이다.

지난해 19개의 수비실책으로 전체 3위, 유격수 수비 최하위급이었던 하주석. 올해는 수비에서 믿을 수 없는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4일 대전 NC 다이노스전 이후 24경기 연속 무실책을 기록중이다. 올시즌 실책은 1개에 불과하다.

한화는 팀실책 27개로 전체 1위의 불명예를 안고 있지만 실책 지뢰밭인 유격수 포지션 만큼은 무풍지대다. 타팀 유격수를 봐도 유격수 수비가 어려움을 알 수 있다. 최고 유격수라고 해도 실책은 동반될 수 밖에 없다.

유격수는 수비범위가 가장 넓고 송구 거리가 가장 길다. 보다 바쁘게 서둘러야 하기에 실수가 잦을 수밖에 없다. 연계 수비 형태도 가장 복잡하다. 두산 김재호(실책 5개), 삼성 강한울(5개), SK 박승욱(5개), kt 박기혁(4개), NC 지석훈(4개), 넥센 김하성(3개), LG 오지환(3개) 롯데 신본기(3개) 등 각 구단 유격수들은 적지않은 실책을 했다. KIA 김선빈(1개)은 하주석과 함께 유격수 최소 실책을 기록중이다.

변화는 그냥 이뤄지지 않았다. 하주석은 지난 겨울 각고의 노력을 했다. 자비로 성남고의 대만 훈련장을 따라가 수비에 공을 들였다. 선배 권용관으로부터 수비 노하우도 전수받고 푸트워크와 포구, 송구 등 많은 반복훈련을 했다.

하주석은 "비활동 기간 몸을 제대로 만들어 스프링캠프에 참가했기에 많은 훈련량을 무리없이 소화할 수 있었다. 훈련이 많으면 몸이 힘들지만 역시 수비는 많이 해봐야 요령이 생기는 것같다. 여러 상황에서 그때마다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땅볼 대시와 공중볼 처리, 더블플레이 전개 등 하주석은 1년만에 너무나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주석은 "수비가 재밌다. 수비를 나가는 것이 마음이 참 편하다. 지난해는 실책 때문에 많이 괴로웠다. 동료들한테도 미안했다. 수비에서도, 타격에서도 더 발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방망이는 이미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지난해 타율 2할7푼9리에 10홈런 57타점을 기록했다. 올시즌에는 타율 3할1리 2홈런 12타점을 기록중이다. 이용규의 부상과 송광민의 컨디션 저하 등으로 1번과 3번, 때로는 상위타선과 하위타선의 연결고리를 변화무쌍하게 수행해내고 있다. 정확도와 펀치력을 겸비했다는 평가다.

김성근 한화 감독은 하주석이 장차 수위타자에 도전할 수 있는 재목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주석은 "언제 수비실책이 나올지 모른다. 하지만 늘 자신감을 가지려 한다. 어려운 볼을 처리하면 큰 희열을 느낀다"고 말했다. 인천=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